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환경보호’ ‘녹색성장’ 이러한 단어를 들으면 지구온난화, 파괴된 열대우림, 작은 얼음덩어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북극곰 등이 생각나고 뭔가 거창한 것을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긴다.
그런데 요즘 뜨는 ‘에코맘’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에코맘은 환경을 뜻하는 ‘eco’와 엄마를 뜻하는 ‘mom’의 합성어로 환경을 보존하면서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주부를 의미한다.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당신, 이참에 에코맘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흑룡의 해를 맞아 에코맘으로 활약하고 있는 용띠 주부 2명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재활용의 달인 김명숙 씨 에코라이프 “멀티탭으로 전기 아껴보세요~”
“어머? 이것도 직접 만든 거예요?”
신발장,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과 쿠션, 가구 등은 모두 김명숙 씨(49세, 서울 구로구 거주)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집에 들어온 모든 것들을 한 번씩은 더 쓰려고 노력한다는 그녀는 차를 대접하기 위해 내온 쟁반도 자신이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솜씨가 제법이다.
“명절 선물로 버섯세트가 들어왔는데, 나무 상자에 담겨 있었어요. 나무 상자가 꽤 튼튼하더군요.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 어떻게 재활용할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쟁반으로 만들어봤어요. 집에 남아있던 타일조각을 붙이니 감쪽같죠?”
한때는 옷도 직접 리폼해서 입고 천연화장품도 만들어 썼다. 만드는 것을 좋아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재활용’을 함으로써 자원들을 낭비해 환경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녀가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건강’ 때문이었다. 40대 초반 정기검진에서 유방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유방암은 아니었지만,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단계였다. 제거 수술을 했고, 이제껏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그녀에게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아프기 전에는 ‘나’ 그리고 ‘내 가족’만 생각하는 아줌마였어요. 그런데 아프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고,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활동을 시작했는데 계절을 잊은 꽃들과 떠날 시기를 모르는 철새들을 보며 안양천의 생태계 교란을 직접 느끼게 되었죠.”
이후 그녀는 여러 관련 강의도 듣고 책을 뒤지며 공부를 했다. 그리고 환경·기후 변화의 심각성도 절감했다.
“배우기 전에는 전기나 수돗물, 각종 가전제품, 일회용품 등을 너무 당연하게 사용해 왔는데 이러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니, 나부터라도 작은 것들을 실천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죠.”
그녀가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생활 속 실천은 바로 ‘멀티탭 사용하기’다. 그러고 보니 거실에 있는 멀티탭 중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전부 빨간 불이 꺼져 있다.
“멀티탭을 눈에 보이는 곳에 설치해서 특별히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놔요. 아마 전기료가 10%는 절감될 걸요? 특히 전자레인지나 드라이기, 전기포트, 전기밥솥처럼 빨리 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가전제품들의 경우 전기 잡아 먹는 하마나 다름없어요. 사용하지 않을 때 전부 플러그를 뽑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아예 멀티탭으로 관리해요.”
그리고 쓰지 않는 불끄기,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틀어놓은 물은 화장실 변기물로 사용하기, 난방 온도를 낮추는 대신 내복과 양말 신기 등 그녀가 실천하는 것들은 모두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이로 인해 생활비도 절약되고 건강도 챙기게 되니 일석삼조라고 할 수 있죠.”
그녀는 에코맘의 삶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봉사한다고 생각하니 즐기게 되더라고. 이러한 생각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그녀의 아이들 역시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먼저 절약에 나선다고. 그녀의 두 자녀 역시 미래의 에코맘, 에코파파가 될 게 틀림없다.
긍정적 불편함을 선택한 이은주 씨 에코라이프 “지역농산물로 건강 챙겨요~”
이은주 씨(49세, 서울 성동구 거주)는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폐식용유와 천연 재료들을 이용해 비누를 만들어 나눠준다. 그 모양이나 색깔이 참 예쁘다.
