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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희망가] 대장암·위암·전립선암·방광암까지 거뜬히~ 암 스트롱맨 윤효옥 씨

2018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꽃잎호 74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앞으로 20년은 끄떡없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나 싶다. 대장암, 위암, 전립선암, 방광암까지… 끊임없는 암세포의 공격에도 불사신처럼 살아남은 사람! 그래서 암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주인공! 서울 역삼동에 사는 윤효옥 씨(72세)다. 무려 4가지 암과 생사를 건 사투를 벌여온 그가 오늘은 기타치고, 노래하며 인생이 즐겁다고 말한다. 도대체 그 비결은 뭐였을까??

별 것 아니라고 했는데…

‘경찰공무원으로 들어왔으니 서장까지는 해봐야지….’ 경찰관이었던 윤효옥 씨가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방통대에 진학을 한 이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방공무원을 거쳐 경찰공무원이 됐던 그였다.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겠다.’며 46세에 방통대에 입학,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방통대까지…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5년 만에 졸업사진을 찍게 됐을 땐 대견하고 뿌듯했다.

그런데 호사다마였을까? 그 즈음 몸이 이상했다. 피곤이 풀리지 않으면서 개운하지가 않았다. 경찰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찍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시경 결과는 바로 나왔다. 검사를 담당했던 의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경찰병원 역사상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대장암을 이렇게 초기에 발견한 예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5cm만 절제를 하면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날짜를 잡자.”고 했다.

윤효옥 씨는 “대장암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5cm만 잘라내면 되는 가벼운 수술이라는 말에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수술날짜도 잡았다.

하지만 아내의 반대로 경찰병원 대신 영동세브란스병원에 가서 1995년 10월 23일 수술을 하고 막 깨어났을 때 사정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족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윤효옥 씨는 “수술 결과가 별로 안 좋구나 직감했다.”고 한다. 가족들 몰래 담당의사를 찾아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부탁했다.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그때 담당의사로부터 들은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대장 5cm만 잘라내면 되는 수술이 결코 아니었다. 대장을 80cm나 잘라냈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이럴 경우 예후는 어떻게 됩니까?” 이 물음에 담당의사는 “다 맞는 건 아니지만 통계로 볼 때 5년 생존율은 20% 정도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십중팔구는 죽는다는 말이었다. 아직 50도 안 된 나이였다. 49세니까 54세까지 살 확률이 20%밖에 안 된다는 말이었다.

윤효옥 씨는 “그 말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한 가지뿐이었다.”고 한다. ‘부모님 먼저 가는 불효는 저지르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20% 살 확률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공기 좋은 안성으로 근무처를 옮기고 암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했다.

▲윤효옥 씨는 대장암, 위암, 전립선암, 방광암을 이겨내 암 스트롱맨으로 불린다.

구역질이 올라와도 도로 삼켰다!

‘부모님보다 먼저 갈 수는 없다!’며 독한 마음으로 안성살이를 시작했다는 윤효옥 씨!

5년 생존율 20%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가족도 서울에 두고 혼자 안성행을 감행했던 그였다. 가족들을 날마다 눈물 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감당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는 고통스러웠다. 한 달에 5일씩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얼굴이 새까맣게 타면서 초주검이 됐다.

하지만 ‘이쯤이야!’ 했다고 한다.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구역질이 올라와도 도로 삼키며 악착을 떨었다. “뱉어내면 지는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꾸준히 한 것도 있었다.

▶날마다 운동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근무가 끝나면 좋아하는 볼링을 날마다 쳤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개운해서 좋았다. 근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혼자 안성살이를 시작한 탓에 식사는 어쩔 수 없이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했지만 육류는 끊고 청국장, 된장은 즐겨 먹었다. 특히 아내가 손수 만들어준 벌나무 달인즙과 유산균 종균을 배양 받아 만든 수제 요거트는 날마다 먹었다.

