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현아 기자】
【도움말 |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승훈 교수(폐센터장)】
중견기업 부장인 최성준 씨(45·서울 송파구)는 담배 인생 28년차다. 10대 후반부터 담배를 피운 그는 담뱃값 인상 소식을 듣고도 여전히 끽연을 즐기고 있다.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 데다 아내의 잔소리도 장난 아니게 심하지만 여태 담배를 끊을 결심을 못했다. 더 솔직하게는 ‘나야 폐질환에 안 걸리겠지.’하는 마음이 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흡연을 해왔지만 폐질환을 앓은 내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력이 없으니 괜찮다는 최 씨의 생각은 과연 맞을까? 지금부터 그 비밀을 캐보자.?
나이 들수록 치명적인 폐질환!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승훈 교수(폐센터장)는 “다른 질환처럼 만성 폐질환도 가족력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흡연한 가족이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나 역시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바로 흡연이다. 두 번째가 대기오염 물질이다. 폐질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병인지 모르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폐암뿐 아니라 만성 폐질환도 생명과 직결된다. 감염성 폐질환이나 수술이 가능한 초기 폐암, 아주 약이 잘 듣는 천식은 치료가 되지만 만성 폐질환은 치료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 폐질환은 다 고령자에게 생기는데 젊은이들은 몸이 약간 나빠져도 면역력으로 견뎌내지만 노인들은 사망으로 이어진다. 고령자에겐 폐암만큼 무서운 병이 폐렴이다. 폐에 감염증이 생기면 만성적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을 겪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고통스럽다. 인생이 편하려면 숨 쉬는 게 편안해야 한다.
폐결핵,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 폐질환을 오래 앓은 사람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폐결핵이 있으면 1.5∼2배, 흡연자들에게 흔한 폐기종은 5배가량 폐암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폐암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가 폭증하고 있다. 장수하고 싶으면 폐 건강을 지켜야 한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폐는 왜 존재할까?
우선 폐의 기능부터 간단히 알아보자. 쉽게 말해 폐는 대기 중 공기로부터 산소를 뽑아서 몸 안에 공급해준다. 신체에서 하는 유일한 기능이다. 대기 중 공기에서 딸려오는 먼지, 세균, 바이러스 등 유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 산소가 몸 안의 세포로 전달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폐는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왜 폐암이 ‘조용한 암’으로 불리게 됐을까? 감각신경이 자극을 받아야 우리는 신체의 이상을 느낀다. 그런데 폐에는 감각신경이 분포하지 않는다. 암 덩어리가 자라도 못 느낀다. 암 덩어리가 점점 커져서 감각신경이 분포된 폐 옆의 구조물을 건드려야 증상이 드러난다. 예컨대 가슴벽(흉벽), 갈비뼈, 늑막 등을 건드리거나 기관지가 막혀 기침, 가래, 피가 나오거나 심장을 눌러 숨이 차게 될 때야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미 몸에 암이 퍼졌으니 살길이 없다. 폐암은 늦게 발견되고, 빨리 증식하며, 무섭게 전이된다. 수술이 가능한 폐암은 고작 25∼30%에 불과하다.
숨 쉬는 게 편안해야 산다
장승훈 교수는 “폐질환의 위험군은 흡연자, 고령자, 폐 외에 전신질환이 있어서 체력이 허약한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며 “성별 영향은 없으나 나이가 많을수록 비례해서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장승훈 교수의 말처럼 폐질환은 나이가 큰 변수다. 지금은 폐결핵이 거의 다 치료된다. 그런데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는 폐결핵을 치료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결핵약이 독하기 때문이다. 만 80세 이상 고령자는 병원에서 목표로 하는 폐결핵 치료를 끝내는 경우가 절반밖에 안 된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흡연이긴 하지만 둘째는 나이다. 고령자는 흡연하지 않아도 말기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제부터 말할 폐 건강을 지키는 노하우는 대단하지 않다. 오히려 지나칠 만큼 평범하다.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 금과옥조의 진리가 숨어 있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 담배는 절대 안 되지만 식습관, 운동습관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적당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소개한다.
폐를 건강하게~ 평범한 진리 6계명?
금연하라
폐기종은 흡연으로 걸리는 병이다. 의사들이 금연을 강권하는 것은 담배를 피워서 폐 기능이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폐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연을 권할 뿐이지, 한 번 망가진 폐는 절대 원상복구 되지 않는다. 담배는 무조건 빨리 끊거나 아예 피우지 말아야 한다. 한 개비라도 피우면 그만큼 비례해서 폐 손상이 온다. 간접흡연도 폐암 유발 요인이다. 지금 당장 담뱃갑을 잘라버려라.
균형을 추구하라
폐건강학은 ‘적당히’ ‘골고루’라는 말에 진리가 담겨 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자면서 즐겁게 살아라. 채소도, 과일도, 고기도 골고루 먹어야 한다. 특정 음식이 좋다고 편식하면 오히려 해롭다. 특히 면역력 유지에 단백질은 필수이므로 고기도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 부족으로 영양결핍이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면역력이 낮아지면 폐렴, 폐암이 잘 생긴다. 고령자는 매사가 면역력과의 싸움이다.
비만인 사람은 육류를 피해야 하지만, 몸이 너무 말랐거나 근육량이 적은 사람이 채소 위주의 식습관은 곤란하다. 체지방이나 근육량 상태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고령자 중에는 단백질 부족으로 지나치게 마른 경우가 적지 않다.
비타민 A를 포함해 비타민을 섭취하면 폐에 좋다는 속설이 있으나 근거는 없다. 오히려 특정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면 폐암에 더 많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햇빛을 쬐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비타민 D가 폐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면역력이 높아지면 폐 감염 위험이 떨어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일광 노출을 많이 하면 피부 노화가 빨리 되고 피부암, 백내장도 생길 수 있으므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라
장승훈 교수는 “생활습관 중 폐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손 씻기와 식사 후 3분 이내 칫솔질”이라며 “특히 고령자는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치명적인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침대와 침구류를 자주 털어주거나 세탁하고,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시키면 세균성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방접종을 하라
고령자나 만성 폐질환자는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특히 겨울철에 상태가 악화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온갖 바이러스나 세균에 더 잘 감염되기 때문이다. 만성 폐질환자가 감염병에 걸리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실려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더욱 청결하게 하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게 좋다.
술, 하루 3잔 이상은 No!
술을 매일 석 잔 이상 마시면 몸에 해로운 것은 분명하다. 많이 마실수록 건강은 악화된다. 하루에 술을 한두 잔 마시면 폐에 좋다는 외국 연구도 있지만 완전히 믿기는 곤란하다. 더욱이 한국식 음주문화가 한두 잔만 마시고 끝내지는 않으니 폐 건강을 위해 일부러 음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산소운동을 하라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당한 운동량은 심장이 빨리 뛴다는 느낌이 들고 약간 땀이 촉촉하게 날까, 말까 하는 정도의 유산소운동이다. 일주일에 3회 이상, 30분 이상씩 꾸준히 하면 효과적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실천 가능한 운동을 하면 된다. 빠르게 걷기는 폐 건강에 좋은 운동이다. 가벼운 산책보다 빨리 걷기가 효과적이다.
장승훈 교수는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전임의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 허버트어빙종합암센터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폐암을 연구했다. 현재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겸 폐센터장으로 있다. 호흡기내과 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