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절망은 금물…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어요”
이순신 장군은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고 했지만 한 번의 신장암 수술과 손쓸 수 없다던 간암 말기, 그리고 갑상선암을 이겨낸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방법이 없다.”고 했던 의사의 말에 아내를 비롯한 모든 집안 식구들이 울며불며 “어쩌면 좋냐.”고 했을 때에도 “아, 이제 죽는구나.”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회고하는 김종준 씨(51세)! 한때 세상 호령하며 살던 대식가 사장님에서 수박 한 조각 마음대로 못 먹는 소식가로 변했지만 지금의 삶에서 보람을 찾고 또 삶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천년의 고도에서 서울로 귀한 손님이 올라왔다. 멀리서 건장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밝게 인사한다. 3개월 시한부 선고에 3번의 암수술을 견뎌내고 아직도 꿋꿋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고 있는 사람, 김종준 씨다.
일반인보다 훨씬 건장하고 다부져 보이는 체격에 “안녕하세요!”라는 말보다 “이런 분이 어떻게…”라는 말이 먼저 나올 법하다.
그런 그가 사진 한 장을 내민다. 몰라보게 야위었지만 굳건한 결의가 느껴지는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 남성이 산위에 서있다. “못 믿으시겠죠? 바로 투병생활 할 때 제 모습입니다.”라고 그가 먼저 말을 뗀다.
“당뇨, 우습게 봤죠!”
부산에서 제법 성공한 자영업자였던 김종준 씨. 하루하루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며 인맥관리에 힘써야 했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음식과 함께 술,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다.
1996년 어느 날, 다니고 있던 스포츠센터에서 그에게 “혈당수치가 높게 나왔으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거구였던지라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종준 씨. 검사결과 관리가 필요한 당뇨였지만 그때는 당뇨가 얼마나 위험한 질환인지 몰랐고 대대로 건장한 체격과 장수한 집안 내력을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사업이 잘 될수록 그의 몸은 점점 거대해져 갔다. 바쁘고 무절제한 생활 덕에 어느새 그의 몸무게는 100kg을 훌쩍 넘겼다. 지금은 아득히 먼 기억일 뿐이지만 “당시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 앉은 자리에서 고기 10인분과 양주 몇 병은 기본이었죠.”라고 말하는 김종준 씨.
2001년 10월 중순 경 드디어 그의 몸에서 신호가 왔다. 며칠째 쓰린 속이 견디기 힘들어 동네 내과를 찾아 간단한 검사를 했더니 곧 “큰 병원으로 옮기셔야겠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불길한 예감 속에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첫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수술만 하면 완치될 수 있는 신장암 초기였다. 간에 보이는 2개의 결절은 암이 아니라 혈관종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 후 한 달도 안 돼 수술을 받고 퇴원을 했다. 건강체질인 집안 내력인지 몰라도 그의 회복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고 그도 그런 자신의 건강을 자만했던 탓인지 수술하고 몸의 기력을 찾은 후 바로 이전 생활로 돌아갔다. 그래도 수술 전보다 술·담배, 몸무게도 조금 줄었다고 자신을 위안하며 잘되는 사업 앞에서 그의 몸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손 써볼 수 없는 3개월 시한부 삶
생활은 다소 엉망이었지만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던 중 2004년 어느 날, 간 결절이 커졌다는 말을 듣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아본 결과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말기,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눈앞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손 써볼 도리도 없다니…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란 생각에 몇 군데 큰 병원을 더 돌아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눈앞에 닥친 청천벽력 앞에서 아내를 비롯한 집안 형제들 모두 초상집 분위기였지만 이상하게도 종준 씨는 “올 게 왔나보다.”란 생각은 들었어도 “죽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으로 오는 KTX열차에서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얗게 된 머릿속으로 집에 도착한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잠들었고 다음 날 일어나서 무작정 산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죽기에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는 생각이 들자 아무것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3개월의 삶을 30년, 아니 그 이상으로 살아야 했다. 갖은 정보 끝에 식이요법을 실시하면서 체중감량의 효과도 봤고, 혈당관리도 제법 되는 것을 보자 희망의 빛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결과, 그에게 두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수술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모두들 안 된다고 했던 수술을 다른 사람도 아닌 주치의가 권한 것이다. 치료법이 거의 없다는 신장암이 간으로 전이가 돼서 수술도 필요 없고 별다른 치료법도 없이 오직 인터페론과 식이요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었는데, 수술이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 할 수만 있다면 해야지요.”
