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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간암 이겨낸 김귀향 씨 인생고백

2009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꽃호

【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암은 오히려 제 삶의 축복이었습니다!”

간암 선고 후 조금 나아졌다고 방심을 해버렸다. 괜찮아진 줄 알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간암 발병 후, 그녀는 절망 끝에서 뜻하지 않은 기적을 만났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과 주변 지인들과의 만남이 바로 그 ‘기적’이었다.

삶의 무지막지한 피로감

어릴 때부터 억척 누나였던 김귀향 씨(48). 그녀는 3남 1녀의 장녀로 누나이자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해내며 살아왔다. 게다가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의 남편을 보필하며 어언 고등학생이 된 두 아들, 딸의 엄마이자 10여 년간 학습지 교사로서 1인 3역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젊었을 때 열심히 벌자는 욕심도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아내이자 엄마로서, 또 장녀로서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삶의 무게도 피할 수 없었다. 어찌보면 스스로를 ‘철의 여인’이라 최면을 걸며 버겁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늘 피로감에 시달렸죠. 주말에는 거의 잠만 잘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는데, 그 생활을 10년 넘도록 계속했습니다. 사실 저는 간염 보균자여서 늘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긴 했는데, 발병 당시까지 무지막지한 피로감 외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었죠. 원래 간은 좀 무디잖아요. 게다가 간암 선고 직전인 2004년에 친정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었어요.

거의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여서 충격이 더 컸고, 당시 두 남동생은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제가 갑자기 어머니의 역할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저를 짓눌렀던 것 같아요. 일, 가족, 생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몸을 극심하게 혹사시켰던 것 같아요. 지독할 정도로…”

간암 2기, 그리고 6개월만의 재발

이런 무거운 삶의 고충을 말없이 감내하던 김귀향 씨는 결국 2005년 9월 간암 2기를 선고받았다. 극심한 과로로 결국 암 덩어리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참 희한하죠? 병원에서 3cm라고, 수술만 하면 큰 문제없겠다고 하셔서 처음 간암선고를 받았을 때에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어요. 한 6개월 정도 지나니 그냥 예전처럼 생활해도 되겠다 싶었죠. 다 나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게 화근이었죠.”

일을 재개하면서 식습관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제대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것은 다반사.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니 자극적인 음식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밤 11시까지 강행군이 계속 되었다. 결국 일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그녀의 몸에 또 다시 암 덩어리가 재발했다. 두 번째 암 덩어리는 첫 번째와는 달리, 몸서리 처지게 두려움으로 엄습해왔다.

“그때서야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너무 절망스러웠었죠.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암 선고는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암 발병 후 5년 이상 재발하지 않아야 완치된 거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암은 완치의 개념이 아닙니다. 10년, 20년 동안 재발하지 않았다 해도 한 순간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면 또 다시 찾아오는 게 바로 암이라고 말이죠.”

육류, 우유, 계란, 멸치는 NO!

그야말로 두 번 죽다 살아난 김귀향 씨는 즉시 일을 그만두었다.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마음의 욕심과 허투루 생활했던 모든 식습관을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이상구 박사님을 만나 모 건강동호회와 인연을 맺으며, 암환자 선배 등 주변 지인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다시금 삶을 바로잡아갔다.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를, 한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암 덩어리들과 맞서기 위해 바지런한 삶을 택한 것이다.

“전 우울할 시간도 없어요. 집 근처(퇴계원면)에 50평의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데 배추, 고구마, 야콘, 감자, 상추 등을 재배해서 먹고 있죠. 암 환자들이 대부분인 모 건강동호회에서 활동하며 그곳에서 합창단 일도 하고 있어요. 간간이 봉사활동도 하고, 매일 2시간씩 뒷산에 오르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두 아이들과 남편 보필도 하고… 아휴, 이렇게 보내니 암 덩어리는 아예 쳐들어올 엄두도 못내요. 암환자라고 암울하게 누워만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저처럼 건강하고 규칙적으로, 하지만 즐겁고 바지런하게 생활해야 합니다. 그게 암을 이기는 방법이죠.”

김귀향 씨의 이런 씩씩한 언변은 두 번째 간암 발병 후 생긴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다. 그녀는 원래부터 술, 담배는 물론 육류도 즐겨하지 않았지만 채식으로 식습관을 전면 바꾸었다. 심지어 우유나 계란도 피하고 간식은 일절 먹지 않으며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로 식단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간의 축복을 받았어요. 암이 저의 삶을 축복한 것이죠. 긍정의 삶, 즐거운 마음, 그리고 건전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암이라는 녀석이 말이죠.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불과 두서너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전 절망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고통이 엄습해 와도 행복하게 이겨내려고요. 사랑하는 어머니의 몫까지 정말 열심히, 건강하게 살 겁니다.”

촉촉해진 눈가를 뒤로 한 채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귀향 씨.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암의 축복’이란 삶의 끝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 용기가 아닐까? 그 용기에 다시금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2009년 새해에도 건강과 희망이 함께 하길 바래본다.

김귀향 씨의 유기농 식습관

◐ 하루 2ℓ의 물(증류수)을 수시로 마신다. 어떤 물이나 다 좋겠지만 전 증류수 기기를 사서 증류수로 마십니다.

◐ 간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간식의 해로움은 그야말로 심각합니다. 간식은 독이니, 절대 피하세요.

◐ 직접 농사 지은 야콘, 감자, 고구마 등을 곁들여 먹는다. 농사 덕분에 몸도 건강해지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 콩, 두부와 견과류는 항시 챙겨먹는다. 콩류는 늘 빼놓지 않고 먹습니다. 아침 식사 시 꼭 챙겨 드세요.

◐ 육류, 우유, 계란, 멸치는 피하되 유기농 과일을 먹는다. 육류는 물론 우유와 계란은 피하되 대신 과일을 많이 먹죠.

◐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등산을 한다. 집 뒷산에 오전 10시쯤 올라가 2시간 정도 가벼운 등산을 합니다.

◐ 종교든 취미활동이든 삶의 즐거움을 찾는다. 우울함은 적입니다. 저처럼 종교나 동호회 활동으로 활력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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