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
당뇨인구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현재 세계 당뇨인구는 전체의 약 5%. 2030년에는 2배로 증가해 10명 중 1명꼴이 될 전망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위협적인 당뇨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눈물(?) 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병’이기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이 더 많은 당뇨. 2009년 새해를 맞아 당뇨를 이겨낸 사람과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당뇨이야기를 소개한다.
당뇨와 한바탕 싸움 김월운 씨 체험담
올해 나이 칠십. 김월운 씨는 장장 20여 년 동안 당뇨를 달고 살았으니 당뇨 인생도 꽤나 오래 됐다. 매일 아침 당뇨약 4알을 먹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양재천변을 걸었다고 한다.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
“좋은 운동습관이시네요.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걷기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매우 좋은 운동이며, 달리기나 줄넘기, 자전거타기, 배드민턴 등도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혈당을 낮춰주고, 체중감소와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해 주죠. 또 인슐린 사용량을 5~10% 줄일 수 있어 적극 권합니다.”
젊어서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 1녀를 키우며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김월운 씨는 당뇨 덕분에(?) 인생을 더 활기차게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당뇨가 생겼을 때, 당시 몸무게가 70kg까지 나갔었습니다. 아무래도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제 몸 챙길 생각은 미처 못했던 것 같아요. 먹는 것도 신경 안 쓰고, 그냥 애들 키우며 그렇게 살아왔던 거죠.”
이런 김월운 씨에게 생활의 변화가 일던 것은 1989년 경. 일명 3다 현상이라 하여 ‘다음(多飮)’ 즉, 물을 자주 많이 마시게 되고, ‘다뇨(多尿)’ 즉, 소변을 자주 많이 보게 되고, ‘다식(多食)’ 즉, 음식을 많이 먹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 늘 극심한 피로감과 심적으로 권태감이 물밀듯 밀려왔다고 한다.
“삶이 즐겁지 않은 기분이랄까? 늘 피로하고, 남보다는 제 자신에게 자꾸 짜증을 내게 되고, 체중도 어마어마하게 불고, 목이 타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음식은 자꾸 당기고,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때였죠.”
⇒송기호 교수 : 사실 김월운 씨처럼 3다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긴 합니다. 그보다는 피로하고,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지감각이 저리는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당뇨 진단을 받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고 봐야죠.
기습적으로 찾아온 당뇨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이 한때 괴롭기까지 했다는 김월운 씨. 반면 지금까지 자식들을 위해 강인함으로 버텨온 인생이 억울해, 빨리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단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이면서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 그런 강한 의지 덕분에 더 절실한 삶의 애착이 생겼다는 것. 이때부터 당뇨와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당뇨 잡는 꼼꼼한 일상!
“당뇨는 생활병이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저의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짚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식생활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이 제일 중요했죠.”
먼저 육식 마니아였던 김월운 씨는 고기보기를 ‘돌’같이 했다. 또 두 공기씩 먹던 밥과 간식으로 달고 살던 떡, 감자, 고구마, 그리고 달달한 사탕까지 완전히 치워버렸다.
⇒송기호 교수 : 잘하셨어요. 당뇨환자는 밥, 빵, 국수, 떡, 감자, 고구마, 꿀, 라면, 과자, 사탕 등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과, 튀김, 부침, 중국요리, 삼겹살, 갈비, 치킨, 각종 탕(설렁탕, 곰탕) 등 지방이 많은 식품을 줄여야 합니다. 탄수화물 55~60%, 단백질 15~20%, 지방 20~25%로 섭취하되, 우유·채소류·과일류 등을 통해 비타민 및 기타 영양소를 섭취하세요.
또 현미잡곡밥과 어조류, 산채류(두릅나물, 취나물, 죽순 등), 버섯류 등을 주로 먹으며 식이요법에 주력해왔다. 그동안 먹고 싶은 유혹이 왜 없었겠느냐마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면 못 먹는 괴로움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혈당관리와 자가혈당검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 식사시간 전, 식사 2시간 후, 몸이 안 좋을 때, 잠자기 전 등 수시로 검사해 조금이라도 혈당이 올라가면 운동과 식이요법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그 결과 김월운 씨는 58~60kg의 체중을 10년 넘게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식이요법과 운동, 혈당관리를 잘한 덕분에 인슐린 주사를 맞지는 않습니다. 당뇨와 맞서 싸워 이겨낸 거죠. 그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어요. 어디 가서 칠순이라고 하면 정말 아무도 안 믿는 거 있죠? 호호호”
⇒송기호 교수 : 힘든 고비를 잘 넘기셨군요. 보통 자기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무거운 비만형일 경우 섭취열량을 줄여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하루 1,200~1,400kcal 정도를 섭취하면, 일주일마다 0.5kg~1kg씩 줄일 수가 있습니다.
한결 환한 미소로 호탕하게 웃는 김월운 씨. 인생은 육십 아니, 칠십부터임을 온몸으로 증명하며 앞으로의 인생도 보다 건강하게 영위해나가길 바래본다.
☞당뇨 물리치는 닥터 TIP
건국대학교병원 심혈관외과 송명근 교수
“당뇨 합병증은 조기 발견으로 예방하세요!”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한 사망률 중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것이 1위를 차지할 만큼 매우 심각하고도 중요합니다. 특히 당뇨병 관리의 가장 중요한 3요소는 조기발견, 심장건강, 생활습관 확립(여기에는 적절한 식이요법, 운동과 스트레스의 관리가 포함됨)과 적절한 약물요법을 들 수 있습니다.
▶조기발견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공복 시 혈당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빈도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심장건강 생활습관은 단당류(정제된 음식인 설탕, 시럽이나 사탕, 쿠키, 탄산음료 등)를 섭취하는 대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겠죠. 당뇨환자는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를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외에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약물요법은 김월운 씨와 같이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일 경우 초기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 스트레스의 관리 등과 같은 심장 건강생활습관 및 주치의 처방에 의한 경구용 약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당뇨발클리닉 신동혁 교수
“당뇨 환자의 발 관리 수칙 8가지”
당뇨환자들은 ‘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면양말을 신고 ▷양말 자주 갈아 신고 ▷발을 잘 말려주고 ▷걷기 시 조깅화를 착용하고 ▷맨발로 다니지 않고 ▷각질은 젖지 않은 상태에서 제거, 잘 씻고 말린 다음 로션을 꼭 발라주고 ▷발톱을 지나치게 짧게 깎거나 살 속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하고 ▷발에 압박을 주지 않는 기능성 밑창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안과 문준웅 교수
“당뇨 망막증 예방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
당뇨 진단을 받으면 망막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꼭 하셔야 합니다.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약 90%가 속합니다. 여러 가지 망막혈관의 이상소견과 출혈, 망막부종 등이 나타나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하게 되죠. 따라서 정기적인 진찰은 필수이며,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 광응고술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