수술 날짜를 잡고 나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술과 담배, 그리고 불규칙한 생활로 그동안 제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왔는지 그간의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김종준 씨.
장장 11시간여에 걸친 수술 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소장에 콩알 만한 암이 발견돼 그것도 함께 떼어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그는 회복실로 돌아왔다.
3개월 시한부 삶 “이제는 5년도 넘었어요!”
간암 수술을 받고나서야 그간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완전히 청산할 수 있었던 김종준 씨는 술과 담배, 식탐을 모두 던져버렸다. 고기 마니아였던 그가 고기류, 붉은 생선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고 과일, 채소 위주의 소식으로 철저한 식이요법을 실천했다. 그리고 이후 투병생활을 하면서 찾아낸 갑상선의 종양도 수술로 떼어냈다.
“식이요법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수십 년간 길들여진 입맛을 한 순간에 바꾸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한 번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마침 제 생일이기도 했기에 아내에게 미역국 대신 김치찌개에 고기를 넣어서 끓여달라고 부탁했어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정말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서 혼쭐이 날 정도로 고생을 심하게 했지요.” 그 당시 윗배가 부어오르면서 설사와 복통으로 며칠을 고생하고 나서는 더 이상 음식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게 됐다고.
그는 “제가 신선한 생즙과 쑥떡, 잡곡밥 이외에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 않게 되기까지 아내의 노력도 엄청났지요.”라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식이요법 뿐 아니다. 거구였던 탓에 남보다 운동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간암 수술 후 20∼30kg이 빠진 가뿐한 몸으로 기력이 없었을 때는 지팡이를 의지해 산에 올랐고 체력이 생기면서 거구였을 때 하지 못했던 운동에 도전했다. 바로 산악자전거다.
“지금요? 아주 날아다닙니다. 그 정도로 운동하는데 건강에 아무 무리가 없고요. 운동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건전하게 교류하다보니 정신 건강도 저절로 좋아지더라고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가 매일 운동을 끝내고 하는 것이 있다. 20∼30분간 반신욕과 족욕을 한다. “만약 반신욕을 하지 못하면 냉·온욕이라도 꼭 하죠. 건강하더라도 반신욕을 1년만 해보세요. 50대 피부도 20대처럼 탱글탱글해지고 팽팽해집니다.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 사람은 반신욕보다는 족욕을 하는 게 좋고요.”라고 조언한다.
십수 년 전 우습게 봤던 당뇨 덕에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는 김종준 씨. 현재 그의 당뇨는 혈당강하제를 복용하지 않을 정도로 혈당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나누는 삶이 나의 에너지!
그는 현재 아내와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두 번째 수술 후 이전에 하던 사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았던 모임도 줄였고 급기야 사업도 완전히 접고 지금은 공기 좋은 경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면서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식사관리 및 운동관리 등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모임 좋아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제가 처음에는 투병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유적지라 공장 굴뚝이 없어 어딜 가도 공기 좋은 경주에서 제 몸을 돌보며, 또 제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는 자신이 힘들 때 헌신적으로 자신을 돌보아 준 부인과 노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수년 내 공기 좋은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뜻이 맞는 환자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다.
마침 그의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아∼ 예…. 언제 오느냐고요? 금방 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가 밝게 대답하곤 서둘러 짐을 챙긴다. “지금 환자들이 언제 오느냐고 난리가 났거든요.”
☞김종준 씨의 생활 팁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민들레, 신선초, 케일, 질경이, 솔잎, 감잎, 뽕잎, 쑥 등을 갈은 생즙을 한 잔 마신다.
그 후 찐 고구마 1개, 잡곡, 3년 된 묵은 김치, 채소 쌈, 청국장 또는 된장찌개로 식사를 한다.
♠점심> 11시 30분 쯤 생즙을 한 잔 마시고 12시에 현미·강낭콩·조·흑미·율무·보리 등을 넣은 잡곡밥(잡곡 이외에 기능성 쌀인 황금
쌀로 대체하기도 함), 채소 위주의 반찬, 찌개 등으로 점심을 먹는다.(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꼭 3년 된 김치에 돼지고기 대신 황태를 넣어 조리한다.)
♠저녁> 4시 30분쯤 생즙을 한 잔 마시고 5시에 직접 캔 쑥으로 만든 쑥떡이나 잡곡밥, 채소 위주의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저녁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단, 나트륨을 뺀 소금을 물에 타서 수시로 마신다.(하루에 2ℓ정도) 그리고 뿌리째 말린 민들레와 16가지 항암약재를 달여서 팩으로 만든 후 식사 사이사이에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