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신흥대 호텔조리학과 유진현 교수】
달그락 달그락 식사 준비에 작은 소란이 이는 부엌. 밥통에서, 가스레인지 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과 식욕을 돋우는 기분 좋은 냄새. 밥을 차리는 간간이 주부들은 간장을 집는다. 풍미 있는 식단을 만들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게 간장이다. 온갖 음식에 들어가 재료의 맛을 한층 살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맨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한 끼 반찬으로 손색없다. 오래오래 우리 밥상에 머무른 간장. 그 중에서도 요즘은 맛은 살리고 염도는 낮춘 건강 간장이 인기라는데…….
쓰임 많고 영양가 높은 효자 음식
예부터 간장이 맛이 없으면 그 해에 큰 재해가 온다고 할 만큼 간장 담그기를 중요시한 우리나라. 손님들은 장맛으로 그 집의 음식솜씨를 가늠하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간장은 콩을 삶아 띄워낸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켜 건지고 남은 액체다. 간장의 간은 소금기의 짠맛을 뜻한다. 20여 종이나 되는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지닌다. 알코올, 에스테르 등의 방향, 짠맛과 함께 단맛, 쓴맛, 감칠맛을 낸다.
간장은 영양학적으로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발효식품이다. 우리 몸 속 간장肝腸의 해독작용을 도와 체내의 유독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간장의 메티오닌 성분은 알코올과 니코틴을 해독해 담배와 술의 피해를 줄이고 미용에도 효과적이다. 레시틴이 들어있어 콜레스테롤을 용해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한다. 혈관을 부드럽게 해 혈액을 맑게 하며, 정장작용과 비타민의 체내 합성을 촉진한다. 칼슘, 인의 대사 조절로 치아, 뼈, 세포를 견고하게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갈증이 심할 때 냉수에 간장을 타서 먹었다. 또 뜨거운 기름 때문에 화상을 입었을 때 간장을 화상 부위에 바르면 통증이 줄고 물집이 생기지 않는다.
신흥대 호텔조리학과 유진현 교수는 “발효식품은 장점이 많지만 신선식품과 비교해 딱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높은 염도”라고 밝혔다. 이기적인 생각 하나! 염도를 낮추면서도 맛을 살릴 수는 없을까? 유진현 교수가 소개하는 저염 간장 2가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는 저염 간장 2가지
그야말로 내 몸에 약 ‘약간장’
【재료】
양배추 1통, 깐마늘 500g 생강 300g, 당근 5개, 사과 3개, 양파 3개, 배 1개, 표고버섯 100g, 파 500g, 대추 100g, 다시마 20g, 통후추 20g, 레몬 3개, 설탕(꿀, 물엿) 1컵, 일반 간장(과일과 채소를 끓인 물과 같은 양)
【만드는 방법】
? 양배추를 포함한 채소와 과일을 적절한 크기로 잘라준다.
? 채소는 2/3, 과일은 1/3 비율로 큰 그릇에 섞어준다.
? 물을 재료와 1:1 비율로 찰랑찰랑 넣어준다.
? 재료가 들어간 물을 7시간 이상 끓여준다.
? 건더기를 제거하고 과일과 채소를 끓인 물을 식힌다.
? 재료를 끓인 물을 일반간장과 1:1비율로 섞는다.
?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보존성을 좋게 하기 위해 레몬즙을 섞는다.
? 식힌 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병에 담가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 채소와 과일, 향신료를 첨가해 달인 약간장은 설탕과 간장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사용이 가능하다. 갈비구이, 갈비찜, 불고기, 나물 무침에도 좋다. 샐러드 소스용으로도 효과 만점이다.
화학조미료가 흉내 못내는‘별미간장’
【재료】
진간장 3컵, 말린 표고버섯물 3컵(표고버섯 5장+물 1ℓ), 검정콩물 3컵(볶은 검정콩1컵+물 2ℓ), 사과 1/2개, 생강편 2조각
【만드는 방법】
? 말린 표고버섯물과 검정콩물, 진간장을 1:1:1 비율로 섞어 끓여주다가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사과와 생강을 넣고 끓여준다.
? 끓인 간장이 완전히 식으면 다시 한 번 끓여서 보관한다.
→별미간장은 조림요리나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쓰고 남은 간장은 냉장보관하고 장마철이나 공기가 습한 여름에는 다시 한 번 끓여준다. 단맛을 내고 싶으면 재탕할 때 감초 5~7조각을 넣고 끓여준다.
약간장이나 별미간장 모두 저염 간장으로 저장기간이 짧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으므로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많은 양을 만들었을 경우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햇빛이 들지 않는 실온에서 3개월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 냉장 상태에서는 2년까지 저장할 수 있다. 발효식품은 용기 뚜껑을 열어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발효가 진행된다. 오래 쓴 간장이 마치 젤리처럼 물컹해질 때가 있는데 이는 간장이 과다 발효됐기 때문이다.
유진현 교수는 “채소와 과일도 유기농 재료와 신선한 재료를 써야 맛의 변화나 저장기간에 변색이나 변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당부한다. 특히 레몬은 신맛을 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향과 저장성 향상을 위한 것이기에 반드시 생 레몬을 써야 한다. 주재료인 콩은 국내산 흰콩을 이용하고 쥐눈이콩이나 약콩을 이용하면 유전자 변형식품을 피해 안전하고 더 맛과 향이 우수한 간장을 만들 수 있다.
또 음식을 만들 때 간단한 간장 사용 요령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식재료에 따라 간장을 넣는 시점을 달리해야 재료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장조림처럼 조리하는 시간이 긴 음식은 고기에 간장 맛이 잘 스며들어야 하므로 조리를 시작할 때 간장을 넣어야 한다.
그러나 무침은 먹기 직전에 간장을 넣는다. 특히 나물은 무칠 때 미리 간을 하면 간장의 염분 때문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물기가 생기면서 맛이 떨어진다. 간장 소스를 만들 때도 미리 만들어 두지 말고 먹기 직전에 만든다. 그래야 간장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