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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기획②] 결혼… 그 아름다운 선택을 위하여~

2010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비상호 50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HD가족클리닉 최성애 원장(전 미시간공대 교수)】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숭실대 외래교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탈선이 세기의 스캔들로 떠올랐다. 우즈의 혼외정사는 한 순간 실수로 보기엔 지나쳤다. ‘밤의 황제’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였다. 우즈의 파경은 완벽한 결혼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결혼은 소풍이 아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가족에게 충실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비결은 뭘까?

PART 1.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면…

알콩달콩 연애 중인 커플이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제과점에 들렀다. 남자는 500원짜리 빵을 집어들었다. 여자는 3500원짜리 빵을 골랐다. 둘 다 가격은 보지 않은 상태였다. 여자는 애교를 섞어 말했다. “자기야, 내 빵이 훨씬 비싸네.” 남자 역시 호쾌하게 웃었다.

자신을 공주처럼 극진하게 대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겠다. 날 정말 사랑하는구나. 결혼하면 모든 희생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 얼마 안 돼 부부싸움을 했다. 남자는 소리쳤다. “네가 고른 빵은 3500원짜리고, 내가 고른 빵은 500원짜리라고 말할 때 내가 얼마나 모욕감을 느낀 줄 알아?” 폭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셸 오바마 “외모보다 인간성 보라”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전 미시간공대 심리학과 교수)은 “상대방이 자기 의견 없이 자존심을 버리고 무조건 맞춰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폭력·학대 성향이 있는 사람인지 연애 때는 잘 모른다.”며 “‘너 아니면 살 수 없다’며 100% 맞춰주고, ‘헤어지자’고 하면 ‘죽을 것 같다’며 스토커처럼 울며불며 매달리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를 남편으로 맞은 미셸 오바마는 ‘글래머’지 2009년 12월호를 통해 이상적인 남편감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공개했다. ▲남자를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남자가 가진 돈과 권력에 쉽게 흔들리지 마라. ▲남자를 볼 때 은행 통장과 직위보다 중요한 건 바로 그의 인간성이다.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 ▲남자가 낯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관찰해보라.

미셸은 인터뷰에서 “외모는 전부가 아니다.”라며 “남자가 가진 돈이나 권세에 흔들리지 말라. 당신을 완전하게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숭실대 교양학부 김숙기 외래교수(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는 “연애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가질 것”을 권했다. 사계절 동안 싸우고, 화해하며,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 번 만난 후, 혹은 3개월 만에 불꽃같은 사랑을 한 후 결혼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연애는 저축”이라며 “1억 원을 정기예금하기보다 300만 원씩 저축하는 게 신뢰 유지에 좋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면 우선 자기점검부터 해야 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꿈은 무엇인가’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나’ ‘결혼은 어떤 의미인가’ 등을 낱낱이 헤집어봐야 한다. 종이에 자신의 장점 50가지, 단점 20가지를 적으면 자신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부모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고, 주변에 떠밀려서, 임신해서 결혼하면 불행해질 수 있다. 최 원장은 “나중에는 ‘상대방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피해의식이 생긴다.”며 “실존적 선택인 결혼이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성격은 결혼의 행복·불행과 상관없어

요즘은 키 크고 스타일이 멋진 이성을 선호한다. 외모나 스타일에 방점을 찍으면 결혼 전략에 ‘적신호’가 켜진다. 인간은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 나이가 들면 화려한 외모도 빛이 바랜다.

경제력도 마찬가지다. 직장이 ‘철밥통’이던 호시절도 지났다. 상대방의 자산과 연봉보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봐야 한다.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따져보라는 얘기다. 최 원장은 “절약형인지, 돈을 버는 만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자신을 치장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월급을 200만 원 벌면서 BMW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허세부리는 남자는 요주의 대상이다.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휴대폰 전화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도 경계해야 한다. 자존감이 낮거나 술·PC게임 중독이 있는 사람, 허세가 심해 학력이나 집안배경을 부풀려서 얘기하는 사람 등도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경제력, 외모, 학벌 등 이성적 조건과 사랑, 인격 등 정서적 조건을 함께 보라.”면서도 “우선순위는 정서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남녀의 정서는 다소 상반된 편이 낫다. 이를테면 남편이 성급하고 저돌적이면 아내는 부드럽고 느긋한 성격이 낫다. 최 원장은 “학력, 연령은 비슷해야겠지만 성격이나 성향은 상반돼야 오히려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격은 결혼의 행복, 불행과는 관계없다. 과묵하든지, 수다스럽든지, 내성적이든 사교적이든지 어떤 성격이든 전혀 상관없다.

가정적인 남자를 판별하는 기준은 뭘까? 상대방이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여성관을 알 수 있다. 어머니와 지나치게 밀착된 아들은 마마보이가 될 수 있다. 아들에게 ‘올인’한 엄마는 성인이 된 후 자유롭게 놔주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성공만 중시하는 사람은 가정에 소홀해지기 쉽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관계를 요모조모 따져보자. 부부관계가 긍정적이고 서로 존중한다면 가정적인 남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 부부관계의 ‘롤모델’을 보지 못하고 자란 이들이 적지 않다.”며 “‘내가 너희들 때문에 이혼 안 하고 산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면 부부관계를 제대로 학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살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남성의 권위로 여기는 시아버지라면, 아들도 그대로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시어머니가 남편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면 아들은 확 달라질 수 있다.

