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의 건강제안】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부터 떠올리지만, 병을 걱정하기 이전에 먼저 생활습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치매나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인한 기억력 장애는 주로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의 사건들은 세세히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매를 의심할 만한 초기 증상은 청각, 후각 기능이 떨어지고, 렘수면 장애로 인해 잠꼬대가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치매가 아니라도 중년 이후에는 잦은 건망증, 기억력 저하로 가끔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폰을 냉장고에 두고 찾는 경우, 상대방 얼굴은 잘 알겠는데 이름 석 자가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는 주로 일시적인 체력 저하로 기억을 뇌에서 불러들이는 과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원인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는 오래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난 후 체력이 떨어질 때 흔히 나타난다.
이때는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10분쯤 잠을 자고 일어나면 회복된다. 휴식을 취할 수 없다면 단음식, 초콜릿, 견과류, 과일과 같은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밥 대신 과일이나 고구마, 감자 등 밥이 아닌 곡물을 드시는 분들의 경우, 흔히 일시적인 체력저하가 잘 나타나는데 이는 밥에 비해 과일 등은 몸으로 흡수되는 열량이 적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기억력 감퇴는 질병보다는 지나치게 일이 많거나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원인이다. 무언가 짓누르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경우나, 걱정·불안 등 부정적인 생각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 등으로 온몸 기관들이 긴장해 두경부 근육, 뇌혈관도 수축하고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땀이 나도록 한 번 뛰어보자. 유산소운동을 하면 심박출량이 평소보다 5배 이상 증가하면서 증상이 호전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집착하면 몸의 모든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기억력도 예외일 수는 없다. 또 지나치게 일이 많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기억 등록이 힘들어지면서 사소한 일을 기억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의 구조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하지 못하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기능을 가졌다. 병적인 경우의 치매는 대부분 자기 자신은 기억력 이상이나 이상행동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환자 자신이 치매를 의심하는 경우는 대부분 치매가 아니다. 일시적인 건망증이나 기억력 저하는 나이와 상관없이 환경과 생활습관에 따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불안해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체크해 보자.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