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희정 기자】
–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 아내 덕에 20여 년의 당뇨에서 해방됐습니다.
– 당뇨병은 완치가 없고 평생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특이한 질병.
당뇨가 심해지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고 좌절과 고통으로 인해 결국 생업까지 포기해야했던 김은규씨(68세).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는데…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당뇨를 이겨내기까지의 노력과 가족들의 사랑, 투병 후 달라진 그의 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섭리. 그러나 노환이 아닌 질병으로 인한 죽음을 피하게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이에 도전해 왔고 많은 질병들이 인류의 도전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아직 원인조차 찾지 못하거나 확실한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한 질병들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이런 점에서 불치병으로 분류된 당뇨에 걸린 사람들이 좌절하고 고통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김은규씨는 지난 20년 전 갑자기 기운이 없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전신에 피로감이 느껴져 시내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아 보았다.
“신체에 별다른 이상은 없으나 소변에서 체크한 당뇨시험지에 당이 있으니 다음날 아침 공복에 정밀 혈당 검사를 받아보라는 겁니다. 사실 조금은 걱정됐지만 평소에 워낙 건강하여 담담하게 검사를 받았죠. 그런데 결과는 제가 중증 당뇨환자라는 것이였습니다.
정말 너무나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환자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172cm에 80kg정도의 건강한 체구를 갖고 있던 그였기에 건강은 자신 있었고 병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사는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잘 먹었고, 동료들과 어울려 2, 3일 밤을 뜬눈으로 새워도 조금도 피로하지 않고 아픈 곳도 없었기에 이런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담당의사의 오진이 아닐까’하는 한가닥 희망과 기대 속에서 큰 병원의 권위 있는 의사를 찾아가서 재검사를 받아 보았으나 역시 똑같은 대답이었습니다.″
명약과 명의를 찾아 동분서주
박씨는 이 진단을 받은 후 회사 일은 제쳐두고 명약과 명의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유능한 의사가 진료한다는 병원이라는 병원은 거의 모두 전전하던 때 어떤 의원은 완치 할 수 있다며 이름도 성분도 모르는 환약을 주기도 하고 소개료를 받고 환자를 안내하는 뚜쟁이도 경험하였다.
단식으로 고친다 하여 물만 먹고 10일간 견디어도 보았으며 신앙으로 치료한다하여 금식 기도원에도 여러 차례 가보았다.
그러나 단식이나 금식 요법은 결핵이나 당뇨같이 소모성 질환에는 상당히 해로운 방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러는 동안 그는 자신이 한없이 미웠고 불쌍하기도 해서 남몰래 혼자 울기도 했다.
“한번은 안마요법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하여 가보았더니 안마가 아니라 두들겨 패는 것이었습니다. 공매를 맞아도 분하고 억울한데 돈주고 매맞는 바보가 되는 기분 이였습니다.
그런데 더 스스로를 화나게 하는 것은 이렇게 후회하고 매번 실패하면서도 누가 어떤 방법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하면 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동안 정신적인 피로만 가중되었고 합병증을 막지 못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죠.”
합병증으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서서히 지쳐갈 때쯤 김씨는 한차례의 시련을 더 겪어야만 했다.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툭 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갑자기 걸을 수가 없었고 마침 직원이 결재서류를 가지고 와 사인을 하려고 하니까 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는 주물러도 마찬가지였다.
그 길로 K병원에 입원하여 검사한 결과 뇌혈관에 이상이 있고 당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신경에 합병증이 발병하였으며, 혈압도 120/220이라 혈당 주사를 맞으며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충격을 금치 못했고 절망감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김씨가 투병의지를 되찾은 것은 가족의 노력과 주치의의 한마디 때문이였다.
김씨가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K병원의 주치의에게 “어찌하면 좋습니까? 어떻게 해야 이 병으로부터 벗어 날수 있습니까?” 하며 절규에 가까운 애원을 하자, “철저한 관리와 자신과의 싸움에서이기는 길만이 합병증을 막을 수 있고 이병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탄하기보다 한번만 눈을 감고 가족을 생각해보십시오. 나로 인해 가족은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요”라는 말을 해주셨다.
