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희망재무설계 송승용 이사(<평생월급> 저자)】
세상에는 미뤄도 되는 일과 미루면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당장 눈앞에 닥친 일부터 먼저 해치운다. 대부분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뤘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면? 벅차겠지만 그 일도 감수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바로 그런 일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미룰수록 감당해야 할 부담이 조금씩 불어난다. 노후 준비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노후 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령별로 정리해봤다.
노후는 멀지만 준비는 지금부터!
은퇴한 후에도 넉넉잡아 30~40년은 더 사는 현실. 자식을 부양하긴 하지만 자식에게 나의 노후를 책임지라고 못하는 현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모으기는커녕 쓸 일이 많아지는 현실. 이것이 바로 계획적인 노후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까진 좋다. 필요성을 느꼈으니 준비를 해보려고 하면 또 다른 벽이 가로막고 있다. 각종 노후 준비 상품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도대체 무엇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돈 걱정 없이 편안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내가 나에게 월급 주는 ‘연금’
언제부턴가 노후 준비하면 연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내 월급에서 정부가 매월 꼬박꼬박 떼어가는 국민연금도 연금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퇴직금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을 들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도, 재테크 전문가도 왜 모두 연금을 들라고 하는 걸까? 일단 매월 정해진 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월급하고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적은 돈이라도 월급을 탈 때처럼 계획적인 지출이 가능해진다. 연금을 준비하는 데는 꼭 큰돈이 필요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탈 수도 있다.
노후 준비 언제 얼마나 할까?
20대라면? 적은 금액으로 꾸준히~
20대라면 아직 은퇴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넉넉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다. 20대라면 소득의 5~10%를 노후 자금으로 저축하는 것이 적당하다. 빨리 노후 준비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많은 금액을 저금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장기상품에 비중을 크게 두는 것도 좋지 않다. 당장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사야 할 시기가 곧 닥친다. 그러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노후 준비 상품부터 깨서 쓰게 되기 때문이다.
30대라면? 소득이 늘어나면 연금 금액도 늘려라!
30대는 보통 결혼을 해서 가정이 생기는 시기다. 돈 쓸 일이 슬슬 많아지긴 하지만, 경력을 인정받아 소득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30대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면 소득의 10~15%는 저축을 해야 한다.
희망재무설계 송승용 이사는 “소득이 늘어나면 반드시 그것과 비례해 노후를 준비하는 돈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200만 원을 벌어서 매월 소득의 10%인 20만 원씩 내는 연금을 들었다고 치자. 3년 후 부부의 소득이 230만 원으로 늘었다면 3만 원을 더 저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금액 자체가 아니라 소득에 대한 비율을 따져야 한다.
40대라면? 쓸 돈 많아도 노후 준비 시작해라!
30대에도 필요한 돈이 늘어나긴 하지만 40대에 비하면 적다. 40대는 자녀 교육비, 대출이자 부담이 크다. 아이들이 커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때까지 노후 준비에 무심했다면 적어도 소득의 15~20%는 노후를 위해 써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더 늘려도 좋다. 나갈 돈이 많아 부담은 되겠지만 더 이상 노후 준비를 미루면 안 된다.
50대라면? 자녀 지원과 노후 준비의 균형을 맞춰라!
50대가 되면 이제 노후는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녀의 대학등록금, 결혼 자금 등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다. 노후 준비를 못했다면 소득의 25~30%는 노후를 위해 반드시 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아놓은 돈과 소득이 적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승용 이사는 “50대 이후는 노후 자금과 자녀 지원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소득을 자녀에게 지원하면 당장은 괜찮지만 결국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짐이 된다. 노후 준비하기도 빠듯하다면 자녀와 솔직한 대화를 통해 가계 사정을 알리고 꼭 지원해줘야 할 돈만 도와주길 권한다.
나의 노후 자금, 어떻게 운용할까?
개인연금은 투자형 상품과 금리형 상품으로 나눌 수 있고, 또 소득공제를 받는 상품과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에 대해 비과세가 되는 상품이 있다.
노후 준비에는 어떤 상품이 좋다는 답은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송승용 이사는 “노후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면 적립식펀드, 연금저축펀드, 변액연금보험 등 투자형 상품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연금펀드라고도 불리는 연금저축펀드는 크게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주식펀드에서 채권펀드로, 또는 채권펀드에서 혼합형펀드 등으로 펀드 간 이동이 가능해 경기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55세 이후에 최소 5년 이상 연금을 수령해야 기타 소득세나 해지가산세 등 세금을 내지 않는다. 10년 이상 불입해야 하고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령 기간은 5년이나 10년 등으로 정할 수 있지만 평생 연금 수령은 안 된다.
변액연금보험은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연금 수령을 할 때는 최소한 낸 돈에 대해 원금보장을 해준다.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과 배당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송승용 이사는 “변액연금보험은 중간에 해약할 경우에는 원금보장이 되지 않고, 가입 후 6년 이내 해약할 경우 불입한 금액에 대비해 환급률이 적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한다. 무리하게 가입해서 해약하면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기 쉽다는 것이다.
은퇴가 임박한 50대의 경우 이미 가입한 변액연금보험이 있다면 추가 불입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신규로 가입을 한다면 불입 기간을 3년, 4년, 5년 등으로 상황에 맞게 조절하거나 목돈을 한꺼번에 넣어두는 일시납 연금상품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송승용 이사는 “한 가지 상품에 집중하는 것보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변액연금보험, 연금저축펀드 등에 함께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또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면 매달 불입해야 불이익이 없는 보험상품보다는 연금펀드나 연금신탁에 가입하는 편이 안전하다. 연금저축펀드나 연금신탁은 중간에 불입을 할 수 없어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승용 이사는 KBS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MBC <경제매거진 M>에 자문위원으로 고정 출연하고 있다. 저서 <평생월급>,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