이 같은 방법이 주효했던 걸까? 1년 동안 이어진 항암치료가 끝나면서 몸은 빠르게 회복돼 갔다. 대장을 80cm나 잘라낸 탓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만 빼곤 다 좋았다. 예전의 몸처럼 느껴졌다. 6개월마다, 1년마다 하는 병원 체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2년이 흘렀다. 그리고 5년째 되던 해 윤효옥 씨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크게 한 턱 냈다고 한다. 대장암 수술을 한 지 5년째였다. 5년 암 생존자가 되던 해였다. 2000년 1월 4일 시무식 날 경찰서 보안과 직원 모두에게 점심 대접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보지 못할 뻔했던 21세기였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2000년 1월 새해였지만 그에게는 다시 살아난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크게 한 턱 냈지만 그 기쁨도 잠시…새로운 복병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대장암 수술 7년 만에 ‘위암’ 이어 ‘전립선암’까지

대장암 수술 후 꼭 7년 만이었다. 2002년 7월 위통이 심해서 동네 병원에 갈 때만 해도 윤효옥 씨는 “뭘 잘못 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병원에서 들은 말은 오싹했다. 위암 같다고 했다. ‘또 암? 대장암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기가 막혔지만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대장암을 겪으면서 알았다.

또다시 영동세브란스에서 이름을 바꾼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위를 3/4이나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아전절제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되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 더 이상은 별일 없겠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4년 소변에서 혈뇨가 나오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은 잘 틀리지 않는다. 병원 검사 결과 PSA수치가 12로 나왔다. 전립선암이라고 했다.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쯤 되니 솔직히 화가 나기도 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생 동안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암을 세 번씩이나…그래도 대놓고 원망 한 번 크게 해보지 않았던 그였다. 팔자려니 했다.

그런데 전립선암까지 걸리고 보니 솔직히 원망도 생겼다. 그러나 어쩌랴! 암을 만든 것도 자신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았다. 원망의 대상도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또다시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했어요. 까다로운 수술이긴 하지만 수술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수술 후 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어요.”

그 말은 적중했다.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2002년 위암에 이어 2004년 전립선암까지 윤효옥 씨의 50대 후반은 그렇게 흘러갔다.

▲윤효옥 씨는 기타치고, 텃밭 가꾸고, 운동하며 건강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2016년에 또다시 방광암

전립선암 수술로 끝일 줄 알았다. 더 이상의 고통도 없을 줄 알았다. 1년마다 하는 병원 체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5년째 그랬고, 10년째 그랬다. 그래서 윤효옥 씨의 60대는 하루하루 평온했다. 정년퇴직도 해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기타도 배우러 다니고 텃밭에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배추도 심어 가꾸면서 하루하루 행복했다.

그러나 70세로 접어든 2016년 어느 날, 갑자기 혈뇨가 나오기 시작했다. 방광암이라고 했다. 윤효옥 씨는 “이쯤 되니 원망하는 마음도 전혀 들지 않았다.”며 “또 다시 헤쳐 나오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용감무쌍함 때문일까? 방광암은 요로에 주사액을 넣어서 암세포를 죽이는 시술로 치료는 일단락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8년 2월, 서울 강남에 있는 시니어타워에서 만난 윤효옥 씨는 누구보다 신바람 나 보였다. 기타 강습을 받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4가지 암을 수술한 주인공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요즘 근황을 묻자 “날마다 하루해가 짧아서 아쉽다.”고 말한다.

● 날마다 좋아하는 음악을 2시간 이상씩 듣는다. 노래 없는 인생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한다.

● 날마다 한 시간씩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하고 한 달에 서너 번씩 골프도 치러 다닌다.

● 날마다 복지관에 가서 기타도 친다.

● 봄이 오면 집 옥상 텃밭에 상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 가지도 심고 가꾸어서 먹는다. 흙을 만지며 사는 것이 즐겁다.

윤효옥 씨는 “날마다 사는 것이 즐거우니 앞으로 20년은 끄떡없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또 다시 암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은 없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윤효옥 씨는 “제게 암이 끊임없이 생긴 이유가 저체온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체온을 높이기 위해 날마다 헬스도 열심히 하고 족욕도 날마다 하면서 나름대로 대비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사 암이 생긴다 해도 그리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언제나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날 노력을 하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하는 메시지도 하나다. “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라.”는 것이다. ‘왜 하필 내게?’ 억울해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살아날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오늘도 자신의 경험담이 많은 암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하는 윤효옥 씨! 기타를 열심히 배우는 것도 암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싶어서다. 앞으로 남은 생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에게 주어진 행운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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