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크게 유전, 생활습관 및 환경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20~30%는 유전, 60~70%는 생활습관, 나머지 10%는 환경요인에 의해 건강이 결정됩니다.
유전적인 요소는 개개인이 선택할 수 없으므로 결국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는 생활습관과 외부의 환경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흡연, 음주와 같이 일부 사람들이 행하는 건강 위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이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행하는 것으로 몸의 건강을 결정하는 순서는 감정, 운동, 영양 순입니다.
과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잘 먹는 것이 최선의 건강 관리법이었습니다. 반면 현대인은 먹을 것은 풍족하지만, 과거와 달리 넘치는 정보와 복잡한 사회구조, 인간관계 속에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평온치 않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에 일어나는 최초의 변화는 횡격막을 조이며 호흡을 막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주변 환경이 나쁜 상황, 즉 나쁜 공기와 접했을 때 방어를 위해 기관지가 수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편안치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특히 깨끗한 공기와 물, 숲이 많은 자연과 접하는 기회를 규칙적으로 가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환경이 요즈음처럼 도시화·기계화된 것은 고작 50~60년으로, 우리 몸은 인류 역사 500만 년 대부분을 자연과 더불어 진화해왔습니다.
일본 산림총합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숲에 들어가서 2,000~ 2,500보의 운동을 시킨 군과 인공 기후실에서 비슷한 정도의 운동을 한 군을 비교했을 때, 자연의 품에서 운동을 한 군이 긴장·불안·피로 등의 부정적인 감정척도가 더 감소하고 활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또 타액 중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가 떨어졌고, 혈액 중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자연살해세포와 면역세포도 증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품속에서 가장 건강할 수 있게 만들어진 우리 몸은 잘 때 이외에는 대부분 컴퓨터, 휴대전화, TV 같은 감정이 없는 기계에 둘러싸여 있으니, 우리 몸속 유전자는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벅차지 않을까요?
자연의 품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마치 우리들이 친구로 삼고 있는 기계들처럼 우리 자신도 점점 여유를 잃어, 좋고 나쁘고 하는 단순한 감정만 남고 섬세하고 다채로운 감정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새해에는 잠시라도 시간을 내 하루 20~30분 나무가 있는 집 앞 공원을 걷는다던가, 주말 반나절 정도는 컴퓨터와 휴대폰을 모두 끈 후 눈을 감고 긴장을 늦추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물론 규칙적으로 가까운 산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