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흡연은 서서히 하는 자살행위입니다.”?우리나라 금연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사람!?그래서 수많은 애연가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사람!?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서홍관 교수(57세)다.
그는 담배 없는 세상 만들기를 의학적 신념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흡연은 서서히 하는 자살행위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그래서 금연 전도사로 두 팔 걷어 부치고 열심인 그를 만나봤다.
어떤 결심
전주고를 거쳐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소문난 수재! 서홍관 교수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다.
그런 그에게 1988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인생 지침을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정표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의대를 마치고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양담배 수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쓰려고 담배 관련 논문을 섭렵하던 그는 아연실색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명백한 자해행위였어요. 서서히 하는 자살이었어요.”
막연히 안 좋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담배였다. 그래서 대학 입학과 함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던 그였다. 다들 그랬다. 성인이 되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간주되었고,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80%에 달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소중한 나의 몸에 발암물질을 마구 쏟아 붓는 격이었다. 소중한 나의 몸에 독성물질을 매일매일 집어넣는 일이었다. 그래서였다. 10년째 피우던 담배를 끊고 결심했다. 담배와 한판 승부를 벌여보자!
금연, 의학적 신념이 되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 다들 잘 모르고 있던 1990년대! 서홍관 교수는 시작했다. 만나는 환자들에게 금연부터 권하는 의사가 됐다. 담배의 해로움을 알리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대학병원에 금연클리닉도 개설했다. 환자도 없고, 호응도 낮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여겼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암에 걸려서, 혹은 심장혈관이 막혀서 병원에 찾아오면 그때부터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조언하는 현실! ‘왜 그런 말을 그 사람이 병에 걸리기 전에 못했을까?’ ‘다른 사람이 못하니 나라도 그 일을 해보자.’
그것은 금연 전도사 서홍관 교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담배 피우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던 때, 간접흡연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했던 시절, 서홍관 교수는 금연 운동가의 길을 자청하고 나섰다.
담배는 사망원인 1·2·3위의 공통인자
지난 25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금연 운동에 할애해 온 서홍관 교수가 밝히는 담배의 해악은 치명적이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담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인 암의 발생 주범이기 때문이다.
둘째, 담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2위인 뇌혈관질환의 발생 주범이기 때문이다.
셋째, 담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3위인 심혈관질환의 발생 주범이기 때문이다.
서홍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 2, 3위를 차지하는 질병들의 발생에 공통적으로 관여돼 있는 것이 담배”라며 “담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 건강을 도모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열 일 제쳐 두고 금연 전도사로 활동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연 운동가로 활동하며 금연정책의 큰 틀 마련
우리나라 금연 운동의 산 증인으로 활동해온 서홍관 교수에게는 지난 4월 기쁜 일도 있었다. 그동안 활발한 금연운동을 전개하여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 25년간 금연 전도사로 활동해오면서 서홍관 교수가 일군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금연정책의 큰 틀을 마련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부터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금연클리닉 프로그램 설계자도 바로 그다.
국립암센터에 금연콜센터를 설치하고 표준 답변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람도 바로 그다. 특히 2010년부터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제2대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굵직굵직한 성과들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값 인상을 통해 금연 붐을 마련했고
▶모든 음식점과 제과점, 커피전문점에서 완전 금연도 실현시켰다.
▶담뱃갑에 경고그림 넣기도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고
▶올 하반기부터 실시될 예정인 금연치료의 보험적용도 관철시켰다.
▶담배 종이에 불연소 링을 장착해 화재에 안전한 담배를 만든 것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으로서 일궈낸 쾌거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금연에 성공하는 노하우 따로 있나요?”
서홍관 교수가 권하는 금연 성공 노하우
1. 결심이 중요하다
큰 병에 걸렸을 때의 그 암담함을 생각해봐야 한다. 담뱃불은 내 생명의 끈이 타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2. 결심을 했는데도 쉽게 안 되면 금연 치료제나 보조제의 도움도 받아라
연구에 의하면 니코틴 대체제인 부프로피온의 경우 가짜약과 비교 실험한 결과 금연 성공률이 2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연 보조제인 바레리클린의 경우 가짜약보다 금연 성공률을 3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은 혼자가 아닌 전문의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 맞는 전문가를 찾아서 최소 3개월 동안 전문가와 상담하며 본인의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도록 하자.
3. 흡연 충동이 일어날 때는 다른 대체 행동을 하라
흡연이 생각날 때 집중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도 좋다. 등산이나 골프 등 땀을 흘리는 운동이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서홍관 교수는 “담배는 결국 의지로 끊어야 한다.”며 “내가 갑자기 쓰러지고, 중풍에 걸리고, 암에 걸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담배만은 반드시 끊을 것”을 권한다.
금연 전도사의 건강 지키는 노하우
담배의 해로움을 알리고, 간접흡연조차 안 된다며 종횡무진 바쁘게 살아온 서홍관 교수! 평소 건강은 어떻게 관리할까? 별 것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발한 방법은 아니지만 분명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1. 운동은 부지런함으로 대신한다.
일도 부지런히, 놀 때도 부지런히, 이동할 때도 빠른 속도로 걸어 다닌다. 운동시간을 따로 내지는 못하지만 점심 먹고 30분 정도 병원 뒤 정발산 산책하기는 꼭 실천한다.
2. 식습관은 소식하고 채소 위주로 먹되, 균형 잡힌 식단으로 먹는다.
많이 먹어서 병이 생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골고루 먹되 적게 먹기를 철칙으로 삼는다.
3. 일기를 쓰고 시를 쓰면서 날마다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릴 적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고, 일기를 쓰듯 시를 써서 시인으로 등단까지 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세 권의 시집을 냈고, 중학교 교과서에 두 종류의 시가 수록돼 있기도 하다. 일기를 쓰고 시를 쓰면서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삶에 대한 깊은 관조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늘도 여전히 금연 홍보맨으로 담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서홍관 교수! 틈틈이 시도 쓰고, 암예방검진센터를 이끌며 누구보다 숨가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암 예방은 어떻게 할까요?”
▶금연하고 ▶금주하고 ▶소식하면서 채식 위주로 먹고 ▶체중 조절을 하고 ▶정기적인 검진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건강의 진리는 언제나 평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식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끝까지 당부하는 말은 한 가지! “아직도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담배부터 끊으세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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