PART 2. 행복한 부부생활의 조건

최 원장은 “결혼식 하객 초대나 웨딩드레스 선택에 들이는 시간과 돈, 노력의 몇 분의 일이라도 투자해 부부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운전을 배우지 않고 자동차를 탈 수 없듯 부부교육을 받으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관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사랑의 지도’ 점수가 높고, 호감과 존중을 자주 표현하고, 서로 다가가는 대화를 하는 부부가 성적 만족도가 높다. 행복한 부부는 학력이 높거나, 얼굴이 예쁘거나, 젊거나, 돈이 많거나, 성격이 좋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 상대에 대해 잘 아는 것, 상대방의 내면의 세계(Love Map)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가까운 친구는 누구이며, 적수는 누군지, 스트레스가 뭔지, 어렸을 때 가장 자랑스럽거나 수치스러웠던 일은 무엇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트맨 박사 연구 결과 67%의 부부가 아기를 낳은 후 3년 안에 대화가 줄고 스트레스와 짜증, 적대감이 높아졌다. 가장 큰 이유는 수면 부족 때문이다.

최 원장은 “우리 부부(남편은 조벽 전 미시간대 교수)는 아기가 태어난 후 부부의 24시간을 합쳐 하루를 48시간으로 활용했다.”며 “먼저 아기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나머지는 둘이 형편껏 나눠 썼다. 시간을 공유하면서 핵가족 부부의 시간 부족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혼 후 3년 내에 부부관계가 고착화되면 바꾸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대화를 통한 정서적 소통뿐 아니라 성적 관계도 원만해야 한다. 대화할 땐 “네가 이래서 문제야.”가 아니라 “내가 이런 느낌이었다.”라고 말해야 한다.

남편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5가지가 있다. “당신은 그것도 몰라?” “왜 아무 말도 안 해?” “나는 당신네 집 식구가 아니야.” “당신 닮아서 애가 이래.” “(성관계 후) 뭐야? 벌써 끝난 거야?”

남편이나 시댁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내 느낌과 생각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은 고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남편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전제에서다. 그렇지 않으면 ‘고문기술자’에 불과하다.

배려는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 “말 안 해도 알겠지.” 하지만, 얘기하지 않으면 대부분 모른다. 오히려 처음엔 고마워하다가 나중엔 배려를 당연시 여기고, 더 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수 있다.

‘제로 톨러런스 서약’ 이혼 막는데 효과

김 교수는 “잘 싸우는 부부는 사이가 좋은 편”이라며 “결혼 15년 동안 한두 번밖에 싸우지 않은 부부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응어리가 남지 않아야 한다. 화해 기술이 없고 매번 싸우기만 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부부싸움 때 폭언·폭력이 일어날 것 같으면 타임아웃을 외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분노 조절에 효과적이다. 부부 중 한쪽이 타임아웃이라고 말하면 무조건 멈추고 휴전한다는 약속을 미리 해두는 게 좋다.

미국 학교들은 청소년 섹스, 마약, 알코올 남용 등에 대해 ‘단 한 번도 너무 많다’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정책을 펴고 있다. 최 원장은 “제로 톨러런스 항목을 정해 불화를 예방하면 이혼하는 부부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부부 간에 두세 가지 정말 어기면 안 될 사항을 정해 결혼 서약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우선 순위는 부부관계다. 김 교수는 “시댁이나 처가와 ‘분리’가 안 된 사람은 결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혼집은 처가나 시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구하는 게 좋다. 캥거루족이 되면 부모의 참견이 불가피하다. 육아를 친정엄마가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모가 자칫 인생의 한풀이를 딸에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넌 엄마처럼 살면 안 돼. 내 딸을 어떻게 키웠는데….” 장모의 코치를 받게 되면 부부는 행복해질 수 없다.

최 원장은 “고부갈등이 생기면 남편은 아내 편을 들어야 하고, 남편이 처가와 갈등을 일으킬 때 아내는 부모님을 자제시켜야 한다.”며 “중재한답시고 ‘당신이 참아’라고 얘기하면 상대방은 섭섭해 한다.”고 말했다.

시댁이나 처가에 거절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 교수는 “하혈을 철철 하면서도 시어머니가 불러 김장을 100포기 담그고 오는 며느리들도 있다.”며 “스스로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고부관계가 악화된다.”고 말했다.

명절 때면 며느리를 파출부 취급하는 시댁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제사 음식을 형제들이 공동으로 준비해 가져오거나, 남성들이 가사 일에 참여해 여성도 함께 어울리는 명절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설날에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다.

외도는 봉합되더라도 상처로 남는다. 치유되는데 1, 2년이 걸린다. 상대방을 용서하는 과정에서 상처의 본질과 만나게 된다. 최 원장은 “배반감 때문인지, 소외감 때문인지, 무시당한 느낌 때문인지 등? 내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어렸을 때 치유받지 못한 상처가 드러난다.”며 “그 이후 외도에 대한 극복의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성애 원장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국제심리치료사 및 가족치료사 자격을 취득했다. 핀란디아대·덕성여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김숙기 교수는 부부치료 및 가족갈등상담 전문가다. 현재 여성부 양성평등교육 전문교수. 숭실대 박사과정(평생교육 전공)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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