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
심장질환자에게 지방은 무조건 나쁘다? 그렇다면 무조건 지방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유독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또 지방을 섭취하게 되면 어떻게, 얼마나 섭취해야 하는지 궁금하게 마련. 지금부터 심장질환과 지방의 상관관계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도록 하자.
동물성지방과 트랜스지방 주의
일반적으로 지방은 나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살이 찌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왠지 기름덩어리들이 온몸 구석구석에 들러붙어 우리의 장기를 망가뜨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교수는 “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동물성지방은 좋지 않지만 식물성지방 즉, 체내에 쌓이지 않는 불포화지방은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윤영원 교수에 의하면 심장질환이나 협심증, 중풍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동물성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은 피하되, 식물성지방은 꼭 섭취해야 한다는 것.
동물성지방은 실온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그 상태로 우리 몸속의 혈관에 달라붙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도 파이프에 녹 때가 끼는 것처럼 가느다란 혈관에 기름때가 자꾸 달라붙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동물성지방 섭취는 특히 주의를 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최근 들어 그 유해성이 대두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이 동물성지방보다 더 나쁘다는 것.
윤영원 교수는 “트랜스지방이란 쉽게 말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방입니다. 식물성기름을 가공한 지방으로 수소를 넣어서 딱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쇼트닝이나 마가린이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심장질환자들은 특히 트랜스지방 섭취를 주의해야 합니다.”고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의 1일 섭취량은 총열량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가령 2,000 칼로리를 섭취할 경우 이 가운데 트랜스지방 함량이 약 2g 미만으로 섭취해야만 비교적 안전하다는 뜻이다.
또 영국의 한 의학지는 총열량에서 트랜스지방을 2% 더 섭취하면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28%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때문에 심장질환자의 경우 동물성지방과 트랜스지방은 각별히 주의요망이다.
<심장병의 적! 트랜스지방 이런 식품에 많아요!>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식품
● 비스킷 0∼9g
● 스낵과자 0∼10.3g
● 초콜릿 0∼7.1g
● 감자튀김 2∼6.1g
● 이외, 페스트리, 케이크, 전자레인지용 팝콘 등에도 다량 함유
* 100g당 트랜스지방 함량 기준
트랜스지방 함량 비교
● 전통 식단 : 총열량 1,500 칼로리 중 0.53g
● 패스트푸드 식단 : 총열량 1,850 칼로리 중 4.93g
등푸른 생선 기름 필수 섭취
그렇다면 지방을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하느냐 하면, 이 또한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땅콩이나 잣 등 견과류의 지방, 등푸른 생선의 지방, 올리브유 같은 불포화지방은 하루 총열량의 약 20% 이상은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윤영원 교수는 “보통 지방을 너무 안 먹으면 지방결핍증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하루 2,000 칼로리를 섭취한다면 지방의 칼로리가 400칼로리가 되어야 합니다. 25~30% 정도가 적당하고, 10% 이하로 섭취하게 되면 지방결핍증이 생기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지방결핍증으로 인한 증상>
1. 피부에 트러블이 생긴다.
2. 피부가 거칠고 나빠진다.
3.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4. 생식기능이 떨어진다.
5. 성호르몬 분비가 잘 안 된다.
그렇다면 심장질환자에게 가장 좋은 식물성지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콩기름, 올리브유, 들기름, 생선기름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생선기름은 참치,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 등 푸른 생선의 지방이다. 특히 최근 대두되고 있는 오메가-6, 오메가-3 지방산에 주목해야 한다. 오메가-6는 콩기름, 올리브유, 옥수수유, 해바라기씨유, 홍화유 등 식물성 기름에 많이 들어 있고, 오메가-3는 참치, 연어, 청어, 멸치, 고등어, 콩(대두), 광어, 송어, 메기, 게, 새우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
윤영원 교수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섭취비율은 4:1 정도가 적당하다고 영양학자들은 말합니다. 콩기름을 4번 먹었다면 적어도 1번은 생선기름을 먹어줘야 한다는 말이죠. 가능한 밸런스를 맞춰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고 말한다.
특히 오메가-3는 우리 몸에서 만들지 못하는 지방이므로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또 몸 안에서 혈관을 확장시켜 주며, 피를 묽게 하고, 염증을 가라앉혀주기 때문에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지방이다.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낮게,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높게!
심장질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저밀도 콜레스테롤(LDL)과 고밀도 콜레스테롤(HDL)로 구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자꾸 달라붙으려고 하고,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이미 혈관에 달라붙어 있는 기름을 떼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높으면 높을수록 혈관에 좋고, 저밀도는 낮으면 낮을수록 건강에 좋다는 얘기.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1%를 높이면 심장병 발생률을 1% 낮출 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심장질환자들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약간 올릴 수 있지만 10% 이상 올리기는 드물다.
윤영원 교수에 의하면 고밀도 콜레스테롤 40을 기준으로 40보다 낮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최소 40 이상이 되어야 하며 정상적인 성인은 50 이상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사람의 저밀도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140 정도이다. 하지만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100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100미만으로 떨어뜨리려면 식이요법을 통해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과 칼로리가 되지 않게 유의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에는 약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식생활 습관을 통해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윤영원 교수가 말하는 심장병 환자의 5가지 식생활 습관
1. 지방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 식물성 기름은 필수지방산이기 때문에 꼭 먹어주도록!
2. 지방을 먹되 적당한 양을 먹어라.
– 하루 총 칼로리의 20% 정도 섭취하도록!
3. 좋은 지방을 섭취하라.
– 특히 오메가-3 지방이 많은 푸른 생선을 주 2회 이상 섭취하도록!
4. 중성지방도 주의하라.
– 탄수화물, 알콜 등을 많이 먹으면 중성지방이 높으므로 과식은 금물!
5.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라.
– 단,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운동을 시작하도록!
윤영원 교수가 강조하는 규칙적인 운동은 반드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라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몸에 지방을 태우지만 근육량도 같이 감소하기 때문에, 아령이나 스트레칭, 벤치프래스(Bench Press) 등 근육운동을 병행해야만 칼로리를 소비할 수가 있다는 것.
특히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똑같은 양을 먹어도 중성지방 수치가 낮기 때문에 반드시 두 운동을 균형 있게 해야 한다. 단, 협심증, 심근경색, 혹은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산소 운동을 주의해야 한다. 근육운동 시 숨을 안 쉬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주기 때문에 심장에 부하가 생길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심부전증이나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운동부하 검사를 받은 후 무산소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을 보다 건강하게 이겨내고 싶다면 식물성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되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