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와이즈자산관리연구소 조철호 소장】
세계적인 경제학자 케인즈는 저서 <저축의 역설 The paradox do saving>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오히려 내수를 줄이고 경제활동을 저하시켜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가 저축이 경제에 악덕이 될 수 있으며, 이 현상은 경기가 불황일 때 더욱 심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호황일 때 저축을 많이 할까? 불황일 때 저축을 많이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케인즈의 말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불황에는 수입이 줄어 저축 여력이 줄어들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국내 경기도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모두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저축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새해를 맞이하여 필자에게 저축과 투자에 대한 좋은 방법을 묻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저축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저축에서 성공 확률이라니…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축이란 투자와는 달리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일정 기간에 목표자금을 안전하게 모을 수 있는 대신 고수익을 포기하고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중도해약을 하게 되면 이 낮은 수익률마저도 얻지 못한다. 2008년 ‘네오머니’라는 재테크사이트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정기적금의 경우 만기유지율이 1년 만기 67%, 3년 만기 29%, 5년 만기 1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성공적인 저축을 위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만기까지 목표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 나누고 쪼개라. 5:2:2:1의 법칙
많은 사람들이 연말 상여나 성과급이 나오면 목돈을 한꺼번에 정기예금으로 예치하곤 한다. 그런데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로 급전이 필요해지면 눈물을 머금고 해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쓰고 남은 돈은 재예치하기보다는 흐지부지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돈 관리의 포인트는 중도해지로 인한 약정이자 손해를 최소로 줄이고, 쓰고 남은 돈이 허투로 없어지지 않도록 장치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이때 5:2:2:1의 법칙이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만약 1000만 원의 정기예금을 가입한다면 다음과 같이 나누어 가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렇게 4개로 나누어 가입하면 중간에 급전이 필요할 때 1000만 원을 다 중도해지 할 필요 없이 필요한 금액만큼만 찾아서 쓸 수 있다. 1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면 d를 해지하고,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면 b를 해지하고, 3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면 c·d를 해지하고, 4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면 b·c를 해지하고,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면 a만 해지한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500만 원 이상이 필요할 때도 필요한 금액만 해지하고 나머지는 만기까지 유지해 약정이자를 다 받을 수 있다. 또한 목돈을 깨서 쓰고 남은 돈이 흐지부지 없어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여러 개로 나누어 가입하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면 인터넷뱅킹을 통한 인터넷 전용상품에 눈을 돌려보자. 생각보다 가입도 손쉽고, 여러 개로 쪼개도 직원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더구나 대부분의 은행이 인터넷 전용 상품에는 0.1~0.2% 정도 우대금리까지 적용해준다.
2 적금보다 예금이 성공하기 쉽다
정기적금은 정기예금에 비해 만기유지율이 크게 떨어진다. 예금은 목돈의 여유가 있을 때 가입하고, 적금은 돈을 모아보겠다는 의지로 가입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급한 일이 생기면 중도해약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적금은 이것 말고도 중도해약 하게 되는 이유가 더 있다. 납입금액을 무리하게 잡아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부담되고 힘들어지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몇 달 밀리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도 포기하고 해지의 길을 걷는다.
과거 필자가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적금 미납으로 인해 해지하러 오는 고객은 하루에도 여러 명이 있었지만, 몇 달치 밀린 적금을 내겠다고 오는 고객은 몇 년 동안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기예금은 보통 50만 원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매달 50만 원 이상의 적금을 계획하고 있다면 적금 대신 매달 정기예금을 하나씩 가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정기예금보다 정기적금의 이자율이 높아서 정기적금을 가입한다면 그때는 금액을 쪼개서 1에서 설명한 비율로 나누어 가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3 지루하면 실패한다
필자는 신혼시절에 재무계획을 세운 뒤 목표별로 저축액을 나누고, 같은 재무 목표라도 중도해지 리스크를 줄이려고 금액을 나누었기 때문에 통장이 20여 개나 되었다.
저축에 한창 재미를 붙인 다음부터 한 달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각종 저축이 자동 이체된 다음날이었다. 20여 개의 통장을 하나하나 찍어보며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년이 지나 만기가 되는 통장이 생기면 그 원리금을 재투자 하는데, 어떤 상품을 가입할까를 고민하며 이 상품 저 상품 비교하는 것이 또 다른 설렘이 되었다. 그렇게 2~3년이 지나자 투자를 위한 종잣돈이 제법 모이게 되었다.
이런 경험으로 저축에 대한 상담을 하러오는 고객이 있으면 되도록 기간은 짧게, 금액은 나누어서 가입하도록 권유한다. 적금 기간이 길면 중도해지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또한 만기가 길면 지루하다. 중간에 그 지루함을 달래줄 이벤트가 필요하다. 저축에서 만기이자를 받는 것보다 즐거운 이벤트가 또 있겠는가! 지루하지 않은 저축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요령이다. 지루해지면 실패한다.
4 저축액을 늘리는 것이 최고다
저축은 목표자금을 모아가는 데 가장 안전한 방법이면서도 저수익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기간 이내에 목표자금을 모으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저축 금액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저축과 투자에 대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소비지출관리를 소홀히 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밑천이 작으면 결과물도 작다. 저축액을 늘리는 데는 소비지출 관리가 필수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본지 지난호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적금을 깨는 이유 1위가 바로 신용카드 사용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도 심심찮게 발표되고 있다.
2013년 한 일간지의 보도에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이 적금을 깨는 이유 1위가 ‘카드값 충당’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는 “적금을 만기 이전에 중도 해약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적금을 중도 해약하는 이유로는 ‘카드값을 충당하기 위해서’가 37%로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는 ‘생활비 부족’(29%), ‘월납입액과 잔여 납부 기간이 부담돼서’(12%), ‘문화생활비 마련’(7%) 등이 뒤를 이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조철호 소장은 2004년 금융감독원장 표창을 받고, 2012년에 한화투자증권 연도대상 (챔피언)을 받았으며, 투자자산운용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을 보유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이다. 중앙일보, 펀드닥터, daum 칼럼니스트로와 재무상담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돈을 디자인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