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성클리닉 이병주 원장】
한 번은 결혼 2년차인 어떤 부인이 결혼 후 지금까지 성관계 횟수가 열손가락 안에 든다며 병원을 찾았다. 남편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피곤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따로 상담을 해보니 남편은 옛 애인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옛 애인과는 단지 섹스만 할 뿐이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외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자는 “한두 번 바람 안 피우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건 단지 섹스일 뿐이야. 별 의미는 없어.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해.’라며 섹스와 사랑을 분리시킨다.
이것은 남자에게 있어 섹스의 본질을 부인하는 말이다.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로 연결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면 그 여자가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섹스를 하지 않는 아내에게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단점들까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모든 것에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결국 사랑하는 마음도 없어질 뿐더러 관계 또한 좋지 않게 된다.
이것은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다른 사람은 배척해야 안정감을 찾는 우리의 뇌구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외도를 하는 남편이 아내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성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일부일처제
남자들이 여러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양한 상대를 통해 높은 성적 쾌감을 얻기 위해서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처음 얼마 동안은 성적 쾌감이 아주 강렬하다.
하지만 정서적인 유대감은 없고 일시적인 쾌감만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횟수를 거듭할수록 쾌감은 사라지고 도리어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생기게 된다. 결국 남자는 예전의 쾌감을 얻고자 또 다른 상대를 찾지만 똑같은 상황만 되풀이될 뿐이다.
한 사람과 지속적인 성관계를 하면 처음에는 쾌감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간에 친밀감이 쌓이고 유대감이 깊어지면 점점 쾌감이 높아져 성적 만족도도 높아진다. 그리고 남자의 성적 만족은 파트너의 반응에 의해 배가되기 때문에 여자가 성적 반응을 잘하면 남자도 그만큼 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일부다처제나 혼외정사에서 여자는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 경쟁자나 상대의 배우자를 의식하게 되므로 자책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는 여자의 성 반응을 억제하여 여자 자신도 즐길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파트너인 남자도 불만족스럽게 한다.
하지만 일부일처제의 여자는 결혼이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안정된 여자는 독신이나 동거를 하고 있는 여자보다 4~5배나 오르가슴을 더 잘 느낀다고 한다.
또 성적 반응은 편안하고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더 잘 일어난다. 마음속에 시기심과 질투심, 미움의 감정이 있으면 편안한 상태로 이완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일부다처제에서는 여러 여자가 한 남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여성은 시기심과 질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자신이 밀려나지나 않을까 늘 마음 졸이며 긴장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의 성생활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일부일처제에서의 여성은 누구를 경계할 필요가 없다. 마음 편히 즐기다보면 자신도 행복하고 남편도 저절로 만족하게 된다.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이유를 성관계 때 일어나는 신체의 생화학반응과 관련지어서 설명할 수도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옥시토신의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옥시토신은 강한 친밀감을 형성하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평상시에는 남성의 옥시토신 수치가 여성보다 낮지만 성관계를 가진 후에는 여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혼외정사나 동거의 성관계보다 일부일처제의 성관계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은 강한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끼면서 하는 성생활은 두 사람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부일처제에서 성적 만족을 더 크게 얻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헌신도가 크기 때문이다. 동거나 혼외정사는 상대에 대한 헌신이나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서로 좋은 감정일 때는 관계가 유지되지만 불만이 생기거나 불행이 찾아오면 쉽게 헤어지게 된다. 일부다처제에서도 완전한 헌신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일처제에서는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평생 상대에게 헌신하겠다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서약으로 결혼이 이루어진다. 이런 관계에서의 성생활은 깊은 신뢰감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더 큰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일부일처제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외도와 문란한 성관계가 많은 요즘, 일부일처제를 개인의 자유를 옭아매는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여기지 말고 그 장점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