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입속 고질병인 잇몸병은 서서히 진행되면서 평생 화근이 되는 만성병이다. 평생 씹고, 뜯고, 맛보고를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이닦기, 치간 청결, 주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입속 건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구강 내 고질병 충치와 잇몸병
?질병에는 진행 과정과 심각성, 그리고 치유되는 방법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만성으로 서서히 진행되며, 한 번 진행되면 원상회복이 안 되고 계속 쌓여가는 질환을 우리는 고질병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고질병이 바로 성인들이 흔히 앓고 있는 고혈압, 당뇨병이다. 아무리 치료해도 완치란 힘들다. 그래서 이러한 질병이나 증상들은 치료라기보다는 관리라는 말을 주로 쓴다. 원상회복이 힘들기 때문이며,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일평생 동안 계속 관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구강병인 충치나 잇몸병은 바로 고질병이다. 널리 퍼져 있고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이고, 계속 쌓여가는 누진적 질환이다. 한 번 걸려서 일정 정도를 지나면 치료해도 완전 회복은 어렵다. 충치는 치료해도 치료한 흔적을 남기고, 잇몸병은 수술해도 악골 뼈가 파괴되어 얇아져 있고 치아 뿌리가 드러나서 치아가 길어 보이게 된다. 소실된 악골 뼈는 웬만한 노력으로도 원상회복이 힘들다. 그러니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구강 내 고질병이며, 일평생 계속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전신질환 일으키는 치주병, 예방이 최선
우리나라 성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잇몸병, 즉 치주병은 어떻게 발생되는 것일까? 먼저 입안의 세균들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가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먹게 되면 음식 내에 있는 당 성분과 단백질 성분들이 얇은 막을 형성해서 치아 표면에 붙게 된다. 특히 치아와 치아 사이나 치아와 잇몸 사이에 더 많이 붙어 있게 되는데 여기에 구강 내 각종 세균들이 몰려와서 이를 먹으며 함께 사는 것이다.
이러한 당 단백질의 얇은 막에 구강 내 세균들이 뭉쳐서 붙어있는 것을 치면세균막, 한자어로는 ‘치태’, 영어로는 ‘플랙’, 독일어로는 ‘프라그’라 한다. 치아 주위의 병, 즉 치주병은 바로 이러한 치면세균막으로부터 시작된다.
치면세균막의 세균들 중 특히 치주병을 잘 일으키는 세균들인 포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 같은 세균이나 긴 막대 모양의 필라멘트 형, 또는 꼬불꼬불한 모양의 나선균 형태의 세균들은 이러한 당단백질을 함께 먹으며 서식하면서 나름대로 대사활동을 하게 된다. 이들도 방귀를 뀌고 소변도 보고 대변도 본다. 방귀의 독가스를 내뿜는데 수억 마리의 세균들이 극미량씩 지속적으로 독소를 내뿜으면 주위의 잇몸에 염증이 유발된다. 즉 서서히 조금씩 빨갛게 부어오르는 것이다. 이것이 치은염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치면세균막이 제때에 닦이지 않고 오랜 기간 눌러 붙어 있으면 침 속에 있던 칼슘 성분과 인 성분을 서서히 흡수하여 조그만 석회화 물질, 즉 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물이 흘러가는 곳에는 돌이 잘 생긴다. 특히 조그만 찌꺼기가 가로막혀 있다면 그곳을 중심으로 흐르던 물이 저류되고 서서히 석회화되어 결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치아 주위도 마찬가지다. 치면세균막을 중심으로 서서히 석회화되면 이 돌들은 입이 움직일 때마다 주위의 잇몸과 스치게 되어서 자극을 받아 잇몸의 염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특히 치석이 잇몸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치아 뿌리를 꽉 잡고 있던 치조골을 파괴, 흡수시켜서 치조골의 높이가 점차 낮아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치아가 더 길어보이게 되며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치조골은 한 번 파괴, 흡수되면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원래대로 회복되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치주병이다. 치주병은 구강 내뿐만 아니라 만성으로 오래 방치하면 혈관, 심장, 뇌 등 여러 전신질환을 야기시키기에 미리미리 예방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치주병 예방은 이렇게~
치주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매 식후와 잠자기 전에 이를 잘 닦아서 치면세균막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아 사이는 치간칫솔과 소독액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세균의 감염을 방지하여 늘 입속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매년 한 번 이상 치과에 가서 생긴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시술을 받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도 되기에 15000원 정도 든다. 스케일링 후 치아가 더 시린 경우도 있는데 이는 그동안 치석이 두텁게 끼어 있어서 외부 감각에 둔해 있었으나 치석을 제거하고 나니 자극에 직접 치아가 노출되어 더 시리게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석으로 치아를 보호할 수는 없다. 치석은 제거하고 치과에서 지각둔화 약제 등을 바르며 면역을 키워야 할 것이다.
어떤 분은 잇몸 건강을 보강하는 약을 장기 복용하면 어떠냐고 묻는다. 손에 가시가 박혔으면 약을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먼저 가시를 뽑아내고 그 다음에 잇몸 튼튼 약을 먹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관리를 잘못해서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고 아프면 그 치료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잇몸 수술이다. 그런데 수술 후에도 치아가 길어 보이고, 치아 사이에 구멍이 숭숭 나 있으며, 치조골이 상당히 아래로 내려가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아니 수술 받았는데도 왜 이런가 하고 불만도 많겠지만 잇몸 수술은 젊었을 때 잇몸처럼 건강하게 되돌리려고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받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치과질환은 고질병이란 뜻이다.
▶올바른 이닦기 ▶치간 청결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잇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