“몇 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작업이에요. 처음에는 환경을 생각해서 만들게 된 것들인데 이걸로 지역 이웃들과도 부쩍 친해졌어요. 비누가 너무 좋다고, 이제는 다들 이 비누를 기다린다니까요.”
그녀는 성동구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에서 복지사로 일한다. 이웃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환경과 관련된 활동들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녀는 인터뷰 도중 뿌연 액체가 든 페트병을 갑자기 보여줬다. 쌀뜨물과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한 미생물)원액을 섞어 만든 천연세제다. 만든 날짜를 적어 붙여놨다. 안에서 발효가 진행되고 있단다.
“EM은 식품 발효에 사용했던 효모, 누룩균, 광합성 세균 등 약 80여 종의 세균을 가리켜요. 이 EM원액에 쌀뜨물을 넣고 발효를 시키면 훌륭한 세제로 변신해요. 쌀뜨물을 넣고 발효시킨 EM원액을 물과 1대 100의 비율로 잘 희석시킨 후 신발장, 배수고, 냉장고, 화장실 변기 등 악취가 나는 곳에 골고루 뿌려주면 악취도 제거되고, 화장실 바닥에 낀 물때와 곰팡이도 이 용액을 뿌리고 5분 후 닦아내면 말끔히 제거할 수 있어요.”
이 천연세제는 일반세제와 달리, 바다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도 자연계 미생물과 오염된 자연을 정화시켜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음식을 먹을 만큼만 적게 조리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라고 말한다. 쓸데없이 음식을 낭비해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 역시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발효시켜 숙성되면 거름마냥 흙과 섞어 화분에 넣어준다.
그녀는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전라도 완주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이 보내주는 지역농산물을 받아먹는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택배가 올라온다. 그 안에는 생기다 만 듯한 애호박, 겨우내 말린 시래기, 울퉁불퉁 못생긴 고구마 등 다양한 것들이 한아름 들어있다.
“이번에는 시래기 말린 것이 들어 있었어요. 그때그때 수확하거나 얻은 것들로 상자를 꾸려 보내주시기 때문에 매번 내용물이 달라요. 그래서 항상 뭐가 들어 있을지 기대하며 열어봐요. 마치 선물을 받는 기분이지요. 곁에서 아이들도 같이 즐거워해요.”
이러한 로컬푸드는 먹을거리의 원거리 이동으로 인한 안전성과 운송비용 절감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연을 벗삼는 귀농의 꿈을 가지고 있어서, 한때 화분에 상추와 토마토 등을 심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지역농산물이었어요.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가 윈-윈 하는 방식 같아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우리나라 강산이 메마르고 변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단다. 특히 20~30년 사이에 환경이 많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직접 느끼면서 책임감과 더불어 죄의식도 느낀다고.
“요즘은 아이들의 아토피 등으로 에코파파가 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이런 작은 실천들을 하면서 저 역시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갈등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자손들에게 (환경에 대한) 빚은 물려주지 말아야지.’ 생각해요. 무엇보다 많은 주부님들이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천들을 함께 하면 좋겠어요.”
물질적 편리함 대신 긍정적 불편함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그녀.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우리 농산물 이용하기 등 불편하지만 환경을 위한 이러한 실천들이 이제는 오히려 그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TIP.생각보다 쉽다! 에코맘의 에코라이프 따라하기>
월) 원래 막히는 월요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습니다.
화) 불의 날인 화요일은 에너지를 좀 더 절약하겠습니다.
수) 물의 날인 수요일은 빨래는 한꺼번에 하고 물을 절약하겠습니다.
목) 나무의 날인 목요일은 종이컵이나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습니다.
금) 자원을 생각하는 금요일은 돈도 벌고 지구도 살리는 분리수거 및 친환경상품을 사용하겠습니다.
토) 흙의 날인 토요일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겠습니다.
일) 태양의 날인 일요일은 빨래는 자연건조하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