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중년남자들끼리 모여서 유쾌한 성담론을 하고 있는 자리에 갈 기회가 자주 있다. 그럴 때마다 성전문가로서 꼭 듣게 되고, 질문을 받는 주제가 있다.
“섹스는 자주 하는 게 좋은가요?”
“성학(sexology)에서는 용불용설을 주장합니다만….”
“그런데 소녀경에서는 섹스를 자주 하면 뼈가 삭는다고 하잖아요?”
“그럼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 게 가장 좋은가요?
전문가이시니 딱 횟수를 알려주세요. 하하하….”
적당한 섹스는 알다시피 건강에 좋다. 성의학자들은 연구에 의해 ‘섹스 글로(sex glow)’라는 말을 만들어 섹스의 유용함을 설명했는데, 만족스러운 섹스와 그로 인한 기쁨은 우리를 부풀게 하고 빛나게 한다는 뜻이다.
섹스는 면역력을 키워주고, 통증을 약화시키며, 심장을 더 건강하게 유지시키며, 심지어 암에 대한 저항성도 키워준다. 자주 섹스를 하는 사람은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이 안 하는 사람보다 적다.
그런가 하면 섹스를 하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안 하는 사람보다 10.8년이나 젊어 보인다. 골다공증에도 효과가 있고, 남자에게는 전립샘암, 여자에게는 유방암의 위험을 줄여준다고 한다.
다이어트와 우울증에 도움이 되고 장수에도 기여를 한다. 이런 결과들은 다년간의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적절한’ 횟수이다. 얼마나 하면 많은 것이고,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중년남자들은 알고 싶어 한다.
얼마 전 세계적인 콘돔제조회사 듀렉스가 26개 국 총 2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간 섹스 횟수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한 해에 가장 많은 섹스를 하는 나라는 그리스로 1년에 164회를 하고, 2위는 브라질로 145회, 3위는 러시아로 143회였다. 아시아국가 중에서는 인도가 130회로 가장 많이 하고, 중국은 122회, 그리고 꼴찌는 48회를 하는 일본이었다. 성매매, 성상품화, 이상성행동에 관대함 등으로 성진국(성적으로 진보적인 나라)이라 불리는 일본이 실제 커플간 섹스를 가장 적게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분명히 섹스의 적절한 횟수는 있을 것이나 섹스의 정도는 사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 파트너와의 친밀감, 일상생활의 사정이 다 다른 만큼 그에 맞추어 적절하게 하면 좋을 일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VA의료센터의 프랜시스 브래넌 박사는 1999년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주 1~2회’ 섹스를 한 사람들이 그보다 많이 하거나 적게 한 사람들에 비해 면역기능이 좋다는 거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박사 역시 ‘주 1~2회의 적절한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과 면역력이 우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섹스를 자주 하면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 건강을 모두 얻을 것이고 건강한 장수까지 보장한다니, 커플 간 섹스는 좀 더 열심히 해 볼 일이지 않을까?
배정원 소장은 성전문가이며 성교육·성상담자 및 성칼럼니스트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신문과 방송 등 다수의 언론 매체를 통해 성칼럼 및 성 전문 자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여성상담센터, 한국성폭력위기센터(교육 분과)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 공역서로 <성상담의 이론과 실제>가 있다. 이 글은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 (21세기북스刊)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