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플러스비뇨기과 정연환 원장(비뇨기과 전문의, 의학박사)】
3달 전에 결혼한 소라 씨(가명)는 열이 나고 아랫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 병명은 뜬금없이 골반염이었다. 골반염에 걸리는 흔한 이유가 성병의 원인인 임질균, 클라미디아균 등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라 씨는 아픈 몸보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한편, 아내의 병을 알게 된 남편 관민(가명) 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꺼림칙했다. 결혼 직전 지금의 아내 몰래 어쩌다 알게 된 여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때는 콘돔을 사용했다. 그래서 성병에 걸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과연 관민 씨의 생각대로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답을 알아본다.?
구강성교만으로 성병 옮는다!
자신이 성병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다. 성병이 다른 병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성병은 다른 사람에게서 옮겨 오기 때문에 파트너를 원망하거나 의심하게 되는 병이다. 또한 성병에 걸리면 성관계를 한 파트너도 함께 치료를 받아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성병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 성병 예방법은 ‘성병에 감염되지 않은 한 명의 파트너와 성관계하기’다. 그 다음으로 강조되는 것이 콘돔 사용이다. 그러나 이 콘돔만 믿고 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연세플러스비뇨기과 정연환 원장은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병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독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사면발니,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첨규콘딜롬(곤지름)은 성기 삽입이 아니라 신체적인 접촉만으로 전염될 수 있는 성병이다.
정연환 원장은 “매독, 에이즈, 헤르페스, 임질 등 거의 모든 성병이 구강성교만 해도 옮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키스방 같은 유사성행위 업소 등에서도 충분히 성병을 옮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콘돔을 사용했다고 해서 성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연환 원장은 “삽입을 했어도 사정을 하지 않으면 성병에 안 걸린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혹시 나, 성병일까?
만약 의심되는 성관계를 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성병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임질, 클라미디아 감염은 약 70%가 증상이 없다. 소변검사를 해도 멀쩡한데, 정밀검사를 하면 성병 균이 발견될 수도 있다.
정연환 원장은 “매독, 에이즈, 헤르페스 등은 성관계 후 검사해도 나오지 않다가 3~4주 정도 지나야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성병은 증상이 있든 없든 치료를 하지 않으면 불임, 태아 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각 성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을 알아보자.
소변 볼 때 찌릿하다면… 임질
임질은 임균 감염에 의한 성병이다. 남성은 성 접촉을 한 지 2~7일 후부터 소변을 볼 때 찌르는 듯한 통증, 노란색 분비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질을 치료하지 않으면 부고환염 등이 생기고,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여성은 성 접촉 수일 후 약간의 분비물이 나오는 정도인 경우가 많아 증세를 자각하기 어렵다. 임질을 치료하지 않은 채로 3개월 정도 지나면 임질균이 나팔관 등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불임과 자궁외임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임신부일 때 임질에 걸린 줄 몰라서 치료하지 않으면 출산 시 아기에게 전염될 수 있다.
성기와 항문 주위 궤양은… 매독
매독은 성적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에 감염됐을 때 생긴다. 주로 성교를 통해 감염되고, 키스나 매독에 걸린 산모의 모유 수유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외관상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몸속에서는 치명적인 병이 확산되어 심장, 뇌, 대동맥, 중추신경계 등 모든 조직을 감염시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감염 초기에는 매독을 치료하기 쉽다. 매독에 걸린 후 잠복기는 10~90일(평균 21일)이며, 성기 주변에 둥글고, 작고, 단단한 종기 같은 게 생겼다가 점차 허는 현상이 생긴다.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매독도 임질처럼 태아에게 감염될 수 있다.
분비물, 질 주변 가려움증은… 클라미디아 감염증
클라미디아 감염증은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균이 원인이며 임질과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여성에게는 골반염, 자궁외임신,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신부라면 신생아에게 감염될 수 있다. 남성은 재발률이 높고, 배뇨통, 분비물이 생기며 치료하지 않으면 부고환염, 전립선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있다.
진물 나는 피부 궤양은… 연성하감(성기 궤양)
연성하감은 헤모필루스 듀크레이균에 의한 감염질환이다. 초기에는 작은 농포 같은 게 올라오다가 2~3일 만에 궤양이 진행된다. 외음부 어느 곳에도 생길 수 있으며, 대음순에 생기면 그 부위만 심하게 붓기도 한다. 다른 성병과 달리 초기에 통증이 있다.
감기몸살처럼 욱신욱신하면… 성기단순포진(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증)
성기단순포진은 주로 단순포진균 2형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생식기의 단순한 마찰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머리가 아프고 무력감, 온몸이 쑥쑥 쑤시는 증상 등이 며칠 동안 생기다가 생식기 감염 부위에 여러 개의 수포가 나타난다. 이 수포가 터지면 궤양이 발생한다. 추가 감염이 없으면 저절로 낫지만 그 상태에서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성기가 부어올라 걷기가 불편할 수 있다.
성기 주변 사마귀 출몰은… 첨규콘딜롬(곤지름)
첨규콘딜롬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곤지름이라고도 불린다. 잠복기는 2~3개월이며, 성기나 항문 주변에 닭 벼슬 모양의 사마귀가 나타난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높다. 애무,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고, 그대로 두면 질, 요도, 항문의 구멍을 막기도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사마귀가 있다면 성 파트너에게 생식기 사마귀가 생길 확률은 약 65%다.
바이러스성 성병, 꾸준한 관리 필요해
올해 초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성매개감염병 예방관리사업 현황 및 추진 방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0년에 비해 2011년 5대 성병의 발생 사례는 12.8% 증가했다(5대 성병: 임질, 클라미디아,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
또한 세균성 질환인 임질, 매독, 연성하감 등은 지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바이러스성 질환인 성기단순포진과 첨규콘딜롬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성기단순포진과 첨규콘딜롬을 유발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재발이 잘 되는 바이러스여서 지속적인 관리와 검사가 필요하다. 정연환 원장은“이러한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선천성 헤르페스 감염과도 관련이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배우자나 애인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정연환 원장은 “성병 예방에는 무엇보다 건전한 성관계가 중요하다.”며 “성병은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랑하는 배우자나 아이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