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권긍록 교수】
2080. 한 생활용품 회사의 치약 이름이다. 이 치약은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한다는 뜻으로 제품 이름을 지었다. 원래 우리 치아는 사랑니를 빼도 28개인데 왜 20개일까? 80세가 될 때까지 28개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현실적인 개수를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목표를 더 높여보자. 일단 숫자는 같다. 2080 치아 건강법이다. 뜻은 좀 다르다. 20세의 치아를 80세까지 건강하게 유지하자는 것이다. 20대의 치아 상태를 80세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 100세까지 쭈욱~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제대로 된 양치질이 최고!
흔히 구강(입안) 건강을 모든 건강의 기초라고 한다. 잘 씹어서 잘 먹는 것과 건강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강 건강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건강의 기초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강 건강은 치아와 치주(잇몸)가 모두 건강해야 지킬 수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권긍록 교수는 치아를 나무, 치주를 토양으로 비교한다.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주변의 토양이 비옥하고 단단해야 한다. 아울러 나무 자체도 썩지 않고 단단해야 한다.
권긍록 교수는 “치아 자체에 충치가 없어도 치주질환 때문에 뿌리를 잡아주는 잇몸 뼈가 점점 녹아 없어지면 치아는 흔들리다가 뽑히고 만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잇몸 뼈가 튼튼해도 충치가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이를 뽑아야 한다. 2080을 위해서는 치아, 치주 어느 한 가지라도 관리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권긍록 교수는 “충치와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음식물이 치아와 잇몸에 쌓이지 않게 양치질을 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것이다. ‘왜 나는 하루에 양치질을 3번 넘게 하는데 치아 상태가 엉망이냐?’는 것이다.
권긍록 교수는 “아이가 책상 앞에 10시간 동안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듯 오래 또는 자주 양치질을 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양치질은 한 번을 하더라도 치아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먹은 직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양치질을 잘해도 미세한 음식물 찌꺼기는 남게 되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치석으로 변할 수 있다.
권긍록 교수는 “치석은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하고, 치과에 간 김에 검사도 받아보면 좋다.”고 설명한다. 새로 충치가 생기진 않았는지, 잇몸은 건강한지, 예전에 때운 치아는 괜찮은지 검사하는 것이다.
깨끗이 헹구기도 중요해
올바른 양치질이란 무엇일까? ‘구석구석 안 닿는 곳 없이 깨끗하게 닦기’ ‘식후 3분 이내, 3분 이상 닦기’까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맞다. 그런데 간혹 이렇게 구강 건강을 위해 열심히 한 양치질이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억센 칫솔모와 잘못된 칫솔질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잇몸 주변의 치질을 패이게 하고 시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권긍록 교수는 “치아의 방향을 따라 위아래로 닦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치석이 생기기 쉬운 아래어금니 안쪽과 앞니 안쪽 등을 먼저 닦도록 한다.
소금으로 이를 닦는 일은 삼가야 한다. 소금으로 이를 닦으면 소독하는 효과는 있지만 치약보다 입자(특히 굵은 소금)가 커서 치아를 닳아지게 하고 잇몸의 상처를 유발한다.
한편, 치약은 이름처럼 약이 아니다. 비누처럼 치아에 붙은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권긍록 교수는 “칫솔질 후 남아 있는 치약을 충분히 헹구지 않으면 입 냄새를 유발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치약 속 계면활성제는 입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계면활성제가 타액과 함께 위 속으로 들어가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지방을 녹여 위장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충치 치료 수명은 관리하기 나름!
충치 치료를 받았는데 그 부위가 썩어서 다시 치료를 받는 사람이 종종 있다. 충치 치료를 할 때 범위가 좁으면 보통 레진으로 때우고, 범위가 넓으면 금이나 도자기로 때우게 된다. 레진으로 때우면 치아와 재료 경계 부분 색이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는 무조건 다시 뜯고 새로 충전물을 넣지 않아도 된다. 권긍록 교수는 “치아와 레진 경계에는 미세한 틈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착색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충치가 아니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 단,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충전물 밑에 충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면 다시 뜯고 치료해야 한다.
금이나 도자기로 때운 경우는 좀 다르다. 금이나 도자기는 치과용 시멘트를 이용해 붙이기 때문에 충전재와 치아 사이에 틈이 있다면 그 틈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가게 된다. 음식물 찌꺼기는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이때는 예전에 때운 충천물을 뜯어내고 다시 제작해야 한다.
권긍록 교수는 “충치 치료를 완벽하게 받았다면 충전물의 수명은 환자에게 달려 있다.”며 “양치질을 제대로 하고 관리에 힘쓴다면 별 문제 없이 오래간다.”고 조언한다.
잇몸 건강 위해 잇몸약 먹을까? 말까?
치아를 둘러싼 치주 건강은 치석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석 속에는 수백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이 세균들은 독소를 만들어 낸다. 독소는 잇몸 뼈를 녹이고 치주질환을 유발한다.
치석은 스케일링을 통해 없애므로 잇몸 치료의 시작은 스케일링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관리가 소홀해 잇몸 속과 뿌리까지 치석이 쌓여 있다면 이것은 스케일링으로 제거할 수 없다. 잇몸 속에 기구를 넣거나 잇몸을 잘라 젖힌 후에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
권긍록 교수는 “시중에서 파는 잇몸약을 먹고 있는데 꼭 잇몸 치료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다.”며 “치석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잇몸약만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어 잇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사실 보이지 않는 잇몸 속 뼈는 계속 녹고 있는 것이다. 잇몸치료와 함께 잇몸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잇몸약만 먹어서는 소용이 없다.
치아가 빠졌다면 바로 대타 투입!
치아가 빠지면 그 치아에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치아는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다. 한 개의 치아가 빠져서 균형이 무너지면 옆에 있는 치아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빠진 치아를 그냥 두면 주변 치아도 망가지게 된다.?
권긍록 교수는 “치아가 군데군데 한두 개 빠지면 상태에 따라 브릿지, 혹은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브릿지는 치아가 빠진 부위의 양쪽 치아를 이용해서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조건이 있다. 브릿지에서는 치아가 없는 부위의 양쪽 치아들이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치아들이 튼튼해야 한다.
브릿지를 할 수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임플란트다. 임플란트는 주변 치아를 손상하지 않고 스스로 씹는 힘을 충분히 견디는 능력이 있다. 단 잇몸 뼈가 부족한 경우에는 뼈를 만드는 수술을 해야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
정기검진은 치아 건강 지키는 보루
권긍록 교수는 “특정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은 치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치과에 가기를 꺼린다. 치과 치료는 비싸고 무섭다는 이유에서다. 권긍록 교수는 “정기 검사를 받으면 최소의 비용과 최소의 통증, 최소의 노력으로 구강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