【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우리가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데에는 식탁에서 색깔이 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뽀얗고 하얀 색깔에 순수함을 느끼는 백색강박증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인지도 모른다. 비가 오더라도 지저분해질 일 없는 시멘트바닥이 흙을 대신하고 이래저래 손 갈 일 많은 나무 대신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우리의 시야를 장악한다.
건강을 해치는 백색강박증의 위험성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장소는 바로 식탁 위다.
식탁 위에 펼쳐지는 백색은 건강에 해롭다. 바로 소금과 설탕 이야기이다. 뽀얗고 하얀 소금과 설탕에 숨어 있는 위험한 경고를 파헤쳐본다.
소금, 설탕의 두 얼굴?
인류가 발견하고 만들어낸 미네랄과 탄수화물 중 가장 기본단위인 소금과 설탕은 건강과 생명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담배나 술처럼 일방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고 규제해서도 안 되는 영양소이다.
설탕이나 소금이 필요량 이하로 부족하면 우리 몸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설탕의 포도당은 우리 뇌의 주 에너지원이며, 소금 속의 미네랄 성분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과 항상성 유지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소금과 설탕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은 현대인의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인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 스트레스가 집요해지고 두뇌 활동이 많아지면서 두뇌가 혹사당하기 시작하였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가장 갈구하는 영양소가 바로 단맛과 짠맛이다.
두 가지 맛의 공통점은 자극적이며 도파민이라는 쾌락호르몬을 분비시켜 미각중독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소금의 짠맛과 설탕의 단맛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존이 되어 반복적으로 섭취하게 된다. 해당 맛을 보지 못하게 되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불쾌감과 기분저하라는 금단 증상을 느끼게 된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기존의 짠맛이나 단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더욱 강하고 센 맛을 찾게 되는 내성을 일으킨다. 즉 단맛과 짠맛은 도파민을 분비하여 기분을 좋게 하므로 반복적으로 섭취하게 하는 학습현상과 더불어 의존, 금단, 내성의 메커니즘을 통해 미각중독까지 일으킨다.
문제는 이 맛을 일으키는 설탕과 소금을 필요이상으로 과다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소금, 설탕 과다 섭취의 위험한 덫
설탕이나 첨가당 등의 정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관의 노화와 염증을 촉진하고 비만을 일으킨다. 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로 혈당이 높아지면 우리 몸의 인슐린을 소모시켜 당뇨병을 일으키며 식욕을 강화하여 비만을 만들게 된다. 고혈당으로 인해 인슐린이 과로하여 기능이 저하되면 뇌심혈관계질환, 실명을 가져오는 당뇨망막증, 신장의 작은 미세혈관을 망가뜨리는 신장질환, 손끝·발끝의 말초혈관들이 막히는 손발괴사 등이 발생한다.
소금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혈압으로 인한 뇌질환과 심부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짠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이를 희석하려는 욕구에 시달리고, 시상하부에서는 짠 음식으로 인해 생긴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해 식욕을 촉진한다.
혈관 속에 나트륨이 증가하면 내부 장기를 직접 공격하고 고혈압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 발병률이 높았던 이유에는 소금의 과도한 섭취가 혈관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줘서 혈관을 약화시킨 영향이 크다.
우리가 먹는 식탁 위의 요리들과 길거리에서 은연 중 먹는 인스턴트 음식들에는 소금과 설탕이라는 인체의 생명보호 미네랄이자 과도하게 먹으면 독이 되는 백색 영양소가 촘촘히 숨겨져 있다. 소금과 설탕이란 필수영양소는 우리가 적절하게 먹을 때 그 진가를 더욱더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식탁의 흰색 위에 진하고 원색적인 유채색 물감으로 덧칠해 나갈 때이다.
설탕을 줄이는 저당 생활수칙 5가지
1 쉽게 분해되지 않는 저항성전분의 비율을 늘려라
흰쌀밥을 현미잡곡밥으로 바꾸고 자주 먹는 면 음식의 재료를 정제되지 않은 곡류로 바꾸라. 자주 먹는 빵 역시 통밀빵이나 잡곡빵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2 식사순서를 바꾸어라
야채나 반찬을 먼저 먹고 밥을 나중에 먹어라. 채소-비채소-밥의 순서대로 식사순서를 바꾸면 자연스레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든다. 필자는 이것을 ‘거꾸로 식사법’이라고 한다. 과일을 식사가 끝난 후에 디저트로 먹지 않고 에피타이저로 먼저 먹는다. 식사 전에 미리 먹으면 입맛을 깨우고 포만감을 주어 식사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할 때는 채소 반찬 한 젓가락, 단백질 반찬 한 젓가락을 먼저 먹은 후에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1이라고 하자. 다음에는 채소 한 젓가락, 지방이 들어간 반찬 한 젓가락을 먹은 후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2라고 하고, 1과 2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면서 식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음식과 비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이 조절된다.
3 과일과 채소의 저혈당 부분을 강화하라
탄수화물이 빠진 칼로리를 칼로리가 낮고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 견과류, 키위, 레몬, 고구마, 두부, 다시마, 미역, 시금치 등의 식단으로 구성하라. 단맛 보충을 위해 과일을 먹되 당지수가 높은 속만 먹지 말고, 껍질째 먹으라.
4 정제 가공음식의 고혈당을 피하라
아이스크림, 케이크, 초콜릿 등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삼가라. 설탕이나 시럽, 액상과당의 사용량, 섭취량을 제한하라.
5 배고픔을 피하라
배가 고프면 단맛에 굴복하게 된다. 포만감을 높이기 위해 육류와 달걀을 섭취하고 하루에 물 2리터를 반드시 섭취하라.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허기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운동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소금을 5g 이하로 먹는 저염 생활수칙 4가지
1 소금의 원천인 국물을 남겨라
국물에는 다량의 소금이 녹아 있다.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남겨라. 젓가락으로 식사하면 그릇을 들고 마시지 않는 이상 소금 섭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 밖에서 먹는 음식을 줄여라
밖에서 먹는 음식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외식과 패스트푸드의 섭취량을 줄인다. 외식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자주 가는 단골집에서 먹되, 싱겁게 조리해달라고 부탁하라. 다들 전문가이기 때문에 싱거워도 맛나게 요리할 방법을 알고 있다.
각종 스낵류 및 패스트푸드도 줄이자. 가공식품으로 파는 간식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고안한 음식이므로 태생적으로 자극적인 맛을 첨가할 수밖에 없다. 건어물, 소금이 첨가된 땅콩, 각종 짭조름한 스낵류가 대표적이다.
3 소금을 멀리 두어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소금 선택제가 필요하다. 꺼내 쓰기 힘든 곳에 비치하라. 요리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소금을 뿌릴 때가 많다. 소금을 꼭 써야 한다면 조금만 치고 다시 꺼내기 힘든 곳에 넣어두어라. 가령 의자를 딛고 올라서야 손이 닿는 싱크대 서랍장 상단에 두어라. 음식을 조리할 때 아예 소금을 치지 말고, 차라리 식탁이나 밥상에 소금을 두고 원하는 사람만 간을 할 수 있게 하라.
4 물에 헹궈 먹어라
물은 최고의 소금 세척제이다. 김치나 깍두기, 나물이 매우 짠데도 음식 맛을 버릴까 봐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가끔 음식을 물에 헹구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명심하라. 물에 헹궈먹어도 그리 풍미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