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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제안] 뚱뚱해지는 대한민국 비만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2017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휴식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최근 2~3년간 성인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소아 청소년 집단의 비만율 증가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의 남자아동, 청소년의 비만을 포함한 과체중 비율은 25%로 최근 8년 사이에 2배로 증가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 당뇨, 암 및 심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에 이환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늘게 될 것이므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태초에 사람은 농사 짓기 이전부터 열매를 따 먹거나, 수렵을 하는 등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근육은 늘기 쉽고, 먹을 것이 부족해 지방은 없어지기 쉬운 환경 하에서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쓰지 않으면 무거운 근육은 바로 없어지게, 지방은 쉽게 쌓이게 만들어지고 진화해 왔다.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람의 몸이 하루 종일 힘을 쓰지 않고 움직이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에 노출되자 잡고 싶은 근력은 없어지고, 쌓이지 말았으면 하는 기름은 몸에 계속 쌓이게 된 것이다. 현대인이 나이 들며 체중과 뱃살이 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나이 들수록 뱃살은 왜 더 늘까?

몸무게 기준으로는 50대 말까지는 나이 들수록 성인 비만 인구율이 증가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60대를 기점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근육까지 포함하는 개념의 체중과는 달리 허리둘레로 대표되는 체지방, 뱃살은 나이 들수록 계속 증가한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나이 들수록 근육은 줄고 지방은 계속 쌓인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이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일컫는 말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열량이 몸을 움직이며 소비하는 열량보다 많을 때 생기게 된다. 나이 들면 젊었을 때보다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왜 지방이 더 쌓이게 될까? 일반인들은 ‘나이 들어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 소비하는 열량이 적어져서’ 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 특히 근육이 적은 여성의 경우는 나이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데 한꺼번에 일을 하고, 나중에 지쳐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길어지고 반복되면서 식사량도 줄고 근육도 빠지며 지방만 축적되게 된다.

전자는 중년 이전의 비만과 같이 과식을 피하고 활동을 늘리는 게 처방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반대로 부족하지 않게 제대로 먹고, 한꺼번에 일하지 않도록 하는 것, 즉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일을 나누어 해 지치지 않도록 해야 지방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

비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떻게 생활해야 비만 위험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첫째, 생활의 불규칙성을 줄여야 한다. 제때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자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은 시계가 없어도 해가 뜨면 일어나서 먹고 농사짓고 해지면 잠을 잤으니 자연스레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몸은 개인의 일상을 기억하고 있다. 먹었다 안 먹었다 불규칙하게 식사하고, 과로했다 쉬었다, 게다가 자는 시간도 불규칙하면 생존을 위해 다음 끼니에 더 많이 먹거나, 지방을 더 많이 쌓으려 한다. 몸도 생존을 위해 장기가 쓸 연료인 지방이라도 잡고 있으려 하는 것이다. 세끼 식사를 가급적 일정한 시간에 하고, 아침, 점심은 부족하지 않게 제 양을 먹어야 살이 쉽게 찌지 않는다. 아침, 점심을 적게 먹으면 저녁에는 도저히 식욕을 참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저녁 폭식 또는 야식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식생활의 서구화도 큰 몫을 한다. 적어도 두 끼는 한식을 하도록 노력한다. 우리나라 중년여성들이 살이 찌는 중요한 원인은 식사는 대충 먹고, 간식으로 달거나 고소한 떡이나 빵과 과일 등을 많이 드시는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다. 밥과 반찬으로 차린 주식을 강화해야 체력을 유지하고 몸 자체가 소모하는 열량(기초대사량)이 줄지 않아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

살을 빼는 데 특별한 운동이 있을까?

운동 종류보다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규칙적으로 생활화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던가, 계단을 이용해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이 운동 생활화의 첫 단계다. 걷기, 달리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해서, 주 2회 정도 아령 들기나 상하체 근력운동을 추가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일과 함께 병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처음 2주간은 운동이 익숙하지 않아 며칠간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몸은 금방 적응한다. 비만하지 않거나, 노년층은 평상시보다 운동을 더 한 날은 200kcal 정도 간식을 통해서라도 음식 섭취를 늘려야 체력이 바닥나는 것도, 몸이 지방을 더 쌓으려 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결국 먹고 움직이는 균형을 맞추어야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느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비만 예방책은?

세대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아청소년의 경우는 흡연, 음주와 함께 비만 예방을 위한 영양 및 영양성분 표시, 학교 체육 및 신체활동 관련 통합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젊은이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점을 고려할 때, 비만 예방뿐 아니라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살을 예방하는 대안으로써 개개인에 맞는 신체활동을 알아보는 과정으로도 의미가 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는 음료가 주범이므로, 현재 학교 내 자판기 규제 등 입법을 시도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다.

경제활동을 주로 하는 ▶청·장년기는 앉아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비만하기 쉽다. 따라서 개인 수준의 노력뿐 아니라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교통과 도시 계획, 생활환경 조성이 중요하겠다.

직장이나 대학에서의 식사시간 확보, 아침 급식을 제공하는 사업장에 대한 중재(세금감면 등의 incentive 제공) 및 흡연과 같이 식품 광고에 비만 관련 경고를 포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재정적 조치 중 하나인 비만세나 보조금 등이 유용할 수 있을지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노년기에는 먹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있지만, 체력이 떨어져 비만이 증가한다. 이 시기에는 영양이 우선되고, 그에 맞는 지나치지 않은 운동이 해답이라는 것이다. 노약자나 질병이 있는 분들은 운동을 많이 한다고 지방이 줄지 않는다. 장기가 이미 어느 정도 노화한 상태라 조금만 무리가 되면 몸은 지방을 쌓으려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손끝 하나 움직일 필요도 없어져 앞으로는 더더욱 비만 인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처음 만들어진 것과 반대로 살 수밖에 없는 이상, 몸이 편한 대로만 산다면 개인과 국가 모두 재원을 대부분 질병 치료에 쓰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부터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비만 퇴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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