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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진화하는 실버타운 똑똑한 선택요령

【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장경영 수석연구원】

“나이 들면 자식 눈치 볼 필요 없이 실버타운에서 살고 싶지.”

한 할머니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할머니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 우리 옆집 여자가 실버타운 들어간다는데, 얘기 들어보니 부럽더라고. 돈 있으면 나도 들어가고 싶어.”

점차 노년인구가 늘어나고 자식이 부모를 꼭 부양해야 한다는 우리들의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차라리 부부끼리 또는 홀로 살고 싶다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불편하게 자식 눈치 보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 실버타운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실버타운에 대한 개념은 막연하다. 더욱이 무엇을 따져보고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

조만간 우리들의 보편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실버타운, 똑똑한 선택 요령을 미리미리 점검해보자.

날로 진화하는 실버타운

과거에는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소외된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 부모를 돌볼 수 없는 자식들이 보내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최근에는 ‘시니어타운’이라는 명칭을 많이 쓴다. 하지만 실버타운도, 시니어타운도 노인복지법상 공식명칭은 ‘노인복지주택’이다. 말 그대로 식사나 청소 등의 전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인 셈이다.

1998년 서울 최초의 실버타운인 ‘서울시니어스타워’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서 ‘삼성노블카운티’ ‘그레이스 힐’ ‘더헤리티지’ ‘노블레스타워’ 등의 고급 실버타운이 등장했다. 이후 실버타운은 노후 거주지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실버타운이라고 해도 꾸준히 경제적 활동을 하고, 도시생활에 익숙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도심형, 도시근교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인근 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교류함으로써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특장점들을 내세운 실버타운이 많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장경영 수석연구원은 “만약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한다면 다음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 현금자금을 따져보라

자기 명의의 집, 즉 부동산은 실질적인 생활비를 조달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은퇴 후에도 월급처럼 매달 안정적으로 나오는 소득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소득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실버타운을 고려해야 한다.

실버타운은 크게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분양형은 일반 아파트처럼 소유하는 것이고, 임대형은 입주보증금을 내고,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국인의 정서상 투자 목적으로 혹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분양형을 많이들 선호한다. 그래서 최근 도시근교 실버타운들의 분양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양형은 큰돈을 들여 사야 하기 때문에 은퇴 이후 소득을 고려해서라도 신중해야 한다. 임대형 역시 입주 당시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100세 시대를 앞둔 만큼, 노후 자금 계획은 필수다.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라

나이가 들수록 거주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실버타운 역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은퇴 후에도 대도시의 문화·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여러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싶다면 ‘도시생활형’, 한적하고 여유롭게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다면 ‘전원생활형’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이 어느 쪽에 더 적합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실버타운은 입지에 따라 도심형,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최근에는 도심형과 전원형의 장점을 고루 갖춘 도시근교형이 인기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녀나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 실버타운이 있는 것이 좋다.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야 자주 찾아오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운영 주체인지 따져라

오랜 시간 살 곳이므로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주체가 믿을 만한 곳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분양형이라면 분양이 끝난 뒤에도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살펴봐야 한다.

또 청소나 식사, 그 외 동호회나 여가 프로그램, 의료시설 등의 서비스가 어떠한지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직원이 많다면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높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관리비의 대부분이 인건비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만큼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입주 전 방문해 여러 가지를 직접 살펴보는 것이 좋다.

외부와의 교류가 원활한지 살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령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주변에서 아이 출산, 결혼 등의 소식보다는 병의 악화, 사망 등의 소식을 접할 기회가 더 많은 만큼 자칫 우울함이나 소외감, 정체감 등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실버타운은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을 젊은 사람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인근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꾀하기도 한다.

서민형 실버타운 등장도 예상

물론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 고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주택일 뿐,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인 만큼,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장경영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발전된 실버타운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경우, 단순히 거주지 차원에서 벗어나 노인들이 자신들의 편의대로 도시를 가꾸고 변화시키는 일종의 문화운동으로도 발전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 역시 좀 더 현실적이고 서민들에게 문턱이 낮은 실버타운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은퇴 후 시간도 길어진 만큼, 미리미리 재정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버타워 입주 5년차 권성희 씨 “이곳에서 더 젊게 즐겁게 살아요”

전직 유치원 원장이었던 권성희(73세) 씨는 2008년 4월에 시니어스 가양타워에 입주했다. 올해로 5년차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당산동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그녀는 특별히 실버타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전부터 실버타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는 딸 셋이 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는 딸만 셋인데, 그런 딸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었고요. 그런데 이곳은 서울권이고 교통도 편리해 딸들도 찾아오기 쉽고, 저도 외출하기 편해요. 더군다나 둘째딸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해요.”

그녀의 일과는 새벽 6시 반에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30분 정도 명상을 하고, 잠깐 종교방송을 본 후 혈당 체크와 식사를 한다. 그리고 9시 반이면 복지관으로 향한다. 뮤지컬을 배우기도 하고, 상담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얼마 전에는 웃음 코디 1급 자격증도 땄다. 퇴근 후에는 식사를 하고 포켓볼이나 탁구를 친다. 그러고선 헬스장에서 잠시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서 하루의 피로를 털어낸다. 이후 영양제를 먹고 잠들기 전 책을 읽는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0시 반 정도다.

이곳에 들어와 좋은 점 중 하나는 ‘가사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나이가 들면 무엇보다 영양섭취가 중요한데, 식단이 정해져 있고 다양하게 골라먹을 수 있으니 입도 즐겁다. 또 항상 죽이 준비돼 있어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불편할 때는 죽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건물 내에 의료시설이 있어 감기에 걸리거나 아픈 곳이 있으면 바로 찾아가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주치의 개념이라 당뇨가 있는 그녀의 혈당 조절도 훨씬 수월하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벌써부터 실버타운이냐?”면서 반대하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러워한다고.

유치원 원장직은 은퇴했지만, 이제 여가문화 지도사로, 또 복지관 상담 도우미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녀는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시설 안에서 즐기는 다양한 여가활동들은 그녀를 더욱 활기차고 젊게 만든다.

“30개가 넘는 동아리들이 있는데 특히 저는 노래를 좋아해서 합창단 활동을 해요. 작년 말에는 합창단에서 솔로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고 감사하죠.”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바쁘다는 그녀에게서 외로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연애도 해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녀에게서는 삶의 여유와 즐거움이 묻어난다.

장경영 수석연구원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 산업부·증권부·국제부 기자를 거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은퇴모델 정립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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