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박민선 교수의 건강제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다시는 없었으면…

2018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꽃잎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요즈음 연일 지면과 대중매체에서 언급되고 있는 신생아실 사고를 바라보면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만혼과 출산율 저하로 신생아 수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아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건 분명 잘못되었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특정인을 처벌한다 해도 이런 일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 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20여 년간 신생아 출생은 거의 반으로 줄어가는데 저체중아는 2.6%에서 5.3%로 두 배 정도 늘었다. 이렇게 몇 년 전부터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갈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미숙아, 저체중아 등 고위험 신생아의 비율은 증가하면서 국가적으로 신생아집중치료에 대한 관심과 시설확충이 늘었다. 이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의료 기술면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절대 뒤지지 않고,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예상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집중치료를 요하는 환자 수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서다. 최근 수가나 정부 보조가 늘어 병상 수는 늘었지만, 병상 수가 는다고 신생아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고치는 것은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번 신생아실 사고로 인해 의료진에 대한 비난이 크게 일면서, 학생들이나 젊은 의료진들이 앞으로 신생아 진료를 기피하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20~30대의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그에 따른 체력저하를 지켜보고 있는 의사로서 앞으로 저체중아, 미숙아 같은 고위험 신생아의 비율은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 같아 더욱 근심스럽다.

어떤 분야건 전문가로 숙련되려면 10년이 필요하다 하여 ‘10년의 법칙’이라 한다. 의료 영역에서는 특정 분야 전문 의료인을 키우는 데 교육과 수련을 합해 약 20년이 걸린다.

이는 지금부터 신생아와 어린이 진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가가 자원을 투자해도 자식의 생명을 살릴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의료수가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 어린이병원조차도 원칙에 맞추어 열심히 진료하면 150억 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니, 다른 병원의 상황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 했다. 학생이 없는 선생님, 환자가 없는 의사가 무의미한 것처럼, 국민이 없는 나라는 아무런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

건강을 다루는 의료진이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나라의 경제나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다. 의료인이 원칙대로 열심히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 국민의 생존을 지키지 못하는 의료시스템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박민선의 건강제안] 체중감소·복통·기침 “무시하지 마세요”

    2019년 06월호 10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4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하시던 80세 남성이 최근 1년간 78kg에서 74kg으로 4kg 정도의 체중감소가 있다고 해 위·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 등 일반적인 검진을 시행했습니다. 검사에 이상이 없어, 열량 섭취를 늘리고 활동량을 줄여도 오히려 1~2kg 더 줄어서 복부 CT를 시행한 결과 췌장에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환자는 오래전부터 앉아있다 보면 좌하복부가 결리는 증상이

  • [박민선의 건강제안] 참을 인(忍)자 셋! “병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19년 05월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옛 말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하지요? 감정을 잘 다스리면 죽고 사는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사람도 살린다.”고 하는 말은 자신의 견해와 다른 상황을 그저 참고 피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해 판단을 하고 의견은 말하되 경우에 따라 “타협을 하고 적절히 수용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 [박민선의 건강제안] 요즘 부쩍 피곤하고 힘들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의 리듬감을 찾으세요”

    2019년 04월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요즘 좀 더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예부터 ‘춘곤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철에 비해 봄은 일조 시간도 길어지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활동이 늘기 쉬워 쉽게 피로해 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피로해 지기 쉬운 봄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일조 시간이 늘면서 신체 활동 자체가 늘기

  • [박민선의 건강제안] 만성질환 막으려면… “먹고 움직이고, 먹고 움직여라”

    2019년 03월호 12p

    【건강다이제스트?|?서울대병원?가정의학과?박민선?교수】 인간은 몸을 움직여야 생존하고 건강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태초부터 열매를 따 먹거나, 수렵을 하는 등으로 인간이 생존하려면 몸을 움직여야만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즉 몸을 움직여야 힘을 만들어 내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수와 기능이 더 향상되고, 그로 인해 힘을 비축해 장기가 편안하게 기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마치 오일을 넣지 않으면 차가 덜덜거리는 것과 같이 비축된 연료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 [박민선의 건강제안] 결핵부터 A형 간염까지…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질병 리스트

    2019년 02월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경부터 3월 초까지는 발열, 콧물, 기침 등으로 연중행사처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는 대부분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로 휴식을 취하거나, 증상에 대한 치료만으로 스스로의 면역력에 의해 회복되곤 한다. 가벼운 감기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 이상 잘 낫지 않거나, 큰 병을 감기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