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내상·성인병센터 이범준 교수】
식사 전후로 오르락내리락 춤추는 혈당 때문에 걱정인 K 씨. 당뇨병에 좋다는 것도 많고 안 좋다는 것도 많아 밥 먹을 때마다 혼란스럽다. “당뇨병 관리의 제일 원칙은 먹는 것이라잖아요. 너무 기름진 것은 되도록 피하고 자연식품을 더 많이 먹으려고 해요. 어떤 게 좋을까요?” 하고 묻는 K 씨. 당뇨병 관리에 효과적인 자연식품, 뭐가 있을까?
자연식품은 생명의 오케스트라
자연식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 외부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체로 오케스트라 같이 영양소 조율이 잘 돼 있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내상·성인병센터 이범준 교수는 “자연식품은 훌륭한 영양소 공급원인 동시에 혈당조절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각종 자연식품에는 당뇨병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성분을 포함한 식품이 많이 있다. 적절히 가려 먹으면 혈당조절에 톡톡히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식사나 간식으로 자주 섭취하면 좋다.
식물 인슐린 베스트 11
최근 더 자연스럽게 혈당을 조절할 방법을 강구하는 흐름은 자연식품으로 쏠리고 있다. 혈당조절에 좋은 식물성 물질을 ‘식물 인슐린’으로 부르며 먹는 움직임이다. 물론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니 혼동하면 안 된다. 다만 당뇨병에 좋은 식이습관으로 권할 만하다는 것. 이범준 교수가 추천하는 당뇨에 좋은 식물 11가지를 소개한다.
▶여주=조롱박과의 식물로 쓴오이라고도 한다. <전남본초>에서는 “기운을 보하고, 갈증을 해소한다.”고 했고, <천주본초>에서는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소갈인 음을 치료한다.”고 했다. 혈당강하 작용을 일으키는 여주의 성분은 식물 인슐린(p-insulin)과 카란틴(charnatin)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주로 여주의 열매와 씨에 많이 있다. 간에서 포도당의 연소를 돕고, 포도당이 체내에서 재합성되지 않게 한다. 그럼으로써 혈당치를 낮춰준다.
▶오미자=체내의 기를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 몸의 음액을 보완하며 진액을 생성하는 효능이 있다. 소갈(당뇨)의 치료 약재로 사용된다. 당 대사에 영향을 주며 뇌ㆍ간ㆍ근육 조직 중의 과당, 포도당의 인산화 과정을 증강한다. 혈액 중의 당류나 젖산의 비율을 높인다고도 알려져 있다.
▶토마토=한약명으로 번가番茄라고 한다. 말 그대로 진액을 보충해서 갈증을 삭이고 위를 튼튼하게 하는 과일이다. 여름 제철 채소로 붉은 빛깔을 띤다. 심장과 비슷한 모양이어서 한의학적으로 화火에 속한다. 기를 잘 순환시켜 화열을 제거해 준다는 뜻이다. 현대의학으로도 토마토는 심혈관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토마토 안의 라이코펜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한다. 각종 혈관질환을 예방하며 항혈전 작용과 지방의 소화를 돕는 기능도 발휘한다. 당뇨병과 함께 나타나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둥굴레=한의학적으로 음을 기르고, 진액을 생성하고, 번을 제거하며, 갈증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당뇨병의 입이 마르고 갈증을 자주 느끼는 증상에 사용해 왔다. 실제로 둥굴레에 대한 연구 중에 당뇨병을 유발한 동물 실험에서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 당뇨병과 동반해 흔히 나타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늘=<본초강목>에는 강장, 강정, 식욕부진, 정장, 변비, 보온, 항균, 정신안정, 이뇨, 혈압강하,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영양소 중에는 알리신, 유황화합물, 셀레늄, 비타민 B, C, E 등이 풍부하다. 이중 알리신은 췌장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 개선을 돕는다. 그뿐 아니라 알리신은 페니실린이나 테라마이신보다 살균력이 강력하다. 지질과 결합하면 피를 맑게 해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양파=성분 구성은 수분이 약 90%이며, 당질이 6.8~8%다. 이중 과당이 가장 많다. 생리적으로 활성을 띠는 케르세틴, 케르시트린, 루틴 등의 플라보노이드류와 황화합물인 알릴 디설파이드 등은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혈액 지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 그와 더불어 항산화 작용, 항고혈압 작용, 항혈당 작용, 항동맥경화 작용 등을 유도한다.
▶완두=<중약대사전>에 따르면 “완두는 진액을 생성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린다.”고 했다. 콩류 중에서도 인슐린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물질이 들어 있다. 또 혈당지수(GI)가 낮은 완두는 당질 흡수 속도가 느리다. 음식 섭취 후에도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혈당조절용 식품으로 적합하다.
▶바나바=부처꽃과 식물로 일본명은 ‘오오바나사루스베리’다. 필리핀, 중국 남부지방, 호주 북부지방에 걸쳐 넓게 서식하고 있다. 바나바티는 필리핀식 치킨 수프의 한 종류로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부터 바나바나무의 잎을 끓여 마시는 민간요법이 이어지고 있다. 바나바엽에는 코로소린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물질이 인슐린과 비슷하다. 세포 내 포도당 흡수율을 높여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졌다.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성인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표고버섯=예부터 버섯은 땅을 비옥하게 하는 ‘대지의 음식물’로 불렸다. 그 중 당뇨병에 좋다는 표고버섯은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D는 체내 칼슘 흡수율을 높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콜레스테롤 대사 촉진으로 혈당뿐 아니라 고혈압, 심장질환에도 좋다.
▶율무 껍질=곡물 중 영양가가 높기로 소문난 율무. 자양강장 효과도 있다. 영양의 균형이 알맞아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하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 B1, B2와 불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당뇨병과 비만 예방에 좋다. 고혈당인 쥐에게 율무 추출물을 주사하자 혈당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율무는 백미와 섞어 주식으로 먹으면 된다. 백미에 율무를 10~20% 섞어 밥을 짓는다. 알다시피 율무차도 유명하다. 껍질째 부순 후 볶아서 끓이면 향이 좋은 율무차가 된다.
▶다시마=당질의 소화ㆍ흡수를 도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인슐린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췌장의 베타세포 손상을 완화시켜 혈당강하 효과가 있다. 그뿐 아니라 저열량, 저지방이다. 포만감을 줘 식사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비만 예방에 좋다.
혈당조절 방해자, 오백식품
이범준 교수는 혈당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식품도 언급했다. 먼저 “당뇨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백식품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백식품은 흰쌀, 흰밀가루, 흰소금, 흰조미료, 흰설탕이다. 이들은 식품 본연의 다당류 성분이 정제과정을 거치면서 단당류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단당류가 많은 식품은 당지수(GI)를 높여 혈당을 빨리 올리게 된다. 따라서 혈당조절에 독이다.
당지수는 음식이 체내에 흡수돼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높게 올리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수치다. 혈당을 빠르게 높여 인슐린 분비를 급하게 유발하는 음식은 당지수가 높다.
보통 당지수가 70 이상인 경우 높다고 본다. 감자는 90, 당근은 80, 옥수수는 75로 당지수가 높다. 따라서 혈당이 높은 경우 감자, 당근, 옥수수 등을 지나치게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범준 교수는 전 경희의료원 한방중환자실을 담당, 현재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수석 임상연구원겸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