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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희망가] 담도암과 싸우는 포에버 챔피언 이왕표 선수

2015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이왕표

40년 동안 7번 챔피언의 자리에 섰던 사람. ‘영원한 링의 제왕’ ‘살아있는 전설’ ‘포에버 챔피언’으로 불리는 사람. 꿈과 희망·감동과 카타르시스로 고단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사람.

바로 국민 영웅 이왕표 선수(62세)다. 지난 5월 25일, 은퇴식을 했음에도 ‘선수’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그가 평생 프로레슬러로서 사각의 링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존재감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시샘이라도 한 걸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담도암은 세계 챔피언도 휘청이게 했다. 무릎 꿇게 했다. 그러나 챔피언은 달랐다. 늘 마지막을 준비해야 했던 세 차례의 큰 수술을 견뎌냈고, 챔피언 벨트가 아닌 앞치마를 두르고 항암 요리를 연구하면서 철저하게 암을 관리하고 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선수 시절만큼 철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는 말한다.

“그동안 강적이란 강적은 다 만났습니다. 그런데 가장 강한 적을 만났습니다. 바로 암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선수라도 이길 방법은 있습니다. 암과도 싸워 이겨 챔피언 벨트를 가져올 겁니다.”

암을 이겨내 포에버 챔피언의 자리를 사수할 이왕표 선수의 비밀병기는 과연 뭘까?

피곤하니 피 검사나 한 번

피곤했다. 별다른 증상은 없는데 피로감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피 검사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동네병원에 가는 아내를 따라나섰다. 피검사 결과 40 이하여야 하는 간수치가 290~300 정도 됐다. 병원에서는 쉬는 게 좋겠다고 했다. 두 달 정도 지나자 간수치는 정상 범위에 들었다. 그런데 황달 수치가 높았다. 의사는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 정도 쉴 것을 권했다.

1인실에 입원해 푹 쉬어보자는 생각에 2차 병원을 찾았다. 그땐 이미 얼굴도 노랬고, 눈도 노랬다. 노란 얼굴을 보자마자 의사는 바로 CT를 찍자고 했다. 그러곤 담도에 종양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황달은 담도가 막혀 쓸개즙이 고였기 때문이라며 콧줄을 넣어서 담액(쓸개즙)을 빼냈다.

“하루에 페트병으로 2병 정도를 빼냈습니다. 몸속에 그렇게 많은 게 들어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일주일 내내 그렇게 담액을 빼내는 동안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결과는 얘길 안 하고 가족부터 찾았다.

“직감적으로 심각한 상태구나 싶었습니다.”

가족과 얘길 나눈 후에야 의사가 와서 말했다. 담도에 있는 종양이 악성으로 넘어가는 것 같으니 어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곧바로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했고, 진료일에 맞춰 퇴원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의사가 이상한 제안을 했다. 하루 먼저 퇴원해 하룻밤 집에 머물면서 정리할 것이 있으면 정리하고 가라고.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몰라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그래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는 것을요.”

담도암 진단… 그러나 마지막까지 운동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2013년 8월 4일, 이왕표 선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육십을 갓 넘긴 나이였다. 담도암이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암이 뭔데? 암이 왜 나한테?’ 그 다음에는 기분이 나빠졌다. ‘어찌 보면 나는 건강의 상징인데 나 같은 사람한테도 암이 오나?’ 믿을 수 없었다. 몸이 자신을 배신한 것 같아 분노마저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믿을 수 없다며 화를 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암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마음 한 구석에 희망 한 조각도 심었다.

‘누구도 암 수술했는데 괜찮던데, 나도 괜찮겠지.’라는 긍정의 마음 한 조각을!

그 후의 일은 마치 꿈속 같다. 진단 후 바로 수술을 해야 했지만 황달 수치가 높아 그럴 수가 없었고, 콧줄로는 수치를 낮출 수 없어 담액이 위장으로 바로 들어가도록 스텐트 시술도 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황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입원생활은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양 진료 프로그램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활력을 잃었고 긍정적인 마음도 시들해졌다.

“영락없이 환자가 되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죠. 수술 전날이 되니 초조하고 불안하고. 그동안 운동하면서 고통과 아픔도 참 많이 겪었는데 수술에는 크나큰 공포가 생기더군요.”

걱정도 있었다. 개복 수술 후 상처는 얼마나 클까? 큰 시합을 앞두고 있으니 상처가 크면 안 될 텐데…. 그래서 의사에게 상처가 조금만 생기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때까지도 제가 담도암 수술이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겁니다. 담도가 간 위에 있어서, ㄴ자로 아주 크게 개복해야만 하는 건데 수술 전까지도 운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그런 부탁을 했던 거죠. 수술 후에 보니 배가 다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운동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이래서는 링에 못 올라간다는 걸 알았죠. 너무도 큰 절망이었습니다.”

 

이왕표

담도암 수술 그리고 끝나지 않은 수술, 또 수술…

담도암 진단을 받고 10일째 되던 8월 14일, 이왕표 선수는 장장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담낭을 제거하고, 십이지장을 제거하고, 췌장의 3분의 1을 절단하는 큰 수술이었다.

