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도움말 | 고려대 지혜과학센터 이홍재 교수(심리학 박사)】
스트레스 없는 곳이 없듯이 스트레스 없는 직장도 없을 것이다. 동료 간, 상사와 부하직원 간, 사장과 직원 간의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트레스가 펼쳐진 곳이 직장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장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의 스트레스는 그 관계만큼이나 동상이몽 스트레스의 최고점을 찍는다 할 수 있다. 일례로 사장은 직원이 급여만큼 일을 안 한다고 여겨 스트레스를 받고, 직원은 급여 이상의 일을 해내는 데도 사장이 몰라준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장과 직원 간의 동상이몽 스트레스!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PART 1. 풀 수 없기에 스트레스! “자신만의 면역력을 기르자”
【도움말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스트레스의 원인은 통제 위치의 유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그 고통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가장 치명적으로 정신을 갉아먹고 몸을 피폐하게 만든다. 사람 간에, 특히 사장과 직원 간의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 걸까?
울산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사람 간에든, 사장과 직원 간에든 모든 스트레스는 자신에게 통제력이 없다고 느낄 때 생긴다.”며 “즉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통제 위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물론 일이 힘들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지라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대처할 방안이 있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으면, 그런 믿음 자체가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일이 적어도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또 그렇다고 느끼면 그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결국 스트레스 받는다는 지각으로 이어진다.
일례로 통제력을 지닌 사장은 밤새워 일해도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를 안 하지만, 상대적으로 통제력이 없는 부하직원은 칼퇴근을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차이는 자신이 결정권이나 통제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장이라고 스트레스가 없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이 직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풀 수 없기에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통제 위치에 있다면, 사장과 직원의 통제 위치를 바꿀 순 없는 것이니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책도 없는 걸까?
김병수 교수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거나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느끼면 심리적인 괴로움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자기가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고, 선택할 여지가 없다고 느끼면 스트레스가 된다. 김병수 교수는 “따라서 스트레스는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거나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해소할 수도, 풀 수도 없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풀 수 없는 스트레스, 그래도 대처법은?
없앨 수도 없고, 풀 수도 없는 것이 스트레스라면 과연 우리는 괴물 같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자
사장이든 직원이든 가족 같은 회사, 평생직장, 정말 인간적인 관계 등을 한 번쯤은 꿈꾸고 기대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기대는 번번이 깨지고 오히려 갈등이 커지곤 한다.
김병수 교수는 “이런 기대보다는 원래 직장은 그런 곳이고, 직장생활이든 직장상사든 동료든 성격 좋고 내 맘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 중에 갈등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갈등은 푸는 게 아니라 품고 가는 거라고 일단은 생각해야 한다. 즉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현실적인 기대로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첫 번째 지침이다.
2 자신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에 대응하지 말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밤새 홀로 술을 마신다든가, 뒷담화를 하면서 술만 먹는다든가, 퇴근 후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다든가, 잠만 잔다든가, 쇼핑을 한다든가, 과식한다든가, 남탓을 한다든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김병수 교수는 “이런 방식은 모두 잘못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런 잘못된 대응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오히려 떨어뜨려 더 스트레스 받게 하고 감정조절도 어렵게 한다. 김병수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술만 안 마셔도, 과식만 안 해도 그나마 견디기가 더 좋아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잘 관찰하고 대응 패턴 중에서 자신을 더 괴롭히는 방식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두 번째로 해야 할 스트레스 대처법이다.
3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자
‘없앨 수도 풀 수도 없는 것이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도 드는 생각일 것이다. 김병수 교수는 “스트레스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스트레스 면역력을 좋게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때 실천 지침으로 삼으면 좋은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운동하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있다. 너무 간단하고 쉬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도 덜 받고 우울증도 적게 걸린다. 김병수 교수는 “신체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자기 조절이나 자기 절제도 훨씬 잘한다.”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데는 운동만 한 게 없다.”고 말한다.
둘째, 친밀감 나누기
김병수 교수는 “사회적인 친밀감을 나누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완화작용을 한다.”며 “자신을 믿어주고 위로해줄 사람 한두 명은 곁에 두도록 하라.”고 말한다. 친밀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 친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옥시토신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또 다른 저항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셋째, 목표 의식 재정립하기
김병수 교수는 “직장에서 일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모를 때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야근이 계속된다고 해도 그것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처자식을 먹고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으면 참고 견딜 수가 있고 이겨내기가 쉽다. 하지만 일이 의미 없다고 느끼거나 일을 해봐야 소용이 없고 허무하다고 느끼면 똑같은 일이라도 더 스트레스를 받고 더 괴로워지고, 몸이 받아들이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김병수 교수는 “직장에서 하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인생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라는 신호”라며 “이럴 때 목표 의식,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하면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좀 더 강해진다.”고 조언한다.
4 직장 내에서 자신의 성격을 잘 파악하자
직장에서 일할 때 자기 성격과 성향, 기질을 잘 파악하고 동료 등의 성격과 성향, 기질을 잘 파악해두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신과 맞지 않는 남의 성향을 좇아가려 하지 말고, 또 상대방에게 자신의 성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기질이나 특성들을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김병수 교수는 “상대방, 부하직원, 동료의 특성을 고려해서 심리적인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병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임상강사 수련을 받았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교수로 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건강증진센터에서 정신건강증진, 스트레스, 우울증 분야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사모님 우울증>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등 다수가 있다.
PART 2. 직장 스트레스 “받아들이기 나름!”
【도움말 |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이홍재 교수(심리학 박사)】
스트레스 그리고 면역력
영국의 어부들은 청어를 잡아 싱싱하게 런던으로 운반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청어가 워낙 성격이 포악해서 잡히면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런던에 도착하기도 전에 제풀에 많이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를 고민하던 어부가 생각 끝에 청어를 잡아먹는 바다뱀장어를 통속에 한 마리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통속에 갇힌 청어들은 바다뱀장어를 피해 다니느라고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긴장 없고 갈등 없는 세상은 없다. 어디든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심리학 박사인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이홍재 교수 “긴장은 불편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사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직원은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려 하다 보면 서로 간에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 스트레스를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이를 해결할 지혜도 모으게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도 하게 된다.
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지나친 스트레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바다뱀장어 같은 스트레스가 사는 데 면역력을 길러주기도 한다.
스트레스, 받아들이기 나름
똑같은 스트레스가 주어지더라도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이홍재 교수는 “스트레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자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사장이 직원들 모두에게 동일한 스트레스를 주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직원에 따라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수도, 적게 받을 수도 있다. 직원의 반응에 대해 사장이 받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에 치이다 보면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홍재 교수는 “그런 세상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쉽진 않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자신만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사장과 직원, 과도한 기대는 금물!
사장은 직원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일해 주기를 바라고, 직원은 자신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이홍재 교수는 “각자 입장에서의 과도한 기대는 큰 실망을 가져오게 되고, 관계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쳐와서 스트레스가 생길 때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다음과 같은 말을 자신에게 해보며평정심을 갖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감사하다.”
“나는 사장님(혹은 직원)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
“나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의 주인이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나는 이런 스트레스쯤은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나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이홍재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 서울대 등에서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을 가르쳤으며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을 연구하였다. 현재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