김씨는 그 때서야 자신의 가족들이 그간 자신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자각했다.
“저는 그때까지 정성어린 아내의 간호와 자식들의 눈물어린 권유를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고생시킨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투병시절을 회고하는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인터뷰 내내 곁에 있던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나에게 힘이 되어준 가족
그때부터 그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즐기던 모든 것, 술, 담배, 맛좋은 기름진 음식 및 술안주 등을 금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아는 것이 힘이요, 면장도 알아야 한다고 모르는 것은 배워야 하겠기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당뇨교실에 나갔다.
투병 생활은 쉽지 않았다. 별로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고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랑하는 아내가 김씨를 채찍질했다.
김씨의 아내는 약물복용, 식이요법, 혈당 체크, 열량조절, 운동, 발관리, 합병증 예방을 위해 안과, 치과 정기검진 등 모든 것을 함께 관리하고 격려하면서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또한 박씨와 자주 대화를 하고 그가 문화센터에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그로 하여금 더욱더 자기관리 의지가 강화되게 하였다.
“예전에 즐겁게 저녁시간을 함께 하던 아내가 몸은 어떠냐고 걱정을 해줄 때면 까닭 없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소심한 감정이 불끈불끈 올라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항상 웃어주고 그런 절 오히려 다독거려주더군요.”
이처럼 그가 우울하거나 턱없이 신경질을 부릴 때에도 아내는 항상 웃으며 당뇨병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는 그야말로 김씨의 반려자 역할을 묵묵히 해 주었다.
또 매일 저녁 식사 후에는 아내와 세 아이 이렇게 다섯이서 산책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면서 운동도 했다.
운동은 걷기부터 시작을 하여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으로 서서히 운동 강도를 증가시켰다. 운동 시간은 하루에 40~60분 정도로 했고 공복 시나 식사 직후에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식사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하루에 5~6끼로 나누어 소량의 식사와 간식을 했다.
또한 당뇨에 좋다고 하는 천화분과 마를 10g씩 물 5백㏄에 달여서 차 마시듯 하루 3차례쯤 마셨다.
그러면서 14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혈당치도 거의 정상을 유지하게 되었다.
“12년 가까이 앓아오던 당뇨병을 가족의 사랑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1년만에 고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생각해보면 끔찍하게도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60평생을 살아온 제 인생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당뇨병 환자로서 살아온 중년의 세월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요즘은 복지 회관이나 거리 질서 요원으로 활동을 하고 당뇨인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기 위해 무료 상담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의 시간은 자신을 위해 20년 동안 헌신한 아내와 함께 보내고 있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다섯 가지 관리 방법
그는 당뇨 투병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당뇨는 불치명이 아니라 난치병입니다.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가족의 노력만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쳐야 할 규칙들만 올바로 지킨다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병이라고 해서 자포자기로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이나 마음껏 먹고 기분 좋게 풍류를 즐기면서 살수 있는 날까지 살다가겠다는 마음의 자세를 가진 당뇨인은 결국 그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는 날까지 가족과 남에게 신세를 지게 될 것입니다. 당뇨인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게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반면에 건강하게 살겠다는 건전한 신념을 가진 환자는 반드시 자기의 건강관리를 철저히 잘 해서 정상인과 똑같이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투병에 임해야 합니다.”
그는 식사와 운동을 철저하게 지키고 인슐린이든 먹는 약이든 적절한 처방을 받아 복용하고, 환자와 가족이 함께 당뇨 교육을 받고, 꼭 싸워서 이기겠다는 정신력과, 공복과 식후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혈당을 검사하고 기록하는 다섯 가지를 꼭 따라야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실천을 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힘들겠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닥쳐올지라도 스스로 꾸준히 지켜서 실천한다면 반드시 효과가 나타날 것임을 확신한다.
“사람은 불행할 때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용기와 눈이 생긴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람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건강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갈 생각입니다.”
마지막 말을 남기는 김씨의 얼굴에 건강을 되찾은 행복과 자신을 이겼다는 성취감이 베어있는 환한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