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요즈음 연일 지면과 대중매체에서 언급되고 있는 신생아실 사고를 바라보면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만혼과 출산율 저하로 신생아 수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아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건 분명 잘못되었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특정인을 처벌한다 해도 이런 일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 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20여 년간 신생아 출생은 거의 반으로 줄어가는데 저체중아는 2.6%에서 5.3%로 두 배 정도 늘었다. 이렇게 몇 년 전부터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갈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미숙아, 저체중아 등 고위험 신생아의 비율은 증가하면서 국가적으로 신생아집중치료에 대한 관심과 시설확충이 늘었다. 이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의료 기술면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절대 뒤지지 않고,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예상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집중치료를 요하는 환자 수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서다. 최근 수가나 정부 보조가 늘어 병상 수는 늘었지만, 병상 수가 는다고 신생아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고치는 것은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번 신생아실 사고로 인해 의료진에 대한 비난이 크게 일면서, 학생들이나 젊은 의료진들이 앞으로 신생아 진료를 기피하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20~30대의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그에 따른 체력저하를 지켜보고 있는 의사로서 앞으로 저체중아, 미숙아 같은 고위험 신생아의 비율은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 같아 더욱 근심스럽다.
어떤 분야건 전문가로 숙련되려면 10년이 필요하다 하여 ‘10년의 법칙’이라 한다. 의료 영역에서는 특정 분야 전문 의료인을 키우는 데 교육과 수련을 합해 약 20년이 걸린다.
이는 지금부터 신생아와 어린이 진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가가 자원을 투자해도 자식의 생명을 살릴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의료수가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 어린이병원조차도 원칙에 맞추어 열심히 진료하면 150억 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니, 다른 병원의 상황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 했다. 학생이 없는 선생님, 환자가 없는 의사가 무의미한 것처럼, 국민이 없는 나라는 아무런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
건강을 다루는 의료진이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나라의 경제나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다. 의료인이 원칙대로 열심히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 국민의 생존을 지키지 못하는 의료시스템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