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평균수명이 길어진 요즘이지만 흔히 90세 노인이라고 하면 잔병치레가 잦은 백발노인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30년 동안 현미식을 실천해온 한호칠 옹(90세)은 아직도 농장일을 다닐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자랑한다. 꾸준한 현미식으로 90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 지금은 현미전도사가 된 한호칠 옹의 장수생활법을 들어본다.
신경성 장염으로 무기력해진 몸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회사도 정년퇴임한 한호칠 옹은 부인과 단둘이 보낼 행복한 노후생활의 단꿈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근심없이 집에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소화가 잘 안 되면서 몸의 힘이 쭉 빠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몸도 편안한데 어느 날부턴가 소화가 잘 안 되더군요. 밥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아프니 어떤 일을 해도 힘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신경성장염이라고 해서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죠.”
아무런 이유없이 몸이 아프길래 혹시나 해서 병원에 가서 종합검사를 받아봐도 신경성 장염이라는 진단뿐이었다. 병원에서 받은 약을 열심히 복용해도 약을 먹을 때만 증세가 나아질 뿐, 또다시 소화불량과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낫지 않는 장염으로 지쳐가던 어느 날, 한호칠 옹은 우연히 신문에 실린 일본영양학자의 현미건강법 강의를 보고 들으러 가게 된다.
“우연히 현미건강법 강의를 하는 것을 신문에서 보고 듣게 됐습니다. 강의를 들으니 젊은 시절 술과 인스턴트, 그리고 육류를 즐기던 저의 생활법이 바로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었더군요. 그때부터는 현미밥과 채소 위주의 반찬으로 식생활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미식을 하면서부터는 인스턴트와 육류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오백식품(흰쌀, 설탕, 밀가루, 소금, 화학조미료)을 피했다. 물론 술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간식거리가 먹고 싶을 때면 제철 과일이나 견과류를 먹었다.
현미식으로 젊음 되찾아
몇십 년 동안 지속해 오던 식생활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 현미 위주의 식생활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현미 80%에 검은깨, 율무, 팥 등을 20%의 비율로 섞어서 하루에 두 끼씩 먹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꾸준히 현미식을 실천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던 장염도 사라지고 항상 찌뿌둥 했던 몸이 가뿐해졌던 것이다.
“현미식을 시작한 후 6개월쯤 지나자 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소화가 안돼 속이 더부룩했었는데 현미식을 하면서부터는 몸이 가벼워지고 전보다 적게 먹어도 든든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현미식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한호칠 옹은 현미와 잡곡을 섞은 밥과 나물 위주의 반찬을 아침 8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끼씩 먹는다. 중간에 따로 간식을 하지 않아도 전에 밥 3끼를 챙겨먹을 때 보다 더 든든하다고 한다. 그렇게 현미식으로 건강을 되찾은 한호칠 옹은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농장일을 손수 하고 있다. 집에서 두어 시간 정도 걸리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300평 정도의 농장에 소나무와 매실나무를 심고 일주일에 3번 정도 5∼6시간씩 농장일을 하고 있다.
“전에 돼지축사로 쓰던 농장을 다시 개간해 5년 전부터 소나무 등을 심으면서 직접 가꾸고 있습니다. 공기좋은 곳에서 흙을 밟고 만지며 나무 커가는 모습을 보니 5시간 정도 농장일을 해도 전혀 힘든 줄을 모르겠습니다.”
평소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한호칠 옹은 농장의 소나무뿐 아니라 집의 마당과 옥상에도 나무와 꽃을 심고 키우고 있다. 농장일을 하지 않을 때는 집의 화초를 가꾸고 옥상에 올라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운동 역시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미식과 더불어 맑은 공기 속에서 하는 적당한 운동도 저의 건강비법 중 하나입니다. 농장에선 소나무 그리고 집에서는 마당과 옥상에서 키우는 화초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 속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집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호칠 옹이 현미식, 운동과 더불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양보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면서 건강 또한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지 너무 조급해 하고 욕심도 많습니다. 욕심이 생길 때마다 양보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살다보면 마음뿐 아니라 몸도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한호칠 옹. 그는 자신이 현미로 건강을 되찾은 만큼 성인병 등으로 고생하는 주위 이웃들에게 현미건강법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주변 이웃들 중 상당수가 한 가지 이상의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현미 건강법을 듣고 실천한 후, 실제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 대부분은 한두 가지의 성인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제가 실천하고 있는 현미식을 추천해주곤 하죠. 비싼 약도 아닌 그냥 현미로 밥을 해먹는 것이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직접 실천하고 실제로 몸이 건강해져서 고맙다고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낫지 않던 장염으로 고생하다가 현미식으로 건강을 되찾아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한호칠 옹은 지금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단지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 한 평생을 같이 한 부인 박인숙(87세) 씨와 함께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보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부인과 운동도 같이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앞으로 눈감는 날까지 지금처럼 부인하고 함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한호칠 옹. 항상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하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의 삶이 앞으로도 쭉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