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고려대병원 통합의학과 이성재 교수】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도움말 | 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
신종 플루 공포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사망자가 잇따르고 감염자 수도 1만 명을 넘으면서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면역력을 증강시켜 준다는 건강기능식품 판매도 급증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면역력 증진(유지)’이라는 기능성을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홍삼, 인삼, 알로에겔, 알콕시글리세롤 함유 상어간유 등 4종뿐”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신종’이라 신종 플루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많지 않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면역력이 증강되면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가볍게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타미플루는 면역력이란 얘기다.
스트레스 쌓이면 자율신경계 조절 안돼 면역력↓
고려대학교 통합의학과 이성재 교수는 “건강한 생활습관,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 올바른 식이요법이 면역력을 높여준다.”며 “특히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교감신경+부교감 신경계) 기능을 무너뜨려 면역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로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공포심을 갖게 되면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아 면역력이 떨어진다. 야한 영화를 보면 자극이 되고, 무서운 영화를 보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교수는 “신종 플루에 감염된다고 모두 사망하진 않는다. 사망자 중 대다수가 고위험군 환자였다.”며 “긍정적이고 여유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도? “미국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코에 바이러스를 넣고 임상시험한 결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감기에 잘 걸리고 오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안과 공포로 공황상태에 빠지면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덧붙였다.
신체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호흡요법이나 심상훈련, 근육이완요법으로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해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20분씩 꾸준히 ‘호흡 마음챙김 명상’을 해보자. 조용한 장소에서 바닥에 앉아 다리는 결가부좌, 반가부좌, 평좌 중 한 자세를 잡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는 편안하게 이완한다.
의자에 앉아서 할 경우 소파보다 척추를 곧추세울 만한 딱딱한 의자가 좋다. 손은 가운데로 모아 겹치거나 양쪽 무릎에 편안하게 올린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입은 다물며, 코로 호흡을 한다. 코끝에 들숨과 날숨을 느낀다. 조급해하지 말고 코끝에 주의를 집중하면 어느 순간 잘 느껴진다.
적당한 운동과 오색 밥상은?면역력 강화
‘오색 밥상’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다섯 가지 컬러로 이뤄진 ‘오색 푸드’를 중심으로 식단을 짜보자. 박 교수는 “외국 영양학회지에 과일 한 가지를 1000g 섭취하거나 색깔이 다른 과일 4~5가지를 80g씩 섭취하거나 항산화 효과는 같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며 “하루 3끼 골고루 다양한 식품군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단백질, 비타민류와 아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면역력을 강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아연은 굴, 해산물, 살코기 등 동물성 식품에 많다. 그는 “비타민 B12와 엽산이 있어야 몸에서 세포를 만든다.”며 “동·식물성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끼는 살코기 약간, 한 끼는 생선 약간, 한 끼는 두부·콩 등을 하루 평균 칼로리만큼 먹으면 된다. 채식주의자는 비타민 B12를 보충해야 한다. 김치를 뺀 제철채소 두 가지도 하루 식단에 포함한다. 간식은 우유나 유산균 요구르트를 먹으면 좋다.
식사를 잘 챙겨먹는 성인은 굳이 비타민 영양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중고생들은 학원에 다니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하므로 철분제나 비타민제, 아연·엽산이 든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
박 교수는 “성장기 청소년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영양 섭취를 잘하고 손도 더 깨끗이 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는 “영양의 균형이 면역력을 좌우하므로 편식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식사가 기본 원칙”이라며 “평소 정제되지 않은 현미를 주식으로 녹황색 채소나 토마토, 당근, 살구, 복숭아 등을 많이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또 담즙산의 분비를 촉진시켜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을 촉진시키고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고지방 음식을 줄이고, 신진대사에서 발생된 독성 이온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는 섬유질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했다. 심 교수는 “콩제품, 마늘, 양배추, 당근, 버섯 등이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신종 플루 유행기에는 가급적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 한다. 과식 습관이 있다면 음식량은 줄이는 편이 낫다.
건강기능식품은 면역력 증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늘과 인삼, 아마씨, 에키나시아, 홍차, 황기, 알로에는‘C’ 등급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들 식품은 감염성질환이나 면역력 증강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과학적 근거가 아주 좋은 것도, 아주 나쁜 것도 아닌 중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NIH 연구결과 오메가 3는 고혈압, 홍삼은 2형 당뇨병에 각각‘A’ 등급을 받았다. 이 교수는 “어떤 질환에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며 “건강기능식품을 만병치료약인양 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하루 10~15분 햇빛이 보약?흡연·지나친 음주는 ‘독’
운동을 강도 높게 한다고 이에 비례해 면역력이 강화되진 않는다. 되레 과유불급이다. 평소 운동을 안 하다 갑자기 과격한 운동을 하면 몸에 좋을 리 없다. 하루 20분부터 시작해 차츰 운동시간을 늘려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하루 2시간이 넘으면 좋지 않다. 일주일에 4~5회 유산소운동과 근육강화운동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특히 고위험군이 테니스, 자전거 타기, 역도 등 강한 운동을 갑자기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루 10~15분 햇볕을 쬐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기미가 생긴다고 무조건 자외선을 피하는 여성들도 몸은 햇볕을 쬐어주라는 것이다.
흡연과 지나친 음주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박 교수는 “남성은 소주 5잔, 여성은 소주 3잔을 매일 마시는 것은 해롭다.”고 강조했다.? 손 씻기는 기본이다. 더러운 손으로 입을 만지지 말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는 가급적 가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박 교수는 “담배를 많이 피우면? 피곤해진다. 과로를 한 후엔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며 “몸이 말하는 신호에 맞춰 살아야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폐질환 환자, 심장질환·만성신부전증 환자는 신종 플루에 쉽게 걸리고 사망 가능성도 훨씬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인체와 면역력 그 연결고리
면역력이란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한 균에 대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인체 방어시스템이다. 면역시스템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더라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인체의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는 모두 뼈 한가운데 위치한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크게 선발대와 후발대의 역할을 하는 두 종류의 세포가 만들어진다. 선발대 세포들은 균이 우리 몸속에 들어온 것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수시간 내 공격하는 역할을 하며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 등의 세포들이 여기에 속한다.
후발대 세포들은 임파구라는 세포가 역할을 담당한다. 선발대 세포에 의해 죽지 않고 계속 몸 안에 남아 있는 균을 찾아내 말끔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균이 없어진 후에도 기억세포로 변화돼 지속적으로 몸속을 돌며 같은 균이 침입했을 때 그 균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다가 바로 죽이는 기능을 한다.
임파구는 크게 B-임파구와 T-임파구로 구분된다. 선발대 세포에 비해 기능적인 우수함이 많지만, T-임파구의 경우 자신이 균의 침입을 알아차리는 기능이 없어 반드시 선발대 세포가 균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균이 침입한 것을 인지할 수 있다. T-임파구가 균의 침입을 알아차리는 데는 적어도 3일은 걸린다. 선발대와 후발대 세포들이 긴밀히 협동해야 완벽한 면역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컴퓨터처럼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어떤 상태를 학습하고 기억하며, 정보를 만들고 저장해 나중에 다시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심 교수는 “면역시스템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다른 내분비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신경계와도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며 “인체의 다른 부분의 손상이나 스트레스는 면역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몸이 감염질환이나 암에 걸리기 쉬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심 교수는 “반면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하거나 정확한 경로에 따라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면 피부염, 비염 등 알러지성 질환이나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등 더욱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에 걸리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