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배정원의 이달의 특선] 그 남자, 그 여자의 사랑방정식

2010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처녀막 신화는 버려라

“제가 처녀막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상심할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 계속 가슴이 아파옵니다. 남자분들, 궁금합니다. 처녀막이 있고 없고, 성경험이 있고 없고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전 제 자신이 밉고 답답해 죽겠습니다.”

사랑해서 성관계를 가졌던 남자와 헤어진 어떤 여성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보내온 고민의 글이다.

순결과 처녀막에 대한 고민의 글은 남자도 여자도 보내오지만 그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여자는 마치 금간 도자기처럼 자신의 불완전함, 때로는 비도덕적(?)인 자신을 비난하고 새로운 상대가 어떻게 자신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염려한다. 심지어 처녀막 재생수술까지 운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 자신이 동정을 잃었다며 한탄하고 비난하거나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상담은 한 번도 못 받아 보았다.

이런 상담글을 대하면서 차라리 세 번이나 처녀막이 재생된다는 두더지의 복(?)이 부러울 지경이다. 나의 마음과 상처를 돌보고 추스르기 전에 나를 사랑할 사람의 마음과 기대만을 염려하는 우리 젊은 여성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해부학적으로 말한다면 처녀막이란 ‘여성의 질구를 불완전하게 메우고 있는 결체조직’이며 ‘질막’이다. 이 처녀막은 사람마다 생김새와 두께가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파열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성관계가 불가능할 만큼 두꺼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첫 성경험임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고통도 없어 처녀성을 의심받는 반면, 어떤 여성은 여러 번의 성관계 때마다 부분적으로 파열되어 계속 피가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통계에 따르면 첫 성관계에도 불구하고 처녀막의 파열로 인한 출혈이 안 보일 확률은 50%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사람에 따라 가벼운 충격, 예를 들어 태권도 발차기나 발레의 다리 찢는 동작, 승마 등에 의해 쉽게 파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처녀막은 처녀를 증명하는 기준이라기엔 너무 불완전하다. 일반적으로 모든 처녀에게 처녀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은 때어날 때부터 흔적만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순결함과 처녀막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처녀막과 순결을 동일시한다.

물론 순결이란 소중한 것이다. 가능하면 내가 원하는 그런 순간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너무나 좋을 것이다. 그것은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다. 여자의 순결이 더 귀하고 남자의 순결은 덜한 것이 아니다.

또한 순결은 누가 누구에게 바치고 잃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이든 성이든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는 진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젊은이들이 진정한 순결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 사랑했기에 누구와 성관계를 했다. 그것도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순결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 헤어짐이 두 사람의 잘못일 수는 있어도 사랑했다고 믿은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을 터….

2단지 좀 아쉽다면, 좀더 자신의 성가치관과 태도를 이해했더라면, 그리고 그것들이 일치했더라면 하는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완전을 추구해 가는 존재다. 그래서 장난으로 성관계를 한 게 아니라면 비난할 이유도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다음에는 더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그때는 어떻게 만남의 모습이 달라지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컨트롤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사랑은 ‘독’

상대만 있고 내가 없는 사랑을 피그말리온식 사랑이라고 한다. 고대 희랍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석고상을 사랑해 보상 없는 사랑을 하는 그를 불쌍히 여긴 여신이 석고상을 사람으로 변하게 해 피그말리온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신화의 끝은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보상받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지만 이것은 역설일 뿐이고, 그래도 우리 보통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만지고 쓰다듬고 안을 수 있는,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보이는 사랑을 해야 불행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상대만 있고 나는 없는’ 피그말리온식 사랑에 목을 매고 불행해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내 애인은 파란색을 좋아해. 그래서 나는 파란색만 입어.”라거나 “나는 성관계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너무나 원하니까 거절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아직도 내가 정말 원하는가에 대해 확신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내가 없는 사랑을 하다보면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없어지는 아픈 경험을 하기 일쑤다.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데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어!” “나보다 그를 더 사랑했는데 그는 나를 떠나버렸어요. 나는 더 살 희망이 없어요.”라며 눈물짓기도 한다.

잔인한 말이지만 그런 불행한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 나를 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대접하지 않는 사람을 누구도 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다. 그런 내가 하는 사랑이기에 더 소중하고 현명해야 하며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반드시 내가 존중되어야 한다.

사랑을 할 때는 분명히 내가 있고 상대도 있는 그런 사랑을 하자.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상대에게 알리고, 상대 또한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도록 하면 더 행복하고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랑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태어나면서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워가는 것이다. 또 사랑이 일방적이면 행복하기 어렵다. 그런 사랑은 오래 가지도 않는다는 걸 늘 기억하자.

배정원 프로필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몇 번 하면 좋은가요?

    2018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97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중년남자들끼리 모여서 유쾌한 성담론을 하고 있는 자리에 갈 기회가 자주 있다. 그럴 때마다 성전문가로서 꼭 듣게 되고, 질문을 받는 주제가 있다. “섹스는 자주 하는 게 좋은가요?” “성학(sexology)에서는 용불용설을 주장합니다만….” “그런데 소녀경에서는 섹스를 자주 하면 뼈가 삭는다고 하잖아요?” “그럼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 게 가장 좋은가요? 전문가이시니 딱 횟수를 알려주세요. 하하하….”

  • [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엄마손에 이끌려… 포경수술 유감

    2018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쉼터호 134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언제쯤 포경수술을 해주어야 할까요?” “포경수술, 하는 게 좋은가요? 안 하는 게 좋은가요?” 너무나 당연하게 초등학교 4, 5학년만 되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남자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포경수술을 해주던 엄마들이 요즘 많이 묻는 질문이다. 포경수술이란 음경의 귀두를 감싸고 있는 표피를 잘라내 귀두를 드러내주는 수술이다. 세계에서 유대교를 믿어 종교적으로 할례를 하는 이스라엘 사람과 미국인,

  • [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너무 밝히는 나 “어떡해요?”

    2018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꽃잎호 123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제가 섹스 중독인 것 같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섹스를 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일에 집중이 안 됩니다. 뭔가 문제가 있을 때도 섹스를 해야 마음이 안정되고…그러다 보니 아내는 저를 사람 취급도 안 합니다.” 요즘 들어 섹스에 관련된 중독 때문에 상담요청을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포르노를 매일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정작

  • [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고개 숙인 남자의 슬기로운 대처법

    2018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127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남자들은 40세가 지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매년 1~3%씩 떨어진다고 한다. 이때 계속 어떤 성취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매력적인 대상이 생기거나, 멋진 섹스를 자주 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그렇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 나이는 아내와의 섹스 긴장감도 떨어진 데다 섹스 횟수도 많이 줄어들고 성취할 일도 줄어들기 때문에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 [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변덕스런 사랑이 오래 머무는 기술

    2018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열광호 126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고대 희랍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사람 여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석고상을 사랑했는데 이처럼 보상 없는 사랑을 하는 그를 불쌍히 여긴 여신이 석고상을 사람으로 변하게 해 피그말리온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화의 끝은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보상받기가 어렵다. 아주 불행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누군가는 이루어지지 못한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