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신승철의 치아시크릿] 이닦기는 언제부터 했을까?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108p

【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이를 안 닦는다면?

옛날에도 이를 닦았을까? 닦았다면 어떤 칫솔과 치약으로 어떤 방법으로 닦았을까?

옛날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를 닦지 않았다. 이를 계속 안 닦으면 구강 내가 너무나 불결해지고 입 냄새도 역겨울 정도로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하루 이를 닦지 않으면 구강 내가 평소보다 불결해지고 구강 세균의 양이 수십 배로 불어나게 된다. 이틀 안 닦으면 더욱 심해져서 세균의 숫자도 수백 배 불어나고, 입 냄새도 나게 된다.

그러나 삼일 연속 이를 닦지 않으면 이틀 안 닦은 것보다는 더 심하지만 그 정도가 극히 나빠지거나 세균이 수천 배로 불어나지는 않는다. 좀 더 심해질 뿐이다. 일주일이나 열흘 안 닦으면 삼일 안 닦은 것보다 조금 더 나빠질 뿐이다.

구강 내에 면역체계가 있고, 타액이 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일 년간 이를 안 닦은 것이나 일주일 안 닦은 것이나 큰 차이는 없게 된다는 말이다.

불결함과 세균의 양, 입 냄새는 그렇지만 구강이 청결할 때보다 불결할 때의 면역체계는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구강이 극도로 불결한 상태에서 다른 질환에 감염되거나 질병에 이환되면 면역체계의 약화로 회복이 잘 안 되고, 질병이 더욱 진전되기 쉬워 사망에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불결한 구강과 신체 상태면 면역체계가 쉽게 약화되기에 옛날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현재의 반밖에 안 되었던 이유다.

옛날 사람들 중 일부 상류층에서 이를 닦기는 했지만 매일 닦지는 않은 것 같다. 고대 중국에서나 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전해지지만, 일단 손가락으로 닦는 것이 가장 시초인 것 같다. 매우 가는 모래를 깨끗이 씻어서 모아두었다가 손가락에 묻혀서 치아 부위를 문지르며 이를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상류층에서 잔 솔잎을 여러 개 잘 뭉쳐서 짧게 자른 후 칫솔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 상류층에서는 이를 닦은 것으로 생각된다.

서양에서는 이집트에서 고운 진흙을 손가락이나 비교적 빳빳한 털을 가진 동물의 털로 만든 칫솔에 묻혀서 이를 닦았다는 기록이 가끔씩 나온다.

비교적 근대적인 모양의 칫솔이 개발된 것은 15세기다. 영국의 윌리엄 에디스라는 사람이 동물의 뼛조각을 갈아서 길고 납작하게 만든 다음 끝 부분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고 빳빳한 동물의 털을 끼워 넣어 가는 철사로 고정시킨 초창기의 칫솔을 발명하였다.

이를 가내 수공업 형태로 산업화하여 소수이긴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고 시민들에게 판매를 했단다. 이로써 관심 있는 국민들이 이를 닦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데는 기여했었다.

그 후 여러 가지 형태의 칫솔이 여러 발명가들로부터 나왔으나, 크게 보급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 중 나일론실이 개발되어 칫솔모로 사용되고, 플라스틱 제품이 개발되어 사출 형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국민 모두,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쉽게 칫솔을 사용하여 이를 닦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전 세계인들이 쉽게 이를 닦은 역사는 백 년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장수하려면 열심히 이를 닦자

과거 서양에서는 치약도 이집트 개발품인 가는 고운 진흙을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절에 동서양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아랍권 사람들이 시왁이라는 나뭇 가지를 잘게 씹어서 그 열매 성분을 치약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 성분을 본래의 세치제에 섞어 사용하기도 했다.

현대적인 치약은 역시 미국인들이 고운 진흙 성분이나 매우 가는 모래, 석회석 등의 성분에 때마침 개발되어 보급되던 세제인 계면활성제, 발포제를 약간 섞었다. 이것이 마르지 않도록 글리세린 같은 습제도 섞고 이를 크림모양으로 만들기 위한 부피 불리기 결합제를 섞어 이를 기본으로 뭉쳐서 튜브에 넣어 짜서 쓰도록 한 현대적 크림형 세치제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대량생산할 공장들을 세웠으니 바로 그 유명한 콜게이트, 크레스트 같은 회사들이다.

해방 직후 콜게이트 회사에 연구자로 유학 가서 제품 공정을 연수받고 온 한국의 젊은이가 한국전쟁 말 무렵, 부산에서 자신이 배워온 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겁고 깨끗이 사용할 세치제를 만들어 새로운 세치제를 개발해 보았는데 그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를 고민하였다.

일본에서는 치아를 연마하는 재료라 하여 ‘치마제’로 표현하고 있었으나 한국인들은 당시 미국제 약이라면 무엇이든 효과가 좋아 인기라는 점에 착안하여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약’이란 개념으로 ‘치약’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국민을 깨끗하게 해서 즐겁게 하는 치약이란 뜻으로 ‘락희치약’으로 브랜드화 하였다.

▲국내 최초 치약 <럭키치약> (사진: LG생활건강)

그 후 그 치약회사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치약을 약으로 아는 착각에 빠져들고 말았다.
매일 식사 후와 잠자기 전에 반드시 이를 닦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구강건강, 청결 및 전신건강을 위한 면역체계 증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에 장수하려면 열심히 이를 닦자.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신승철의 치아시크릿] 당뇨·고혈압 일으키는 주범? 치주병 막는 잇몸 튼튼하게~ 관리법

    2017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14p

    【건강다이제스트 |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왜 잇몸병을 풍치라고 하는가? 치아에 바람이 들었다고 나온 말 같다. 무에 바람이 들어 푸석해지고 습기가 많아지면 못 먹는다. 그런 의미로 잇몸에 병이 생긴 것을 치아에 바람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러니 바람 든 치아, 즉 풍치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치아 주위의 질병, 즉 치주병이다. 그 치주 조직의 하나가 치은이라고

  • [명의의 건강제안] 위내시경·대장내시경 꼭 받아야 할까?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강남베스트의원 이승남 박사】 누구나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불쾌감이나 고통 때문에 받기를 꺼려 한다. 의사인 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똑같이 느낀다. 하지만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시경 검사만이 위암이나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장암이나 위암의 증상은 심하게 진행되었을 때를 제외하고 초기에는 특이 증상이 없다.

  • [명의의 건강제안] 생존의 열쇠 미각의 ‘비밀’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14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신은 왜 인간에게 보고(視), 만지고(觸), 맛보며(味), 냄새 맡고(嗅), 듣는(聽) 오감을 주었을까? 아마도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을 건강하게 생존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감각이기에, 오감은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중 짠맛, 쓴맛, 신맛, 단맛,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味覺)은 먹을 수 있는 것을 잘 감지하도록 해

  • [명의의 건강비결] 쉽게! 재밌게! 국민건강주치의로~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 운동하세요!” 지금도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사극 드라마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도 그런 마음으로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알기 쉽게 건강정보를 설명한다. 잘못된 건강지식은 나쁜 습관으로 이어져 병을 만든다. 제대로 된 건강지식은 좋은 습관으로 이어져 ‘건강꽃’을 피운다. 20년 넘게 진료실에서

  • [생생희망가] 위암 수술 후 5년 완치의 주인공 유나경 씨 체험담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24p

    【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암으로 인해 더 행복한 오늘을 삽니다” 운이 좋았다. 국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2cm 크기의 위암은 수술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위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일주일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하지만 암은 수술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예전 같지 않은 몸, 재발에 대한 두려움까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음식 하나를 앞에 놓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