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왕들이 쓰는 왕관을 영어로 크라운(crown)이라고 한다. 그런데 치과에서는 크라운이라면 인공으로 만든 치아의 관, 즉 인공치관을 말한다. 인공치관을 해 넣은 것을 옆에서 보면 마치 치아가 금관으로 된 왕관을 만들어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인공치관은 왜 씌우게 되는가?
가장 많은 경우에서 씌워야 하는 이유는 충치가 심하거나 치아가 부러졌거나 다른 어떤 이유에서 치아의 신경을 뽑아내고 몇 차례 소독한 후 치과 재료로써 치아 내부와 뿌리 쪽 세관까지 채워 넣는 소위 신경치료를 한 경우이다.
신경치료란 결국 생활력이 없는 죽은 치아를 보존하는 술식이기에 신경치료가 다 끝난 후에라도 잘 씹을 수가 없다. 자칫 딱딱한 것이나 질긴 것을 씹게 되면 치아가 두 쪽으로 쪼개지기 쉽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치관을 만들어 해당 치아를 씌워 주어야만 한다. 마치 치아에 철모를 쓰게 하듯이 말이다.
다양한 재료 활용법
인공치관을 만들어 씌워줄 때 그 재료가 좀 다양하다. 보통 어금니 치아는 주로 씹는 역할이 크니까 금속으로 된 치관을 만들어 씌워주게 된다. 금속 중 가장 인체 친화성이 좋은 것이 금이나 24K와 같은 순금을 사용할 수는 없다. 순금은 너무 물러서 씹는 압력에 변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보통 20K 정도를 쓴다.
노란 금색이 보기 싫어서 백금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귀금속의 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주석과 니켈 그리고 스트론티늄 등을 적절히 배합한 합금속을 사용하기도 한다. 구강 상태와 경제력, 외모 등을 고려하여 재료 선택 시 치과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씩 TV에서 옛날 사극을 방영할 때 배우들이 입을 벌리는 과정에서 얼핏 어금니 부위에 금속이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구강 내에 크라운을 하지 않았다.
근래에는 어금니라도 치아색과 비슷한 흰색 크라운을 원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포셀레인이라는 도재 즉 흰색 도자기 구운 것과 같은 원리로 제작한 크라운으로 씌워 넣기도 하고, 근래에 개발된 치과 재료인 지르코니아 재료로 인공치아를 깎아서 인공치관을 씌워주기도 한다.
도재의 치관은 심한 압력에 다소 깨질 염려가 있는 반면 지르코니아는 가격이 좀 비싸지만 성질이 단단하여 깨질 확률은 적지만 너무 단단하여 반대편 치아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입을 벌려도 다른 사람은 인공치관을 해 넣었는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앞니에 인공치관을 해 넣으려면 반드시 흰색 도재나 지르코니아로 만들어 씌워 줌으로써 가급적 다른 사람들이 인공치관을 했는지를 잘 모르게 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려고 노력하나 단점은 외부 충격에 잘 깨진다는 점이다. 외부 폭력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숟가락을 잘못 넣다가 인공치관의 일부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환자들은 깨진 조각을 들고 와서 혹시 붙일 수 없는가를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댁에서는 사기로 된 그릇의 가장자리가 조금 깨어지면 붙여서 쓰는지?”를 물어본다. 당연히 다시 인공치관을 만들어서 씌워 주어야 한다.
인공치관을 해 넣는 또 다른 이유는 치아가 너무 시릴 때이다. 치아도 노령화되면 씹는 면이 닳거나 일부 작은 잔금이 생기기도 하여 찬 것, 신 것을 먹을 때나 씹을 때 짜릿하게 감각이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도 치과의사의 판단에 따라 해당 치아를 씌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경우는 치아가 파절되었을 때이다. 앞니는 보통 폭력에 의해 파절되는 경우가 많고 어금니는 돌을 씹어서 파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의 경우 인공치관을 씌워야만 어느 정도 그 치아를 원만히 사용할 수 있다.
인공치아를 만들어 씌워야 하는 또 다른 경우는 치아가 한두 개 빠져 있을 때 양 옆의 치아를 깎아서 인공치관을 만들고 그 인공치관에 붙여서 빠진 치아 부위에 인공치아를 해 넣기 위한 수단으로서 남아 있는 양 옆의 기둥치아를 인공치관으로 씌우는 경우이다.
이는 마치 다리를 놓는 것처럼 양 옆에 기둥치아를 씌우고 가운데에 인공치아를 붙여 넣기에 이를 “다리 놓는다.”는 뜻에서 계속가공의치, 영어로는 브릿지(Bridge)라고 한다. 구강 내에 조그만 인공 보철물 다리가 하나 만들어진 셈이다.
보철물의 수명 늘리려면 철저한 관리가 필수
간혹 미용실에서 앞머리에 일부 염색한 것을 브릿지 해달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탈색이란 뜻의 ‘블리치(Bleach)’라는 영어 발음을 잘못해서 브릿지로 표현된 것이다. 브릿지도 어금니 부위는 금과 같은 금속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앞니 부위는 흰색 도재나 지르코니아로 만드는 경우가 많으나 재료 선택은 치과의사와 상의하여 정하게 된다. 이때 양 옆의 기둥 치아들은 건강하지만 괜히 깎아서 인공치관을 만들어 씌워야 하기에 너무 억울하다. 그래서 아예 빠진 치아 부위에만 턱뼈에 나사못을 심고 그 자리만 인공치아를 해 넣는 방법을 임플란트, 즉 인공치아 매식이라 한다.
어린 아동들의 젖니에도 간단한 합금으로 된 금속 재료로써 인공치관을 해 넣기도 한다. 충치가 심해서 신경치료를 한 유치, 또는 유치를 너무 일찍 뽑게 되어서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여 해당 치아를 씌워 주기도 한다.
인공치관이나 브릿지를 만들었을 때 아무래도 자신의 치아보다는 씹는 능률이 떨어진다. 보통 인공치관의 경우 자신의 원래 치아가 씹는 것의 80~90% 정도 씹을 수 있으며, 브릿지의 경우 60~80% 정도 씹는다고 한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인공치아나 브릿지의 경우 주위 경계 부위에 치면세균막, 즉, 프라그가 잘 부착되므로 충치나 치주병이 잘 발생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인공치관이나 브릿지를 해 넣을 때는 반드시 치과의사나 치위생사 등 치과진료 관계자들로부터 위생관리를 하는 방법을 확실히 배우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서 질병의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보철물의 평균 사용기간이 10~15년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우수한 치과의사 실력과 기술로 만들어 주었지만 평균 사용 수명이 10년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인공치관이나 브릿지를 해 넣고는 그 후 철저한 위생관리와 주기적인 치과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