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바른 식습관과 정기검진으로 위를 사랑해주세요”
연세의대 세브란스칼잡이! 메스라는 수술용 칼로 수술하는 외과의사를 부르는 속된 말이다. 그러나 칼을 잡지 않는 외과의사도 있다. 수술하지 않는 외과의사냐고? 천만의 말씀. 하루 평균 두 건 이상의 위암 수술을 할 만큼 ‘잘 나가는’ 현직 외과의사,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 이야기다. 칼을 쓰지 않는 외과의사지만 위암 수술하면 그를 떠올릴 만큼 위암 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
노성훈 교수가 칼 없이도 성공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환자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위암 환자들. 그들이 웃음을 되찾도록 수술실 안팎에서 뛰고 있는 노성훈 교수를 만나봤다.?
사랑으로 수술하는 외과의사
봄 햇살이 따사로운 3월의 오후, 노성훈 교수의 연구실. 파란 수술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그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3번째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란다. 힘든 수술을 끝내고도 기운이 넘치는 그의 모습보다 오후 3시에 위암 수술을 3건이나 끝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 비결을 물었더니 칼 없이 수술하는 방법에 대한 궁금증까지 함께 풀렸다. “수술용 칼을 쓰지 않고 출혈 부위를 지혈할 때 쓰는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수술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전기소작기는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칼이다. 칼 대신 전기소작기를 이용하면 출혈이 적고 혈관을 실로 묶지 않고 절단할 수 있다. 보통 4~5시간이 걸리는 위암 수술 시간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수술 시간이 짧으면 그만큼 위장관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과 마취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수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노성훈 교수의 손에서 칼이 자취를 감춘 것은 20년 전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술 방법을 고민했고 수술실에서 그것을 찾았다. 전기소작기로도 성공적인 수술 사례를 남기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의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그리스와 독일에서 열린 학회에서 전기소작기로 수술하는 방법을 발표하자 뜨거운 관심과 교육 요청이 쇄도했다.
전기소작기를 쓴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일 년에 평균 100여 명의 의사가 그의 수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미국 등에서 찾아온다.
특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술 후 통증을 줄이기 위해 피부 절개 부위를 15cm로 줄였습니다. 10년 전부터 배에 생긴 고름을 빼는 배액관과 분비액과 가스를 빼주는 콧줄(비위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어떤 점이 불편하고 바꿔야 할 점은 무엇인지 고민해서 충분히 검증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렇게 그가 생각을 전환하자 환자의 회복기간이 빨라졌고, 일주일이면 퇴원하게 됐다.??? ?
환자를 위해 연구하는 진짜 의사!
국내외를 막론하고 환자를 배려한 수술법이 화제가 되면서 그는 환자들이 줄을 서는 위암 수술의 대가로 불린다. 물론 ‘대가’라는 칭호는 그냥 붙여질 수 없는 법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외과학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평범한 의대생이었다. 전국 의대생 체육대회에 학교 대표 야구선수로 나갈 만큼 공부보단 스포츠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랬던 그가 외과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전혀 달라졌다. 수술실과 입원실을 돌기에도 체력이 부족하던 그때 외과학 교과서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수술, 진료, 공부에만 매달렸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걸어다니는 교과서’로 불리기도 했다. 성격도 수술하는 외과의사에 맞게 꼼꼼하고 섬세해졌다.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늘 염두에 두고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최선인지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은사인 민진식 교수의 영향으로 위암 수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대부분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찾아와서 수술하더라도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았죠. 그래서 환자들은 위암 진단을 받으면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였고, 그런 그들을 위해 제 인생을 걸어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일본 가나자와대학으로 연수도 다녀왔다. 암이 어떻게 조직에 파고들고, 왜 전이가 되며, 복막으로 전이된 암을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 배워왔다. 연수가 끝나고 세브란스병원으로 복귀한 그는 복막으로 전이된 암을 수술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암이 복막에 전이됐으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수술이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 배워온 수술법으로 수술을 감행했다. 처음엔 “미쳤다.”, “그런 수술을 왜 하냐?”는 의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논문으로 증명했고, 죽음의 공포에 떨던 많은 환자를 도울 수 있었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 기술의 개발과 연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게 진짜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그는 의사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얼굴이 어두울수록 동그란 그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밝아진다. 긴장을 풀어주려고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싱거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위암 진단을 받아 불안하고 두려운 환자들과 가족에게 힘주어 이야기한다. “위암은 완치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함께 이겨냅시다.”
좋은 식습관=건강해지는 습관
노성훈 교수는 매일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난다. 명상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열고 병원으로 출근한다. 하루에 2건 이상의 수술, 진료, 강의와 더불어 대한위암학회 회장과 대한암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느라 허투루 보낼 시간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뭐든지 골고루 잘 먹고 짠 음식, 탄 음식, 가공식품은 되도록 피한다.
“콩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해서 두부, 비지찌개, 된장찌개를 즐겨 먹습니다. 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도 잘 먹습니다. 또 쑥갓을 얹은 상추쌈을 별미로 즐깁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1시간 남짓 되는 산책 시간 동안만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30년 넘게 하루 대부분을 고개를 숙인 채 수술을 해서일까? 건강한 체력을 자랑하던 그가 작년 추석쯤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수술하던 그가 수술 받는 환자가 된 것이다. 직접 환자가 돼보니까 환자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이제 몸 상태는 예전과 똑같아졌지만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
몸이 회복됨과 동시에 수술과 연구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그에게 좀 더 무거운 책임이 생겼다. 올해 4월부터 2년 동안 국제위암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중책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위암 치료 능력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성과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열정만큼은 청년의사에 뒤지지 않는 노성훈 교수. “아무리 훌륭한 치료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면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환자들을 위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노성훈 교수가 전하는 위암 예방 생활습관 5가지 ?
1. 하루 3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라. 위암을 예방하려면 좋은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3끼 식사를 하자. 천천히 골고루 먹는 것은 기본이다.??
2. 소금 섭취를 줄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금 권장량은 하루 5g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13g 정도 먹는다고 한다. 소금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과다하게 섭취하면 위염, 위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소금 함량이 많은 가공식품과 소금에 절인 음식은 특히 주의하자.?
3.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는다. 채소와 과일에는 위암을 예방하는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다. 채소와 과일은 가끔 먹지 않고 즐겨 먹어야 한다.
4. 금연한다. 흡연은 위암뿐 아니라 모든 암을 유발한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5.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다. 40대 이상이면 1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 40대 이상이 아니라도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다면 더 자주 검진을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