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
40대 직장인 박정석 씨의 지갑에는 카드가 빼곡하게 꽂혀 있다. 그중 3개가 신용카드다. 그는 신용카드 할인을 최대한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주유소에서는 기름값이 할인되는 신용카드로 꼭 결제하고, 매달 나가는 아파트 관리비와 아들의 학원비도 10%씩 할인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로 낸다. 오늘은 박 씨 아들이 경시대회에서 상을 탄 기념으로 부서 사람들에게 커피 한 턱을 내러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그랬더니 또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중 하나가 만 원 이상이면 10% 청구 할인이 된다고 해서 기분 좋게 계산을 했다.
박 씨처럼 신용카드 할인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신용카드 혜택을 받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사람을 알뜰하다고 치켜세운다. 과연 이렇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월급 먹는 하마, 신용카드
만약 당신이 돈을 모으는 재미보다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면? 아마 신용카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신용카드는 요술카드나 다름없다.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고, 무이자 할부로 나중에 천천히 갚아도 된다. 현금이 필요하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할인 혜택을 받고 쓰면 쓸수록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쌓인다. 이 모든 것이 명함만 한 플라스틱 한 장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다면 소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진다. 당장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굳이 안 사도 될 것을 사고, 충동적으로 산다. 무이자 할부가 되니까 비싼 물건이 순식간에 저렴한 물건으로 둔갑한다. 카드 현금 서비스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더구나 제 날짜에 못 갚으면 이자는 금방 눈덩이처럼 커진다.
신용카드 회사가 자랑처럼 내세우는 주유비, 영화표 등의 할인 혜택은 보통 전 달의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2,000원을 아끼려고 20만 원을 긁어야 하는 식이다. 쓸 때마다 쌓인다는 포인트는 병아리 눈물만큼 적다.
신용카드 폼 나게 쓰고 결제금에 쩔쩔~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는 “신용카드로 대부분의 소비를 하면 작은 불편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큰 불편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큰 불편이란 일하고 받은 내 월급에서 목돈이 카드 결제 대금으로 빠져나가는 일이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내 맘대로 쓸 수 없는 것은 분명히 큰 불편이다. 생각을 바꿔보자. 찾아놓은 현금이 없어서 당장 물건을 못 사는 것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한꺼번에 돈을 다 치르는 것이 왜 이상할까? 가격이 비싸서 나눠 낼 정도면 그 물건을 살 형편이 아닌 것이다.
신용카드를 쓰는 많은 직장인이 월급날 카드 결제 대금이 빠지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제윤경 이사는 “신용카드 결제 대금 때문에 압박을 받는다면 의미 있는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일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기쁨도 느끼고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받는다. 그러나 결제 대금에 얽매여 살다 보면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된다. 누구도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가 신용카드 결제대금 납부가 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체크카드로 내 통장에 맞는 소비생활을~
같은 카드지만 체크카드는 어떤가? 체크카드를 쓰면 월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좋다. 적어도 이번 달 카드 결제 대금이 얼마 나올지 몰라서 계획 없이 돈을 쓰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체크카드를 쓰면 결제를 하는 순간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물건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비싼 물건을 산 후에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체크카드를 쓰는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체크카드에는 잔액 통보 서비스가 있다. 보통 체크카드 결제 금액은 문자메시지로 오지만 결제한 후에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잔액 통보 서비스는 결제 내역뿐 아니라 잔액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문자메시지로 보여준다. 돈을 쓸 때마다 잔액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보지 않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돈을 쓰게 해준다.
체크카드 잔액 통보 서비스는 은행에서 신청을 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용카드 없이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신용카드 결제 대금 때문에 매달 괴롭지만 막상 해지가 쉽지 않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신용카드 없이도 만족스러운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1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적금을 들자
TV나 소파가 오래돼서 바꾸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 많다. 당장 목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적금을 들자. 예를 들어 낡은 소파를 바꾸기 위해 10만 원 씩 1년간 적금을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적금통장을 만들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미뤄진다. 소파를 진짜 바꿔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늘어난 것이다. 비상금을 깨서 바로 살 수도 있지만 1년이 지나 적금을 타서 샀다면 그 만족감은 훨씬 커질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파를 샀기 때문에 더 소중히 다뤄서 오래 쓸 수도 있다.
2 카드 할인 혜택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용카드가 주는 할인 혜택이 아까운가? 어차피 현금으로 써도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은 쓰므로 할인 혜택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신용카드를 쓰면서 과소비, 충동구매를 자제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근검절약이 몸에 밴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정말 돈을 모으고 싶다면 신용카드는 멀리하자.
또 신용카드 할인 때문에 소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을 아는가? 할인이 되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할인이 되고 할부가 되는 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살 때가 많다. 내 돈을 쓰면서도 카드사가 정해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또 할인을 받기 위해 현금이 있어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기도 한다. 작은 할인을 받지 않으면 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3 신용카드를 교통카드로 쓰지 말자
신용카드를 교통카드로 사용하니까 없애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다. 교통비는 낭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소비이기 때문이다. 일반 교통카드를 쓰면 충전을 자주 해야 해서 번거롭다며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한다. 교통카드 충전이 번거롭다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바꾸자. 체크카드에도 교통카드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신용카드가 한 장이라도 있다면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기 어렵다.
<부자 되는 소비 생활 백서 5계명>
1.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2. 체크카드를 쓰되, 잔액 알림 서비스를 이용한다.
3. TV, 냉장고를 바꾸고 싶다면 할부로 사지 말고 일정 기간 적금을 든다.
4. 할부금 같은 고정지출부터 줄인다.
5. 연체가 쉬운 마이너스 통장은 멀리한다.
제윤경 이사는 가계재무전문가로, SBS <잘살아보세>의 우리집 재무 주치의로 고정출연 한 바 있다. 저서 <아버지의 가계부>, <착한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한국의 가계부 부자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