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장 노성훈 교수】
한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암 발생에 있어서 스트레스가 그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많이 회자되었지만 아직까지 스트레스와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암의 발생 원인에 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고,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확률적인 무작위적 세포 유전자 변이가 암의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쉬운 말로, 암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몸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암은 나쁜 일을 해서도, 심지어 착한 일을 많이 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확률적으로 생긴다는 말입니다.
우리 인간은 설명되지 않는 일을 불안해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둥이 치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하늘이 내리는 벌이라는 생각으로 하늘을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 중에 그 원인이 설명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스스로를 탓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암 만큼은 과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습관이나 환경 및 유전이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나 가장 큰 원인은 정상세포가 분열하면서 확률적으로 생기는 세포내 유전자의 변이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현재까지는 사실입니다.
암은 결국 당신의 그 어떤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니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암의 원인과 진단, 치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최근에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위암 및 대장·직장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다른 암의 생존율 또한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할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몇몇 의사들의 잘못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것 또한 사실이나 대다수 의사들의 서재는 달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시름과 걱정은 의사들에게 맡기고 기쁨과 아름다움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노성훈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이며, 연세암병원 병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세계위암학회 회장으로도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