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김유철 과장】
건강, 특히 암에 관심 있다면 우리나라에 대장암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2011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의 13.0%로 3위를 차지했다. 남성암 가운데는 2위, 여성암에서는 3위다. 이런 수치를 알게 되면 슬슬 궁금해질 것이다. 나의 대장은 얼마나 암으로부터 자유로울지 말이다. 정말 대장암이 걱정된다면 한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다름 아닌 대장용종이다. 작지만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될 대장용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대장용종
대장용종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대한대장항문학회는 7개 대형병원 검진센터에서 3년(2009~2011년) 동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 총 14만 9363명을 대상으로 대장질환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장용종을 발견한 비율은 35.9%였으며, 대장암은 0.5%로 확인됐다. 검사를 받은 사람 3명 중 한 명은 대장용종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대장용종 발생률은 2009년에는 34.1%였지만 2011년에는 37.1%를 나타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김유철 과장은 “대장용종은 대장암 발생의 최초 시작단계”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장용종은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장용종은 쉽게 말해 대장 표면에 사마귀처럼 솟아오른 작은 살덩이이다. 조그만 혹처럼 튀어나왔다고 보면 된다.
대장용종은 크게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선종성 용종과 암이 될 가능성이 낮은 비선종성 용종으로 구분된다.
▶선종성 용종은 초기에는 양성 종양의 형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가 점차 악성화되는 세포가 늘어나면서 악성종양, 즉 암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제거해야 한다.
김유철 과장은 “2~3mm의 작은 선종성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대략 7~9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대부분의 대장용종은 증상이 없다.”고 설명한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눈으로 봐서는 선종성 용종과 비선종성 용종을 구분하는 게 어려워 발견 즉시 일단 떼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장용종, 넌 누구니?
김유철 과장은 “대장용종은 유전자의 후생적 변화 혹은 돌연변이 때문에 세포 증식이 많아져서 생긴다.”고 설명한다. 유전자 변화는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인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의 대장용종은 후천적인 유전자 변화 때문에 생긴다.
김유철 과장은 “열량이 높고 기름이 많이 들어 있는 서구식 식생활, 섬유소 섭취 감소, 운동 부족, 음주, 흡연, 공해 등이 대장암과 대장용종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나쁜 생활환경이 대장에 있는 정상 유전자를 변형시켜 용종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대장용종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을 적게 먹고 ▶열량이 높지 않은 저지방 음식을 먹고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대장용종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류를 먹을 때는 튀기거나 불에 직접 굽는 것보다 찜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1.5~2배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김유철 과장은 “이 밖에도 금주, 금연,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조절 등이 대장용종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저용량 아스피린이 대장암과 대장용종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유철 과장은 “아스피린은 위장관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대장용종 예방을 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내 몸에 대장용종 있다면…
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용종을 제거하는 이유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함이며, 떼어낸 용종이 선종성 용종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김유철 과장은 “50대 이상이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또한 부모가 50대 이전에 대장암을 진단받았다면 40세 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용종을 제거한 후에는 반드시 담당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권장 받은 기간에 맞춰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 속 환경이 그대로라면 용종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 용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철 과장은 “용종을 떼어낸 사람은 보통 1~5년 후에 재검사를 해보길 권한다.”고 말한다. 특히 선종성 용종이 있었던 사람은 대장암 발생 위험률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꼭 필요하다. 선종성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조직검사에서 융모 형태의 세포가 많을수록, 세포의 분화가 나쁠수록 암으로 진행하는 기간이 짧아진다.
김유철 과장은 “용종이 아주 크거나 이형증이 있는 경우에는 완전히 절제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2~3개월 후에 재검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용종을 떼어 낸 후에는…
용종 절제술의 합병증으로 통증, 출혈, 천공(구멍이 뚫림) 등이 생길 수 있다. 김유철 과장은 “대장용종을 떼어내면 배가 아플 수 있으나 대부분은 정도가 심하지 않고 오래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만약 배가 계속 아프다면 병원에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
용종을 떼어낼 때 생긴 출혈은 그 즉시 내시경으로 지혈을 한다. 문제는 집에 돌아간 뒤에 시작되는 출혈인데, 흔하진 않지만 시술 후 1주일 뒤에도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양변기가 빨개질 정도의 출혈이 있다면 즉시 시술받은 병원으로 가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예방법이 확실한 대장암
대장암 대부분은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된다. 선종성 용종의 크기가 커지면 일부 점막이 암으로 변하면서 상피내암이 된다. 이 상피내암이 진행성 암으로 발전하고, 그 후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종성 용종을 없애면 대장암이 예방된다고 볼 수 있다.
김유철 과장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용종을 제거하는 것은 최선의 대장암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TIP. 꼭 기억해야 할 대장용종&대장암 예방법 7가지!>
1. 대장내시경 검사받기
2.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은 적게 먹기
3. 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자주 먹기
4. 활동량 늘리기
5. 정상 체중 유지하기
6. 지나친 음주 안 하기
7. 금연하기
김유철 과장은 위암, 대장암 등 위장질환과 소화기내시경 검사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거쳐 지금은 원자력병원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