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짠돌이 카페’ 운영자 이대표,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 저자 김윤아·서아름】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영진(29·서울 은평구)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짠순이’로 통한다. 패밀리레스토랑은 반값 할인이 될 때만 가고, 해외여행 도중 경비를 아끼려고 컵라면으로 하루를 버틴 적도 있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일에는 지갑을 서슴없이 여는 편이다. 학자금 대출도 자신이 번 돈으로 모두 갚았다. 예전에는 구두쇠처럼 인색한 ‘짠돌이’ ‘짠순이’가 많았다면 요즘은 이영진 씨 같은 이들이 대세다. “버스비 아끼려고 한 시간 걷는다.”는 식의 극강의 절약이 아니라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신짠순이’ ‘신짠돌이’가 대세다. 이들은 푼돈을 모으면 목돈이 되며, 돈은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테크커뮤니티 ‘짠돌이 카페’ 운영자 이대표 씨와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길벗刊) 공동저자인 김윤아, 서아름 씨에게 절약으로 돈 버는 노하우를 물어봤다.
CASE 1. ‘대왕소금’ 이대표 씨 “돈 새는 구멍 막으세요”
올해 38세인 이 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짠돌이’다. 지금은 회원 수 77만 명의 대형 카페로 성장했지만 2001년 그가 짠돌이 카페를 만들며 ‘커밍아웃’을 했을 때 짠돌이는 ‘수전노’ ‘구두쇠’로 욕먹기 일쑤였다. “짠돌이들 때문에 한국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반격도 있었다. 이 씨가 네이버 포털사이트 사전에 ‘신짠돌이’ 용어를 등록한 이유다.
“신짠돌이는 구두쇠나 수전노처럼 무엇이든 아끼는 사람과는 달라요. 절약생활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아껴 산다는 게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요?”
그가 두 번째 직장인 외국계기업에 다녔을 당시 받은 월급은 189만 원(세후)이었다. 3년 만에 이 돈을 모아 1억 원을 만들었다. 돈을 쓰기 싫어 야근을 도맡아 했다. 공짜로 저녁도 먹고, 야근 수당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아이디(ID)인 ‘대왕소금’처럼 독한 짠돌이 생활을 했다.
이 돈이 그에게 종잣돈이 됐다. 직장 선배는 “나도 너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월급보다 집값이 먼저 오르더라.”고 했다. 이 씨는 “하지만 이런 마음을 먹는 순간 발전은 없다.”며 “매달 200만 원이 안 되는 월급도 소비 습관을 잘 파악하고 돈 새는 구멍만 막으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못 버는 사람들만 짠돌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짠돌이 카페에서 소득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어요. 4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평균소득이 월 250~300만 원이더군요. 텐인텐(10년에 10억 만들기) 카페와 짠돌이 카페는 회원의 90% 이상 중복돼요.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이 절약에도 관심이 높다는 얘기죠. 돈이 없어 아끼자는 게 아니죠. 아낄 수 있을 때 아끼자는 겁니다.”
‘부전자전’일까? 초등 4학년인 이 씨의 딸 연우(10) 양은 화장실에 휴지의 적절한 사용량을 붙여놓는 ‘절약 소녀’다. 절약이 가족 습관처럼 굳어져 대물림된 셈이다.
CASE 2.? 30대 알뜰여왕 김윤아 씨 “하루 지난 세일 상품을 구매합니다”?
30대의 수입의류 구매대행업자인 김윤아(서울 마포구 하중동) 씨는 할인마트에 가더라도 먹을 만큼, 필요한 것만 구입한다. 원 플러스 원 상품이라도 덥석 카트에 넣는 법이 없다. 김 씨는 “절제가 생활비를 줄이는 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야채 코너는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합니다. 판매개시일이 하루 지난 상품은 30~80% 세일을 하죠. 솔직히 냉장고에 일주일 있는 상품보다 세일 상품이 더 신선합니다.”
지금은 ‘알뜰여왕’이지만 김 씨도 20대 때는 지갑에 20~30만 원씩 넣고 다녔다. 가진 돈은 모두 써버리는 스타일이었다. 독립을 꿈꾸면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집 마련이란 당면 목표가 있을 때는 화장품비, 미용비, 의복비에서 많이 줄였다.
