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고대 희랍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사람 여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석고상을 사랑했는데 이처럼 보상 없는 사랑을 하는 그를 불쌍히 여긴 여신이 석고상을 사람으로 변하게 해 피그말리온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화의 끝은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보상받기가 어렵다. 아주 불행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누군가는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지만 이것은 역설일 뿐이고, 그래도 우리 보통사람들은 가까이에서 만지고 쓰다듬고 안을 수 있는,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보이는 사랑을 해야 불행하지 않다. 아무리 불행한 경험을 극복하는 것이 그 사람의 영혼을 성숙하게 한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파트너만 있고 나는 없는’ 피그말리온식 사랑에 목을 매고 불행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내 애인은 파란색을 좋아해. 그래서 나는 파란색 옷만 입어.”
“우리 남편은 고기 요리는 먹지 않아요. 생선요리만 좋아하지요. 그래서 저는 생선요리만 합니다. 저요? 고기요리를 좋아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 아닌가요?”
하지만 이렇게 내가 없는 사랑을 하다 보면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없어지는 아픈 경험을 하기 일쑤다.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데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어?”
“나보다 그를 더 사랑했는데 그는 나를 떠나버렸어요. 나는 더 살 희망이 없어요.”
“나는 그 사람을 나보다 귀하게 생각하고 대했는데 그에겐 내가 너무 가벼운 존재였어.”
이렇게 불행한 푸념을 하며 눈물 짓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잔인한 말이지만 그런 불행한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 나를 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대접하지 않는 사람을 누구도 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처음에는 그를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만 그의 끝없는 친절에 익숙해질수록 그의 존재가 쉬워지고 가벼워진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다. 그런 내가 하는 사랑이기에 더 소중하고 현명해야 하며, 그에게 내가 존중되어야 한다.
내가 없는 일방적 사랑은 금물
사람 관계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치한 채 파트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다 보면 파트너를 잃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현실은 너무나 매력적인 남녀가 주변에 널려 있고 그들을 만나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지기도 했다.
분명히 내가 있고, 파트너도 있는 그런 사랑을 하자. 무엇보다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를 멋진 사람으로 돌보아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사랑을 오래 지키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파트너를 위해 많은 것을 배려하고 파트너의 성장을 돕는 것,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트너에게 알리고, 파트너가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도록 하면 더 행복하고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랑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태어나면서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워가는 것이다. 사랑이 일방적이면 행복하기 어렵다. 그런 사랑은 오래가지도 않는다.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노래했다.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 사람의 잔만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 빵을 나누어주되 한 사람의 것만 먹지 말라.”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사랑을 나누고 또 채워주되 한사람의 것만을 취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