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두려워 마세요, 암은 절대 사형선고가 아닙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예후가 매우 나쁜?암이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븐 잡스의 생을 거둬간 것도 바로 이 췌장암. 그래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암이다. 그런데 여기 췌장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인 한 남자가 있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택한 지 만 3년. 뉴스타트로 이제 건강도 얻고 희망도 얻었다는 유종상 씨(56세)다.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황달, 그리고 췌장암
유종상 씨를 만나러 간 곳은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이었다. 차창 밖으로 멋들어지게 물든 산을 구경하며 한참을 굽이굽이 가서야 도착한 곳. 그곳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이가 바로 유종상 씨였다.
처음 유종상 씨와 약속장소를 잡을 때는 조금 의아했다. ‘완치됐다고 들었는데, 왜 요양병원이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의아함은 풀렸다. 현재 요양병원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서울에서 쭉 살았는데, 췌장암 이후 요양병원에서 생활해오다가 지난해 9월부터는? 아예 이곳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유종상 씨가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은 2007년 9월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온몸에 황달 증세가 나타나 부랴부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췌장암 2기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배가 아프고 불편했어요. 평소 십이지궤양을 앓고 있어서 단순히 십이지궤양이 재발한 것으로만 착각했죠. 그런데 온몸이 누렇게 변하더군요.”
운 좋게도 유종상 씨는 수술이 가능한 케이스였다. 그래서 그해 10월 수술대에 올랐다. 췌장을 비롯해 많은 장기의 절제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퇴원할 때까지도 자신이 췌장암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는 유종상 씨.
“그냥 양성종양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퇴원 길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 퇴원했어. 다 나았대. 우리 조만간 술 한 잔 해야지?’라며 떠드는 제 모습이 아내는 답답했나 봐요. 절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나직하게 얘기하더군요. ‘당신… 암이래…’ 순간 멍해지면서 뭔가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입원 당시에도 제 주변에는 전부 암 환자들이었는데, 제가 그만큼 둔했던 거죠.”
뉴스타트로 새로 시작하다
건강만큼은 자부했기에 그 충격은 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술은 했지만 수술 후부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TV에서 ‘암’ 얘기만 들려도 채널을 돌려버렸다. 매 순간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두려웠다. 암은 수술을 했다고 해서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예후가 나쁘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이었다. 그런 유종상 씨에게 신앙은 한줄기 빛이었다. 기도를 하면 암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엷어졌다.
“하루에도 수 십 번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더 담대해지기 위해 노력했죠. 만약 그때 제가 암을 두려워하고 무너졌다면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이후 약 7개월에 걸쳐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음식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 정도로 입맛을 잃었고, 먹는 족족 넘기지 못하고 토해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절로 몸서리가 처진다고. 그렇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만 잘 받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2009년 4월경 갑자기 각종 검사수치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CT상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간으로의 미세전이가 의심된다는 소견과 함께 체중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유종상 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전적으로 병원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세미나에 참석했던 그는 “마치 건강비법을 전수받은 느낌”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짐도 꾸렸다. 뉴스타트 건강법칙을 실천하고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다.
“2009년 9월 입원을 했는데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 깨끗한 자연환경과 심적 의지가 되는 암 환우들은 제게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건강에 대한 눈도 뜨게 해주었죠.”
규칙적인 ‘소식’과 ‘걷기’가?항암 비결
그로부터 지난 9월까지 만 3년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며 자연요법을 실천했다는 유종상 씨.?그런 때문일까? 지금의 그의 생활은 조금 색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암으로 인해 먹을거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종상 씨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만큼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침 5시에 일어나 7시 반에 건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식사로는 깨끗하게 씻은 제철과일을 먹는다. 그리고 오후 5시 반쯤 가볍게 저녁식사를 한다. 물론 요양병원에 들어온 후 쭉 채식이다.
“자연에서 나는 평범한 음식, 거친 음식이 더 좋은 음식이고, 모든 음식들이 항암에 효과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특별히 무엇이 좋다고 콕 집어 얘기할 순 없어요. 다만 무엇을 먹든 오래 씹고 천천히 넘기고, 과식은 절대 하지 않죠. 지금도 세끼 식사 외엔 일체 먹지 않아요.”
식탐이 있는 기자로서는 너무 참기 힘들 것 같았다. 세상에 맛난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포기한단 말인가.
“입이 즐거운 음식 말고, 몸이 즐거운 음식을 먹어야죠. 저 역시 예전에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특히 고기와 술자리를 즐겼죠. 하지만 지금은 적은 양으로 그 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는 데 더 큰 기쁨을 느껴요. 가능한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것을 그대로 먹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잠자리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또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2시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한다. 그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고, 햇볕을 쬐며 꾸준히 걷는다. 그러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매사 완벽한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게 불평^불만이 많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긍정적인 생각과 낫겠다는 의지 결합되어야
이제 수술 후 만 5년을 넘긴 유종상 씨. 지난 10월 정기검진에서도 모두 정상수치였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암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암도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암은 결코 사형선고가 아니에요. 작은 암 덩어리가 만들어지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피폐해진 내 몸이 더 이상 견디다 못해 주는 간절한 경고죠. 저도 돌이켜 보면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생활을 고집스럽게 해왔던 거죠.”
쌀쌀한 날씨였지만, 밝은 표정으로 등산복을 챙겨 입고 나가는 환우들을 보며 유종상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잘 될 거라는 긍정의 힘이 그 어떤 항암제보다 더 강력한 치료제 같아요. 저는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성경 말씀을 좋아합니다. 암이라는 고난을 통해 제 삶이 더 소중해졌고, 의미 있어졌거든요.”
그 말이 만추의 고즈넉함을 울리며, 오래오래 귓전을 맴도는 것은 깊은 깨달음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