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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의 치아시크릿] 신경치료는 언제 하나?

2017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상큼호

【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번번이 기회를 놓치면 신경치료

이가 아프면 정말 못 참는다. 증세에 따라서는 짜릿하게 아픈 경우도 있고, 욱신욱신 쑤시기도 한다. 우리가 아픔을 느끼는 것은 치아나 치아 주위에 신경이 있기 때문이다. 신경에는 신경세포와 많은 결절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부분 말단에 자극을 받으면 전기를 타듯이 그 자극이 뇌에 전달되어 뇌에서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치아 자체가 아픔을 느끼는 경우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가장 흔한 경우가 충치이다. 충치가 처음 발생하여 치아의 최 외곽층인 법랑질(에나멜층)에 한정된 초기의 충치가 생겨 있을 때에는 보통 아무런 동통이나 불편감이 없다. 다만 검은 점이 치아 표면에 보일 뿐이다.

이럴 때 치과에 가서 그 점을 살짝 긁어내고 레진이나 실런트로 메워놓으면 간단히 예방이나 초기 치료가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럴 때 이것 때문에 치과에 찾아오는 환자는 거의 없다.

충치나 치주병 같은 구강병은 만성이고 누진성이 있으며, 한 번 생기면 감기처럼 절대로 저절로 완전하게 회복 될 수 없는 병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아주 초기에라도 예방이나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진행되고 누적되기 마련이다.

한 6개월쯤 지나서 충치가 치아의 법랑질을 지나 그 속에 있는 상아질(덴틴층)까지 침범하면 조금씩 통증이 온다. 찬 것, 단 것, 신 것을 먹고 마실 때에 갑자기 짜릿하게 아프기도 한다. 치아를 보면 검은 점이 아니라 검은 선이 깊게 생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닦거나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그 통증이 사라지기에 ‘아 저절로 낫겠지’ 라고 생각하거나 ‘좀 덜해질 것’이라며 치과에 안 가기도 한다.

사실 좀 늦었지만 이때라도 치과에 가서 치아에 구멍을 뚫어 충치 부분을 모두 도려내고 아말감, 레진 또는 금으로 그 부위를 막아 넣는 충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기회마저 놓치는 사람들도 많다. 치과 가기 싫어서이다.

충전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몇 개월이 지나면 이젠 가만있어도 통증이 온다.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 혈관조직까지 충치가 침범한 것이다. 낮에는 다른 일 하느라 동통에 신경을 못 써서 잘 못 느껴도 밤에 잠자려 하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에 시달린다. 찬 것보다는 뜨거운 것에 더 아프기도 한다.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조직이 부어서 염증이 생긴 것이다. 치아가 아파서 후끈거리기도 하여 보통 이럴 때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너무 늦게 온 것이다.

치과에서는 이럴 때 신경치료를 하게 된다. 즉 해당 치아에 국소 마취를 한 후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과 혈관을 뽑아내고 치아 내부를 마치 미이라처럼 소독 방부처리 한 다음 죽은 치아로 겨우 보존시켜 놓는 방법을 쓴다. 그렇게라도 자기 치아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이 신경치료의 기회마저 놓치고 계속 아픔을 참고 수일을 지내면 그때는 치주염이 치아의 뿌리 끝까지 감염되고 결국 치아의 뿌리 끝이 동그랗게 곪기 시작한다. 치아 뿌리 끝에 고름주머니가 만들어지면 아픔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 치아를 보존하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치아를 뽑아내고 인공치아 보철물로 그 부위를 대신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충전치료나 최소한 신경치료로 치아를 보존하도록 힘써야 한다.

충치 이외에도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치아가 매우 시린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충치 이외에 치아가 시린 경우는 치경부 마모증과 치아에 실금(크랙)이 간 경우이다. 치아가 시린 경우라도 초기에는 치아 표면에 지각 둔화 약제를 여러 번 바름으로써 과민성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하여 단 것, 찬 것, 신 것을 마실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시린 증상이 심하면 결국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폭력이나 외상으로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 치아 끝 조각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면 부위나 상태에 따라서 레진이나 인레이 방식의 충전으로 보강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경까지 노출 될 정도로 상처가 크다. 이럴 경우 반드시 신경을 뽑아내고 며칠간 소독 후 치과재료로써 치수강 내까지 채워 넣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앞니 등이 심하게 비뚤어졌을 때 이를 가지런하게 씌우기 위하여 심하게 비뚠 치아를 신경치료 한 후, 튀어나온 치아부위를 갈아버리고 가지런하게 고정성 보철물을 씌워 넣기도 한다.

그리고 치주병이 심하여 치주에 고름이 생겼기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신경치료와 더불어 치주 수술을 함께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러하듯 신경치료란 병든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죽은 치아 뿌리를 유지토록 치료하여 그냥 악골 속에 박혀 있도록 하는 치료술식이다. 결국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죽은 치아이기에 작은 압력에도 쉽게 부서지고 깨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반드시 금속이나 도재 등으로 치아를 씌워 주어야 한다.

신경치료 후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를~

신경치료의 술식은 먼저 국소마취를 해당 치아 주위에 하고난 후 고속 드릴로써 치아에 구멍을 뚫게 된다. 그 후 매우 가늘고 가시가 나있는 것 같은 미세침을 치아 구멍 속으로 넣어 신경을 감아서 꺼낸다.

신경은 마치 실지렁이처럼 가늘게 감겨 나오는데 신경이 잘려져 나오면 그때부터 치아 속은 통증을 못 느끼게 된다. 그 후 며칠 동안 치과를 계속 가서 치아 뿌리 속의 가는 세관을 소독하게 되며, 완전히 소독되어 미이라화 되었을 때 치아 뿌리 속 세관을 치과 재료로써 채워 넣게 된다. 그 후 치아 구멍도 필요한 시멘트나 충전재로 채워 넣고 나면 일단 신경치료는 끝나게 된다. 그런 다음 적절한 치관으로 치아를 씌워 주어야만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신경치료 중 신경을 제거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신경치료 과정에 지정된 날짜에 치과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핑계는 많다. 바빠서, 잊어 먹어서, 안 아프니까 등.

그러나 이런 경우에 몇 달 뒤 치아 뿌리 끝에 커다란 고름주머니나 심지어는 골수염이 생겨 해당 치아는 물론 이웃 치아까지 희생될 수 있으니 신경치료는 치과의사가 다 끝났다고 할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를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인 신경치료는 결국 죽은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그 수명은 자연치아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치아를 보존하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신경치료를 택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자신의 치아를 하루라도 더 오래 쓰도록 신경치료 받은 치아 주위를 더욱 더 열심히 그리고 깨끗이 닦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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