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아주대병원 산업의학과 박재범 교수】
30대 직장인 김 모 씨, 요즘 들어 목과 어깨 근육이 따끔거리고 쑤신다. 병원을 찾은 김 모 씨는 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생긴 직업병 같다는 의사의 말에 김 모 씨는 “이런 것도 직업병인가요?” 물으며 놀랐다. 직업병은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걸리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분야별로 생길 수 있는 직업병을 알아보고 예방법을 살펴보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직업병’
김연아 선수가 한때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적이 있다. 이에 “피겨를 하는 한 허리통증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그녀 역시 ‘직업병’을 앓고 있음을 알렸다. 이렇듯 김연아 선수도 걸릴 수 있는 병이 직업병이다. 다만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느냐에 따라 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주대병원 산업의학과 박재범 교수는 “시대에 따라 직업병도 변화하고 있다.”며 “2000년대 들어서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도 포함할 정도로 직업병의 범위 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혹시 나는 어떨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한 번 점검해보자.
CASE 1. 사무직이라면…? VDT 증후군 조심!
일반 사무직이나 공무원, 은행원 등은 VDT(Visual Display Terminal:영상단말기)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질환들을 묶어 VDT 증후군이라고 한다. 어깨나 목, 허리 등에서 발생하는 근육 통증이나 관절 통증, 눈의 피로 등을 들 수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컴퓨터 앞에 경직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어깨나 목이 뻣뻣해지고 결리는 증상을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이 경우 ‘근막통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가장 흔한 증상이다. 어깨와 목의 결림이 심할 경우 감각이 마비되고, 통증이 있다.
?또 손가락이 저릴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잘못된 자세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때 생기는 증상으로 손목신경이 압박을 받아 생긴다.
?더불어 일자목증후군(일명 거북목증후군)도 주의해야 한다. 컴퓨터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목을 앞으로 쭉 빼고 있는 경우 디스크에 무리가 가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또 눈의 피로와 안구 건조 역시 VDT 증후군에 포함되는 증상이다.?
?이러한 다양한 VDT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허리와 목을 곧게 펴고 컴퓨터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춘다. 키보드를 칠 때 손목이 꺾이지 않게끔 아래팔과 손등이 수평이 되게 한다. 허리와 목을 곧게 펴 꾸부정한 자세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으며, 높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의자를 사용해야 한다.
또 손목 받침대나 키보드 받침대 등을 보조 도구로 사용해도?좋다. 무엇보다도 자주 쉬면서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여 어깨나 목, 손목 결림 등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CASE 2. 노동직이라면…? 근육·관절 통증과 산업재해 조심
제조업 근로자들이나 건설업 근로자들의 경우 육체적 노동을 한다. 작업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물리적 힘, 반복 동작, 불편한 자세, 작업 시 기계 진동 등이 이쪽 계통 직업병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근육과 관절의 통증 등은 노동직 근로자들에게도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인데 사무직과 다른 점은 ‘무거운 중량물’을 들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근육과 관절의 염좌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또 일부 건설업의 경우 소음성 난청이나 납 중독(페인트에 들어 있는), 건물 해체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석면·분진 등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작업 환경이 안전해야 하고, 근로자 역시 안전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안전모나 호흡기 보호구 등을 올바르게 착용해 유해한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비해 항상 안전을 우선시해야 된다.
CASE 3. 야간 근무직이라면…불면증과 피로 조심!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직업들이 있다. 야간 경비직이나 교대로 근무하는 업종을 가진 사람들이다. 밤과 낮이 바뀌기 때문에 수면이나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잠을 푹 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면증이나 위장 장애, 피로감, 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몸의 생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 심혈관계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인다.
?이 경우 낮에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업무 스케줄을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 수면을 방해받지 않도록 하고, 두꺼운 커튼 등으로 빛은 완전히 차단하고 최소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물론 잠들기 전 술이나 커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밤과 낮이 바뀌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져 가족행사나 모임 등에 참석하지 못해 정신적인 괴로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조율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CASE 4. 운전직이라면… 요통과 위장장애 조심!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버스·택시 운전사나 트럭 운전사 등에게는 요통이 흔하다. 좁은 공간에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특히 울퉁불퉁한 도로면과 과속 방지턱 등으로 인해 온몸에 전달되는 진동은 허리의 고통을 더 크게 만든다. 또한 장시간 운전은 피로와 스트레스 등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직업들과 달리 업무시간이 길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편이라 위장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다.
좁은 운전자석에 오래 앉아 있더라도 최소 2시간에 한 번씩은 잠시 차를 세워두고, 스트레칭으로 근육들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걷기운동’을 통해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다. 요통의 경우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단 안정을 취하고,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받도록 한다.
CASE 5. 서비스직이라면…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증 조심!
백화점 판매원이나 고객센터 직원, 텔레마케터 등은 고객이 어떠한 요구를 하더라도 항상 웃으며 대해야 한다.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화를 내더라도 감정을 억누른 채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이 같은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10명 중 2.7명꼴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가슴통증이나 소화불량, 두통, 무기력함 등 화병과 비슷한 증상들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 참았던 감정 폭발로 인한 폭력적인 행동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고, 억제된 감정을 쌓아놓지 말고 운동이나 수다, 취미 활동 등으로 표출하는 것이 좋다. 깊은 심호흡이나 스트레칭, 소리 지르기 등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밤에 경비를 서도 혹은 버스를 몰고 있어도 직업병의 위험은 항상 도사린다.
박재범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 일을 하든,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된다.”고 강조하며 더불어 “국가가 마련해 놓은 건강검진이나, 보건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박재범 교수는 공군 항공의료원 예방의학과장, 연구부장을 거쳐 현재 아주대병원?산업의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직무스트레스학회 이사,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직업병학>, <일, 그 야누스적 얼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