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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녹즙과 자연생활, 그리고 삶의 여유로 임파선 암을 이겨낸 채종오 씨

2002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신선호

【건강다이제스트 | 송화정 기자】

병명도 모른 채 몇 달간의 치료를 받으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채종오씨(39). 임파선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후에도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그가 지금껏 건강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본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건장한 체구에 밝은 웃음을 가득 띤 그를 보며 과거 임파선암으로 인해 생사를 넘나들었을 것이라고. 힘들고 두려운 암이었지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으로써 자신에게 과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삶을 부여해준 암투병 생활을 털어놓았다.

눈의 염증과 목의 마비, 알 수 없는 병명

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증세를 처음 보인 것은 96년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 목뒤가 계속 아파왔다. 동네병원을 찾은 그는 목이 삐었다는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흘 이상 치료를 받아도 목의 통증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오히려 점점 심해지는 통증으로 인해 이번엔 한의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그러나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는 증세로 인해 그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부터인가는 눈에 염증이 생겨 또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의사로부터 “웬만한 눈병은 며칠이면 낫는데 차도를 보이지 않으니 이상하군요.”라는 말을 들으며 서서히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눈과 목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목이 마비되기 시작하며 몸에 점점 열이 오르고 급기야는 목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제야 문제의 심각함을 느낀 그는 서울K병원에 입원하여 CT촬영, MRI, 초음파검사 등 온갖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종양같다”라는 애매모호한 대답뿐이었다. 골수암이니 간암이니 무수한 추측만이 있었을 뿐, 병원의 부족한 시설과 의료진은 그의 병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임파선암, 30㎏ 가까이 빠져버린 몸

급기야는 척추에 암이 전이가 되어 척추뼈가 내려앉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엄청난 통증이 밀려 왔다. 점점 심해지는 허리와 목의 통증과 눈의 염증으로 더이상 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이제는 마약진통제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야만 했다.

치료 당시만 해도 86㎏이었던 몸무게가 59㎏까지 줄어갔다.
암세포는 어느덧 목뼈 부위에서 등뼈, 갈비, 콩밭 부위로 전이가 되었고, 3주를 넘기기 힘들다는 말로 이제는 죽음을 준비해야 했다.

“아내에게 유언을 남기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죽으면 내 가족은 어떻게 되나. 불쌍한 처자식을 백만번, 아니 천만번도 더 생각하며 왜 더 잘해주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또 그때 제나이 고작 34살이었습니다. 아직 젊었기 때문에 일찍 죽는다는 것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를 되뇌며 하루하루를 견뎠습니다.”

그의 아내는 결국 병명이라도 알고 죽기전 제대로 치료라도 해보자며 서울중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 조직검사후 받아든 병명은 임파선암이었다. 병원에는 아직 골수에는 암세포가 침범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8번의 항암치료가 차도를 보여

매일매일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가 병행되어 실시되기 시작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극심한 고통 속에 자살하고픈 충동도 여러 번. 그러나 무엇보다도 함께 병실에서 동고동락하며 서로 힘을 실어주던 이들이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 병실을 떠날 때는 간신히 삶으로 향해 뻗던 손의 힘을 쭉 빠지게 만들었다.

“제 바로 옆자리에 저와 같은 임파선암으로 투병을 하시던 아저씨 한 분이 계셨어요. 동병상련이라고 같은 병에 바로 옆자리다 보니 서로 많이 의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먼저 가시더군요. 그때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참 암담했죠. 그때마다 가족들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습니다.”

중앙병원에서 두 달간 치료를 받고 퇴원하여 매주 1회씩 통원치료를 하며 검진이 시작되었다. 항암치료는 약 7개월에 걸쳐 7번을 맞았고 다행히 항암치료가 조금씩 말을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고용량 항암치료를 강하게 맞은 후 자신의 골수를 뽑아 두어 재발에 대비해 두었다.

병마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라

항암치료로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의 몸은 아내의 부축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힘든 몸을 추스르기 위해 휴직을 신청하고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갔다. 그곳은 주변이 산이라 항상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으며 산책 삼아 산에 오르며 조금씩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에 대한 온갖 잡념이 그를 쫓아다니며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병이 다시 재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항상 따라다녔어요. 어느날 밤엔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잡념을 지워버릴까하고. 그러던 중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이나 마음껏 해보자 싶더라고요. 그래서 불편한 몸이지만 바다와 강을 무작정 돌아다니며 고기도 잡고, 산으로 다니며 약초나 나물도 캐고, 하지 않던 고스톱도 친구들과 하면서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즐겼습니다. 이것이 잡념을 그나마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이 좋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서 병마에 대한 두려움을 잊는 것이 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전원생활을 1년 가량 하는 동안 그의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많이 걷기와 케일녹즙으로 건강 챙겨

그는 빨리 낫기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 먹었다. 상황버섯, 오가피, 느릅나무, 영지버섯 등을 약 4년간 물대신 마셨다. 또, 매일 아침이면 시골집 앞 텃밭에서 재배하던 케일을 따서 녹즙을 마셨다. 다시 복직을 한 이후에는 주문을 해서 아침마다 꼭꼭 챙겨 마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건강을 다시 되찾은 비결을 걷기로 꼽는다. 처음 산책삼아 산에 오르기 시작하고 철따라 계절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산 곳곳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이 되어 이제는 누구 못지 않은 건강한 몸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처음 병원에 입원할 당시만 해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힘들기만 했지만 이제는 잠도 잘 오고, 몸도 가볍고 상쾌해지며, 항상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단다.

“한 번 심하게 아프고 나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야 알겠더군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지금도 꾸준히 건강을 챙기고 있어요. 그렇게 마시고 피워대던 술·담배도 모두 끊고, 항상 일정한 시간에 적당량의 식사만 하고, 고기는 피하고, 되도록 걷도록 애쓰며 그렇게 삽니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합니다.”

항상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인가 보다. 주변인들에게서는 항상 ‘좋은 일 있냐’는 이야기를 인사 대신으로 듣기도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이렇게 건강하게 될 때까지 제 아내가 고생이 참 많았죠. 아무리 좋다는 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혼자 이것저것 챙겨 먹는 것이 쉬운 일인가요. 그런 것 일일이 때마다 다 챙기고 신문에 혹시 암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일일이 스크랩해서 보여주고…. 힘들 땐 역시 아내밖에 없더군요. 한마디 불평이나 힘들다는 말도 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참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아내에게 고마워요.”

아프던 와중 항상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하지 못한 것이 죄스러웠다는 그. 때문에 지금은 항상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는 암투병 환자를 만나면 항상 습관처럼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더라도 희망을 갖는다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희망이라는 약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 무슨 병이든 나을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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