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와이즈자산관리연구소 조철호 소장】
항산항심 (恒産恒心)! ‘항산 없이 항심 없다. 재물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바른 마음을 지니기 어렵다.’ 2300여 년 전 맹자가 한 말이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모두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서민 복지를 위한다던 정부 정책과 세제개편은 2014년 귀속 연말정산 결과 지갑을 더욱 얇아지게 만들어 우리 모두의 분노를 사고 있다. 수입은 줄고 세금은 늘어 저마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항산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국민들의 항심마저 무너져 나라가 어지러워질까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해 버렸다. 앞으로 성장은 더뎌지고 국고는 부족해져 갈수록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입을 급격히 늘리거나 효율적인 소비지출 관리를 통해 중산층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입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어려운 만큼 소비를 줄이는 것도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온갖 매체를 통해 24시간 우리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현대 상업주의 아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불필요한 소비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소비지출에 대한 관리 원칙이 필요하다.
1 월 지출을 체크하라
효율적인 지출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지출현황을 알아야 한다.
돈은 보통 돈의 흐름을 모르는 곳에서 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손쉽게 파악하기 위해서 지출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보자.
여기서 말하는 월 지출은 매월 발생하는 지출을 말한다. 이중에서 관리비, 공과금, 교육비 등은 본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그 씀씀이가 크게 줄지 않는 항목이다.
이러한 지출은 보통 예비자금통장 등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구성한다. 나도 모르게 돈이 새는 곳은 가정의 식비, 외식비, 가사용품 등의 월 생활비나 직장인들의 용돈, 유흥, 문화비 등인 경우이다.
대부분의 소비를 신용카드로 하므로 미리 정해놓고 쓰지 않으면 한 달에 얼마를 썼는지조차 잘 모른다. 카드대금 청구서가 나와야만 ‘아, 얼마를 썼구나!’ 하고 알게 되고, 생각보다 청구대금이 많다는 것에 한숨짓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한 달 사용액을 미리 정하여 매월 1일에 생활비 통장에 해당금액을 자동이체 되도록 설정하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체크카드의 ‘잔액 문자메시지 통보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한 달 생활비를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생활비를 60만 원으로 정하고 5일 단위로 소비지출의 적정 진도표를 만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구성하면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휴대폰에 통장잔고가 통보되므로 날짜에 맞게 균형 있는 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이 15일인데 통장잔고가 30만 원 이하라면 한 주 정도 주말의 할인마트 장보기를 건너뛰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주말 장을 10~20만 원어치 봐도 2~3일 지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 것이 변변치 않은 것을 종종 경험해봤을 것이다. 반대로 주말 장을 안 보고 근처 슈퍼나 재래시장에서 필요한 만큼씩 사다 먹어도 한 주가 그런대로 살아진다.
또한 가족의 외식은 월말에 한다는 규칙을 세우는 것도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5일 잔고가 15만 원 이상이라면 가족 모두 근사하게 나들이 외식을 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집에서 치킨이나 피자 파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직장인의 용돈 등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하여 사용한다면 한 달을 정해진 금액으로 균형 있게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기에 좋다.
2 연 지출을 체크하라
연 지출은 계절적으로 발생하거나 명절, 기념일 등의 이벤트로 발생하는 지출이다. 이 부분은 보너스 등의 수입의 흐름이나 이벤트에 임하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그 지출 규모가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미리 지출에 대한 예산을 수립해 합리적인 지출계획을 세우면 자기 의지에 따라 소비의 만족도를 올리면서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리를 위해 거창하게 가계부까지 작성할 필요는 없다. 연 지출 전용 통장을 만들어놓고 그 통장의 첫 장에 다음과 같은 진도표 한 장만 붙이는 것으로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때 통장은 CMA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으며, 해당 소비는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좋다.
연 지출 진도표에서처럼 의류/신발 등의 피복비에 연간 200만 원을 책정했다고 가정하자. 봄맞이로 가족의 옷을 40만 원어치 구입했다면 집에 와서 할 일은 가계부를 작성할 필요 없이 피복비 200만 원 칸에 사선을 긋고 그 옆에 남은 예산 160만 원을 기입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만약 겨울이 와서 코트를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남은 예산은 50만 원인데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코트를 봤더니 가격이 99만 원이라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때 적지 않은 이들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예산에 맞춰 저렴한 옷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소비는 차라리 안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옷장을 한 번 열어보라. 마음에 들지 않아 한두 번 입고 마는 옷은 없는지.
이때는 다른 항목의 남은 예산 중 (휴가비나 예비비 등) 해당 소비를 줄이고 전용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체크해 보는 것이 포인트다. 이는 하나의 소비만 놓고 볼 때는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에 모호하지만, 다른 비교 대상이 있을 때는 어떤 소비지출이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지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 다른 항목에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그때는 마음에 드는 코트를 사고 다음해의 피복비 예산을 줄여 잡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차피 돈이란 쓰려고 버는 것이다.
고객들의 재무상담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소비지출 관리시스템이 소비의 만족도는 올리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소비지출을 보통 10~20% 정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만약 연소득 5천만 원인 사람이 여유가 없어 저축을 하나도 못하고 있는 경우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연간 500~1000만 원가량을 저축할 여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저축은 맹목적인 소비 통제가 아니다. 저축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래의 소비에 있다. 그리고 평생에 걸친 건전하고 균형 있는 소비는 삶의 만족도를 더 올려줄 수 있는 것이다.
조철호 소장은 2004년 금융감독원장 표창을 받고, 2012년에 한화투자증권 연도대상 (챔피언)을 받았으며, 투자자산운용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을 보유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이다. 중앙일보, 펀드닥터, daum 칼럼니스트로와 재무상담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돈을 디자인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