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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엄마손에 이끌려… 포경수술 유감

2018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쉼터호 134p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언제쯤 포경수술을 해주어야 할까요?”

“포경수술, 하는 게 좋은가요? 안 하는 게 좋은가요?”

너무나 당연하게 초등학교 4, 5학년만 되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남자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포경수술을 해주던 엄마들이 요즘 많이 묻는 질문이다.

포경수술이란 음경의 귀두를 감싸고 있는 표피를 잘라내 귀두를 드러내주는 수술이다.

세계에서 유대교를 믿어 종교적으로 할례를 하는 이스라엘 사람과 미국인, 한국인만 많이 받는 수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이나 중국 등의 나라에서는 포경수술을 한 남자의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의 70% 이상이 포경수술을 한다.

“포경수술하면 음경이 커 보이니까 했습니다. 안 했을 때는 목욕탕에서 아주 창피했거든요. 다들 했으니까요.”

“포경수술하면 성기능도 좋아진다죠? 오래 할 수 있다고 하고.”

어른 남자들조차 포경수술의 효능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면서 수술을 한 경우가 많다. 사실 포경수술은 자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대인으로부터 도입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염병의 원인이 균에 있는 것을 모르고 ‘심한 정력 낭비’라는 설이 대세였던 시대에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자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유대인의 매독 감염률이 미국의 다른 성인들보다 극단적으로 낮았고, 이것이 포경수술 여부와 연관되었다는 논문이 나온 후 포경수술은 더욱 붐을 이루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1980년대에 이르러 <포경수술, 미국 의학의 큰 실수>라는 책이 발간되고, 포경수술로 인해 잃어버리는 부분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 등이 공개되자 2000년 즈음해서는 포경수술률이 50%대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포경수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포경수술의 목적은 위생상 좀 더 청결한 성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관리가 좀 더 용이하며, 성기능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은 이미 모아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경수술로 인해 남자들이 잃어버리는 기관은 여러 부분이 있지만 무엇보다 성감대를 잃게 되고, 귀두를 보호하고 포피와 귀두를 매끄럽게 해주는 피지선도 없어진다.

성감대는 뭐라 해도 촉촉한 습기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포경수술을 하면 귀두의 촉촉함은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포경수술을 하면 성기능이 강해진다는 말도 노출된 귀두가 속옷 등에 접촉되어 단련되면서 자극에 둔감해져서 사정까지의 시간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에서 유래했지만 성감대가 둔감해지는 것이 남자의 성감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데는 의구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포경수술의 이점으로 꼽는 위생상의 문제는 뭐라 시비할 수 없지만 성감대 상실이나 여자의 질을 자극하는 포피가 사라짐으로 인해 파트너인 여자들의 성감도 떨어지게 된다.

한국 남자들이 포경수술을 하는 이유는 의학적 위생상 이유와 청결 유지가 1위이고, 남들이 하니까, 목욕탕 가기가 창피해서가 2위, 성기 증대와 정력 증강이 3위였다고 한다.

결국 한국 남자들은 포경수술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때로는 엄마 손에 이끌려, 혹은 자신의 선택으로 포경수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포경수술의 이점과 단점에 대해 좀 더 의학적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충분히 검토한 후 성기가 충분히 큰 후에, 각 개인이 자신의 성적 조건에 대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 (21세기북스刊)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배정원 소장은 성전문가. 성교육·성상담자 및 성칼럼니스트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신문과 방송 등 다수의 언론 매체를 통해 성칼럼 및 성 전문 자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여성상담센터, 한국성폭력위기센터(교육 분과)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 공역서로 <성상담의 이론과 실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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