그는 요즘도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늘 얻어온다. 냉장고나 신발장에 넣으면 탈취 효과가 크고 샤워젤 거품과 섞어 몸을 문질러주면 피부가 매끈매끈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 세안할 때 폼클렌징에 한 티스푼 섞어 얼굴에 살살 문지르면 비싼 스크럽 제품만큼 효과적이다.
수입이 적을 땐 월 100만 원, 많을 땐 1000만 원으로 들쭉날쭉하다보니 불규칙한 수입과 지출 관리가 재테크의 첫 번째 목표가 됐다. 일단 돈 들어오는 통장은 하나로 통합했다. 한 달 수입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통장에 100~200만 원가량 기본 잔고로 유지한다. 매달 말일에 200만 원 넘는 금액은 MMF 계좌로 옮긴다. MMF 계좌에 모아둔 돈은 용도별 통장으로 이체한다.
CASE 3. 맞벌이 직장인 서아름 씨 “통장 쪼개기로 2년에 1억 모았어요”?
올해 서른다섯인 서아름(서울 강서구 등촌동) 씨는 결혼 4년차 직장인이다. 그의 재테크 제1원칙은 통장 쪼개기다. 무분별한 지출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한 통장에서 돈을 쓰면 어디에 쓰는지 몰라요. 제가 통장을 13개 만든 이유죠. 공과금 통장, 경조사비 통장, 기부금 통장, 여행비 통장 등 13개를 갖고 있어요. 항목별로 예산을 잡은 후 예산에 맞춰 사용해요. 자동차세가 30만 원인데 한 번에 나가면 부담되니까 매달 2~3만 원씩 추가로 돈을 넣어둬요. 그렇게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빠져나가게 하는 거죠.”
서 씨 집의 모든 돈은 허브 통장을 거친다. 매달 25일 남편과 그가 받는 월급은 급여 통장을 거쳐 허브 통장에 입금된다. 그 다음 항목별 통장으로 매달 고정지출 비용을 송금한다. 다시 카드 결제 예상 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금액만큼 항목별 계좌에서 허브 통장으로 송금한다. 허브 통장에서 카드 결제대금이 인출되는 구조다. 지난 2월 신용카드를 없애기 전까지는 이렇게 돈 관리를 했다.
서 씨는 “처음에는 번거로울지 몰라도 지출을 초과한 건 없는지 반성하는 기회도 되고, 허브 통장에서 한꺼번에 카드 대금 관리를 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없앤 것은 카드 연말정산이 축소된 데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15년 간 사용하던 카드의 개인 정보가 털린 데 충격을 받아서다. 지금은 허브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체크카드에 포인트 적립 효과가 있어 더 낫다.
직장인인 서 씨는 지하철 정기권을 사용한다. 남편의 직업상 자동차를 탈 수밖에 없는데 자동차세는 분기마다 내지 않고 매년 1월에 1년 치를 한꺼번에 낸다. 자동차세를 선납하면 10%를 감면해주기 때문이다.
식료품은 한살림에서 구입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해 백화점이나 할인마트보다 더 싼 가격에 친환경 먹을거리를 사고 있다. 관리비에서 아낄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전기세라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절전용 멀티탭을 설치해 출근할 때 반드시 모두 끄고, 퇴근하고 돌아와서 켠다. 서 씨 집에서 하루 종일 전기가 돌아가는 것은 냉장고뿐이다. 이런 알뜰생활 덕에 2년 만에 1억 원을 모았다.
서 씨는 “우리 부부는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게 통장 쪼개기에서 생긴 시너지 효과”라며 “예산에 맞게 통장을 쪼개니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고, 절약하는 습관도 몸에 배게 됐다.”며 웃었다.
이대표 씨는 회원 수 77만 명의 ‘짠돌이 카페’ 운영자. 직장인으로 10년 간 일하다 개인사업을 몇 년 했고 지금은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서아름 씨는 결혼 4년차 직장인. 2000년부터 직장생활을 한 그는 먹고 쓰는 게 더 좋은 철부지로 10년을 보내다 결혼 후 짠순이로 변신했다.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길벗)의 공동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