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표현을 빌려보면 지방은 일명 ‘악플받이 영양소’다. 탄수화물, 단백질과 더불어 3대 영양소로 꼽히지만 지방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방은 흔히 ‘살찌는 영양소’,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영양소’ ‘당뇨, 고혈압을 일으키는 영양소’ 등으로 꼽힌다. 그래서 지방을 많이 먹지 말고, 나쁜 지방은 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긴 하지만 먹는 습관에 따라 건강을 위협하는 영양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꼭 필요하지만 먹는 방법과 종류에 따라 내 몸을 살리기도, 내 몸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는 지방. 두 얼굴을 가진 지방의 똑똑한 섭취법을 알아본다.?
지방, 많이 먹으면 트러블메이커
지방은 어딜 가나 좋은 대접은커녕 푸대접만 받기 일쑤다. 사실 지방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법도 하다. 필수영양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 곳곳의 세포막과 호르몬의 구성 성분이다.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을 흡수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생식기 건강, 피부 건강,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런데 왜 지방은 우리 몸의 트러블메이커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일까? 박현아 교수는 그 이유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지방의 양은 생각보다 적은데 필요한 양보다 많은 지방을 먹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먼저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살이 찐다. 체중이 정상보다 늘면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지방간, 당뇨병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또 이러한 질환들은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의 주원인이 된다. 동맥경화는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다.
또한 유방암, 전립샘암, 대장암의 발생률을 높이기도 하는 등 고소한 맛에 가려진 지방의 후환은 실로 무섭다.
생각보다 필요한 지방 적다
흔히 식물이나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은 좋은 지방으로 분류하고, 동물성 식품에 많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나쁜 지방으로 분류한다.
오메가3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반대로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인위적으로 만든 트랜스지방도 나쁜 콜레스테롤은 올리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며,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영양학자들은 지방은 총 섭취 열량의 20%만 먹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박현아 교수는 “포화지방은 총 섭취 열량의 7% 이하, 콜레스테롤은 하루 300mg 이하, 트랜스지방은 1% 이하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는 매우 적은 양”이라고 말한다.
7% 이하, 300mg, 1% 이하? 쉽게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먼저 포화지방산을 예로 들어보자. 키가 160cm이고 몸무게가 52kg인 여성이라면 포화지방산은 하루 14g 이하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우유 한 팩(200mL)과 작은 햄버거 하나를 먹는다면 14g이 훌쩍 넘어버린다. 콜레스테롤은 오징어 100g이나 새우 230g만 먹어도, 트랜스지방은 도넛 한 개면 하루 섭취권장량을 넘게 된다. 딱 한 번 먹으면 끝나버릴 아주 적은 양이다.
잘~먹고 잘~사는 지방 섭취 5계명
지방을 많이 먹는 데다 특히 몸에 나쁜 지방이 가득 든 음식으로만 손이 간다면 건강한 삶은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현아 교수가 밝히는 내 몸에 꼭 필요한 지방, 건강하게 먹는 실천법을 소개한다.
1 육류보다는 생선을!
육류에는 포화지방산이, 생선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특히 등푸른생선에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오메가3가 풍부하다. 삼치와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 한 토막을 일주일에 2~3번 먹으면 필요한 양을 얻을 수 있다. 육류를 먹을 때는 살코기 위주로 먹고,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을 때는 지방이 많은 껍질은 먹지 않는다.
2 조리용 기름을 바꾸자!
포화지방산보다는 이롭긴 하지만 불포화지방산 중 오메가6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증가시켜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오메가6도 총 에너지 섭취량에서 8% 이내로 먹기를 권장한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오메가6가 주로 함유된 콩기름, 옥수수기름보다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박현아 교수는 “오메가3와 오메가6은 구조가 비슷해서 우리 몸에 경쟁적으로 작용한다.”며 “오메가6를 너무 많이 먹으면 오메가3의 작용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한다.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섭취 비율을 4~10:1로 맞추면 큰 지장은 없다.
3 꼭꼭 숨은 트랜스지방을 찾아라!
트랜스지방의 종류에는 마가린과 쇼트닝 등이 있다. 그 중 쇼트닝을 주의한다.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대부분의 과자, 쿠키에는 쇼트닝이 들어 있다. 바삭바삭한 과자 대신 아삭아삭한 과일로 간식을 바꿔보자.
4 식품성분표시에 밑줄 쫙!
가공식품 뒷면에 있는 식품성분 표시를 꼼꼼하게 살핀다.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얼마나 들었는지 보고 숫자가 작은 상품을 선택한다. 또 유제품을 먹을 때는 지방이 적거나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저지방, 무지방 제품을 선택한다.
5 포화지방산을 얕보지 말자!
박현아 교수는 “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산을 줄여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콜레스테롤을 먹지 않아도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서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로 바뀌므로 혈관 건강에 치명적이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으로는 버터, 아이스크림, 치즈, 육류 등이 있다.
박현아 교수는 서울백병원에서 비만, 영양, 건강증진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보건대학원& Health Research Center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대한가정의학회의 정회원, 보건의료연구원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