“암 발병 부위는 모두 제거됐고, 전이됐거나 전이 가능성이 있는 장기 일부를 제거했습니다. 암 덩어리들을 모두 제거한 거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술 후 12일째 되던 날! 금식 중이어서 먹은 것도 없었는데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확 올라왔다. ‘어? 이상하다.’ 하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4일 후에야 깨어났다. 그 4일간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상황이 벌어졌다.

“아물지 않은 췌장에서 췌액이 흘러나와 간동맥을 녹였고, 간동맥이 터지면서 피가 혈관 밖으로 분출했던 겁니다. 수술 전날에 들었던 위험과 부작용 중에 퇴원 후에 간동맥이 터지면 사망한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회복기간이 길어져서 병원에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던 거죠.”

다시 시작된 8시간의 긴 수술 동안 위급상황은 끊이질 않았고, 그때마다 가족들이 여러 차례 호출됐다. 의료진은 췌장을 다 잘라내고 위도 일부를 잘라내야 한다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반대했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동맥의 출혈을 지혈하는 정도의 처치가 이뤄졌다. 이왕표 선수는 이때 췌장을 제거하지 않고 남겨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동맥에만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다. 대장의 게실도 파열돼 소장과 대장을 분리하는 수술도 해야 했다.

“4일 만에 눈을 떠보니 배에 장루 팩이 달려있었습니다. 그리고 몸무게가 80kg이 채 안 됐습니다. 190cm에 120kg이었는데 1차 수술 때 10kg이 빠졌고, 두 번째 수술 후엔 30kg이나 빠졌던 겁니다. 가죽과 뼈밖에 없었습니다. 의사들 말로는 근육이 없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의료진마저 살기 힘들 거로 생각했던 사람. 그러나 그는 불사조처럼 깨어났던 것이다. 그런 그를 의사들은 불사조, 철인이라고 불렀다.

“살아있음이 감사한 일이었지만, 야윈 모습과 배에 매달린 장루 비닐 팩을 보고 있자니 절망감을 떨쳐내기 어렵더군요.”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마치고 80일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시한부 퇴원이었다. 12월에는 분리된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기 위해 다시 수술대 위에 누워야만 했다. 세 번째 수술을 대기 중이던 그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효자 소리를 듣던 이왕표 선수였다. 어머니 삼우제를 마치고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12월 18일, 대장 복원 수술을 하고 2014년 1월에 퇴원했다.

“어찌 보면 수술 한 번으로 끝났어야 하는 건데 부작용 때문에 연속적으로 세 번 수술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0% 미만의 확률에 도전

이왕표

항암 치료를 받으러 종양내과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엔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암 수술 후 5개월이 지났네요. 너무 늦게 오셔서 항암 치료 시기를 놓쳤습니다. 지금 항암 치료를 한다 해도 좋아질 확률이 10%도 안 됩니다.”

그 말을 듣자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절망적이었다. 화도 났다. 죽을 고비 넘겨가며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왔는데 그런 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체력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아들일 기력도 없던 상황.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비록 항암 치료는 포기했지만, 10%도 안 되는 확률이라도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운동과 식이요법에 전념했습니다.”

암에 좋다는 음식은 적극 챙겨 먹고, 나쁘다는 음식은 모두 끊었다. 술, 탄 음식, 단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 등등 모두 끊었다. 그 덕분일까?

“올 2월부터는 병원에서 회를 먹어도 된다고 해서 회도 먹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먹어도 좋다는 것만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왕표 선수는 무엇을 먹어도 좋은지를 늘 의사와 상의한다. 의사가 먹으라고 한 것만 먹는다. 특히 음식을 잘 먹으라고 해서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직접 요리도 시작했고, 식품의 영양성분도 공부해가며 항암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둘 해본 요리를 묶어 책으로도 냈다. <앞치마를 두른 세계 챔피언>이 바로 그것이다.

“항암을 위해 식품을 공부하고, 늘 함께 하면서 큰 힘과 도움이 되어준 아내와 함께 항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투병 중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해서 책을 내게 됐죠.”

인세 전액은 이왕표 선수가 운영하는 학교폭력 추방 운동 단체 <울타리 클럽>에 기부돼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장학금, 학교폭력추방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위해 사용된다.

2015년 7월 현재 이왕표 선수는…

현재 3개월마다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외과 검사를 받는다. 피검사, CT 촬영 등의 검사를 받고, 1년에 한 번 PET도 찍는다. 현재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검사 결과가 다 정상 범위에 속한다. 체중도 80kg에서 현재 95kg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학교폭력추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항암 요리책 발간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왕표 선수는 “<울타리클럽>을 통해 선수 시절 아이들에게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고, 현재 제가 암과 싸우며 쏟아내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암 환우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2015년 8월은 암 수술 후 만 2년이 되는 달이다. 2년을 넘긴 이왕표 선수가 앞으로도 계속 포에버 챔피언의 자리를 빛내주기를 응원한다.

이왕표 선수의 암 관리 3종 세트는…

1. 후코이단,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후코이단을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1잔 또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 1잔, 자기 전에 1잔 먹는다.

2. 식초, 아침저녁 식후에 한 잔씩

퇴원 후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는 이왕표 선수. 그때 입맛을 되살려 준 것이 식초라고 한다. 아침저녁 식후에 유기농 현미식초를 물5 : 식초1의 비율로 타서 먹는다.

3. 알로에,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항암에 좋고 장에도 좋은 알로에를 아침 식전에 1잔, 저녁 식후에 1잔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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