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평식(김포 삼성산부인과 성클리닉 원장)】
누구나 다 본인의 이상형이 있다. 남자와 여자들은 어떤 배우자감을 원할까?
남자들은 ‘착한 여자면 된다.’거나 ‘부모님을 잘 모셔야 한다.’는 순진형부터 ‘돈이나 집안 모두 관심 없다. 무조건 예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단순형도 있다. 또 ‘아니다. 나의 성공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자가 좋다.’라고 생각하는 속물형도 있다.
한편 여자들은 어떤 배우자를 원하는 걸까? ‘매사에 성실하고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남자면 된다.’거나 ‘나는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 태어나서 이런 남자만 찾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여자들도 있다.
또는 사랑에 크게 덴 경험이 있는 여자라면 ‘결혼 후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만 바라보는 남자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종합해 보면 남자가 바라는 배우자상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여자가 원하는 배우자상은 자신이 완벽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전 남자는 부드러운 여자 좋아해~
남자는 단순 명료하다. 자신에게 의지하려는 여자를 본능적으로 싫어하지만 매력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계속 예뻐 보인다면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결혼까지 할 수도 있다. 처음엔 튕기는 여자에게 호기심을 보일 수도 있지만 남자의 호기심은 얼마 못 가서 식어버린다. 결국 남자가 선택하는 여자는 부드러운 여자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부드러운 여자가 항상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 여자는 신뢰 가는 남자 선호해~
원시시대 때 여자가 원하는 남성상은 평생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남자였다. 지금도 연애 때 거칠게 다가오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생긴다. 여자들에겐 아직도 덩치 좋고 힘센 남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기에, 일단 강한 남성미를 풍기는 남자에게 본능적인 관심을 보인다.
부드럽게 대하는 매너가 없어도 남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온다면 사귈 수도 있다. 오히려 남자가 착하기만 하고 여자에게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모성애라면 몰라도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끝까지 지켜줄 것 같은 남자를 선택한다. 즉 여자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남자의 능력과 남자에 대한 믿음이다.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먼저 자기에게 접근하는 남자에게 관심을 모이고 이 남자가 능력이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나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끝에 함께 할 수 있는 남자라고 판단이 되면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에도 아내들은 착한 남편보다는 능력 있는 남편에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남편이 믿음직하지 못할 때 아내는 실망하게 된다.
남편들은 연애 때와는 딴판인, 부드럽지 않은 아내의 모습에 실망한다. 아내가 까칠하게 굴면 남편이 하고 싶은 일에 자꾸만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에게 호기심으로 접근하고 관심을 두고 사귀다가 이 사람이다 싶으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결혼한다.
그러나 결혼 후 남자가 바라는 사랑과 여자가 원하는 사랑 사이에는 큰 틈이 있다는 것을 안다.
결혼 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을 무렵, 아내는 모든 것을 올인했던 남편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에게 걸었던 희망을 하나씩 빼내서 가슴에 묻어두곤 한다. 남편은 결혼 후에 아내의 희생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내조를 은근히 바랐지만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아간다.
오히려 아내는 매일 사랑을 달라고 한다. 그렇지만 남편은 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성공하길 원하는데 아내의 잦은 제동과 가정생활에 따른 제약 때문에 여기서 멈추는 것 같아 이제는 사랑을 배제하고 방어를 하려 한다.
둘 다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던 가정생활이 결국 자신들에게 이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애정은 식어간다. 잦은 부부싸움으로 집안은 사막처럼 황량해지고 서로 대화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치닫게 되면 이혼에 이른다. 위의 설정은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이지만 부부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고 삐걱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을 알아야 한다.
결혼의 필수조건은 ‘행복’
남녀의 목표는 같다. 바로 행복이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런데 남편은 사회적, 경제적 성공으로 인한 명예와 부의 축적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끊임없는 사랑과 가정의 풍요로움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행복에 대한 남녀의 다른 기준으로 인해서 가정생활은 순탄치가 않다.
요즘은 여자들도 일을 갖고 있다지만 여자의 큰 바람은 행복한 가정이다. 아무리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자식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엄마가 있을까?
아내가 직장을 다니는 많은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본능을 맞춰간 것이다.
반면 남자의 인생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또한 가정도 아니다. 바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어떤 남자들은 자신도 행복한 가정이 첫 번째라고 말한다. 글쎄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남편들이 실제로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항상 행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아내도 남편을 너무나 충실한 가장이라고 동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목표는 생각과 의지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편은 가정보다 자신의 성취욕을 기준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아내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뛰고 있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남녀의 주된 관심사가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부부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가정을 뒤로 하고 밖에 나가서 남자처럼 성공하라고 강요했을 때 반발이 돌아오는 것처럼, 남편에게 그 일이 무슨 일이든 간에 성취욕을 버리고 여자처럼 가정의 질서를 위해 아내의 통제를 따르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내에게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큰 관심사가 아니듯 남편에게는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소중하더라도 일차적인 관심사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발을 담그고 있는 사회나 일에 더 관심을 둔다.
“결혼하여 둘은 이제 하나가 된다.”라는 말은 주례사의 단골 메뉴다. 결혼생활은 인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맞춰가며 살아간다는 뜻이라는 것을 되새기자.
글쓴이 박평식 원장은 오랫동안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치 넘치는 에세이를 기고하는 성칼럼니스트다. 현재는 김포에 있는 삼성산부인과에서 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남자가 바라는 성, 여자가 원하는 성>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