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정유경 기자】
【도움말│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장이선 교수】
방심은 쉽게 후회를 낳는다. 이는 당뇨병도 예외가 아니다.
당뇨병에다가 비만이면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이 잘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말랐거나 정상 체중인데 당뇨병만 있으면 비만형 당뇨보다 더 괜찮을 것 같다. 왠지 안심된다. 그러나 당뇨병은 체중에 휘둘리는 호락호락한 병이 아니다.
아는 만큼 길이 보이는 당뇨병, 비만 당뇨와 마른 당뇨의 제대로 된 관리법을 알아보자.
서서히 혈관 건강 위협하는 당뇨병
당뇨병은 말 그대로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병이다.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이유는 혈액 속의 당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장이선 교수는 “인슐린은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람이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어서 에너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한다.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거나 정상적으로 분비가 되어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세포 안으로 포도당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면 혈액의 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고혈당이 오게 되고, 사람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부족하게 된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공복감, 무기력증 등의 증세를 느껴 음식을 더 먹게 되어 혈당이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혈당이 높으면 심한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잘 먹는데도 체중이 오히려 줄어드는 증상을 보인다.
장이선 교수는 “보통 혈당은 서서히 증가하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연히 검사해서 당뇨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오랫동안 당뇨병인지 모르다가 고혈당 증세가 생겨서 뒤늦게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혈당이 계속 높으면 이로 인한 급성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고혈당성 고삼투압 상태가 올 수 있고, 심하면 의식 혼수를 겪을 수 있다.
만성 합병증은 고혈당 기간이 길수록, 지속해서 혈당 관리가 되지 않을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심근경색·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질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들 합병증은 일단 발생하면 정상으로 돌이킬 수가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한국인은 진짜 마른 당뇨가 많을까?
이러한 당뇨병을 다룬 TV 건강 프로그램을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마른 당뇨다. 뒤이어 등장하는 내용은한국인은 주로 마른 당뇨가 많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아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부피도 더 작아 인슐린 분비가 더 적다. 비만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을 당뇨병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서양인과 달리 인슐린 분비의 감소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 그래서 마른 당뇨병이라는 말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은 비만형 당뇨 환자가 늘고 있다. 장이선 교수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에는 비만하지 않은 당뇨 환자의 비율이 63.5% 이상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50%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2015년도에 발표된 논문(1,314명 대상)에 따르면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서 과체중 혹은 비만을 보인 비율이 무려 77.3%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을 보인 환자는 59.5%, 인슐린 분비 장애를 보이지 않았거나 아주 경도의 분비 장애를 보인 환자는 79%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당뇨병의 원인이 인슐린 분비 감소보다는 인슐린 저항성을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분비는 정상적으로 되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며, 비만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비만이든 말랐든 혈당 관리는 필수!
비만이라면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한 사망률 또한 증가한다. 따라서 반드시 정상 체중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 마른 당뇨는 어떨까? 비만형 당뇨보다 조금 안심해도 될까?
장이선 교수는 “마른 당뇨라면 비만 자체로 인한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어쨌든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만큼 합병증이 빨리 올 수밖에 없다.”며 “말랐다고 안심하고 관리에 소홀하면 만성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으니 항상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당뇨병이라면 당장 실천해야 할 관리 지침 5가지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며 음식, 운동 등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므로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노력하면 이 또한 적응되며 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마른 당뇨든, 비만형 당뇨든 당뇨병 환자라면 당장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을 소개한다.
1 생활습관 개선이 약이다!
장이선 교수는 “당뇨병은 약에만 의존하면 안 되며 반드시 생활습관 개선이 같이 이루어져야 효과적으로 혈당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활습관 개선이란 자신에게 맞는 식이요법, 운동요법, 적절한 체중관리, 금연, 금주이다.
2 골고루 규칙적으로 싱겁게 먹자!
혈당이 올라갈까 봐 적게 먹는 당뇨병 환자도 있는데 조금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열량에 맞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식사법을 영양사에게 교육받는 것도 좋다. 또한 싱겁게 먹는 것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3 당질은 피하자!
요구르트, 음료수, 설탕 등 당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단맛이 별로 안 난다고 해도 빵, 과자, 인스턴트식품에는 대부분 설탕이 들어간다. 심심한 입은 달콤한 간식이 아닌 향긋한 차나 약간의 견과류 등으로 달래보자.
4 운동은 이틀 연속 쉬지 말고, 식후 1시간에 하자!
운동은 혈당과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고, 체중 조절과 혈액순환에 좋다. 장이선 교수는 “아침에 공복 상태로 운동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식후 1시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중간 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강한 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75분 이상 하도록 하자. 중간 강도 운동은 빨리 걷기, 배드민턴, 볼링 등이 있고, 강한 강도 운동은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이 있다. 운동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예방책으로 사탕을 가지고 다니고, 1시간 넘게 운동하지 말자.
빨리 걷기를 매일 30분 정도만 해도 운동이 충분히 된다. 평소 출퇴근할 때 오래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혈당 조절에 좋다.
운동 전 혈당을 쟀을 때 100 이하면 미리 약간의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고, 혈당이 250 이상으로 높으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어느 정도 혈당을 조절한 후에 운동을 시작하자.
격렬한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평가로 운동부하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고,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하자.
5 가족의 지지를 받자!
생활습관 개선은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지지를 받으면 어려운 것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도 얻을 수 있다. 혼자 힘으로만 이겨내지 말고 가족이나 담당 주치의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장이선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이며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부신, 이차성고혈압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