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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생활의학] 조상들의 여름나기 지혜와 건강피서법

2001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영글호 50p

【건강다이제스트 | 민족생활의학회 장두석 회장】

어느 때부터인가 개발과 보전이 반대말처럼 사용되면서 휴양시설이다 유원지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게 되면, 산과 들을 밀어내고 하천을 막은 다음에 윤락업소나 유흥업소, 노래방 따위를 짓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공해강산으로 뒤바꿔놓는 것이 곧 ‘개발’이고, 갖은 고생 끝에 역천(逆天)의 중심지를 찾아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소비와 향락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 오늘날의 ‘피서’다. 휴일에 놀이공원이 붐비듯 피서철이면 ‘관광지’로 통하는 전국 주요 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오죽하면 ‘피서전쟁’이란 말이 나왔을까.

‘시원한 곳으로 옮겨 더위를 피하는 것’이 피서(避暑)의 본래 의미다. 이미 휴가를 다녀온 사람도 있고 준비중인 사람도 있겠지만 ‘피서’의 본 뜻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자.

조상들의 여름나기 지혜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고 서늘한 촉감이 일품인 죽부인(竹夫人)은 이곡(李穀)이 지은 소설 <죽부인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려시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대나무로 만든 돗자리인 대자리, 대를 가늘게 뽑아내어 삼, 깁, 무명 등 실로 엮어 대청이나 방문 등에 걸어두는 대발, 적삼 안에 받쳐입는 조끼식 땀받이, 풍류와 운치의 멋이 담긴 갖가지 부채 등에는 실용·의학적 측면은 물론 예술·정서적 측면까지도 빈틈없이 고려되어 있다.

탁족(濯足)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조상들의 대표적인 피서법이다. 조선시대 동국세시기를 보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더위도 달아날 뿐 아니라 발바닥에 고루 분포된 경혈을 자극하여 건강을 이롭게 한다고 되어있다.

계곡물 속에는 용존산소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계곡을 굽이쳐 내리는 동안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땅속의 미네랄 성분을 용해시킨다. 차가운 수온과 격렬한 흐름 속에 산소가 녹아들어가 강한 정화(淨化)능력과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발바닥은 손바닥과 마찬가지로 전신의 축소판이라 부르는데, 예를 들면 엄지발가락은 머리와, 그 마디는 목 부위와 연관되어 있다. 나머지 네 발가락의 둥근 부위는 부비강(副鼻腔)과, 둘째 발가락과 셋째 발가락을 연결하는 밑 부분은 눈과 맥이 닿아 있다. 발 뒤꿈치로 훑어내려오면서 위, 췌장, 장, 방광, 항문 등 순서로 이어진다.

종합해 보면 하늘과 땅의 정기를 머금은 계곡물로 온 몸의 경혈이 집중되어있는 발바닥을 자극하며 더위를 물리치는 조상들의 피서법은 실로 과학적이고 진일보한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대신 자연의 힘을 그대로 살려 더위를 피하는 것이니 피서의 왕도(王道)를 알았던 것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비밀

해가 가장 긴 하지 다음 제 3경일(庚日:양력 7월12일경?7월22일경)을 초복, 제 4경일을 중복, 입추(立秋) 후 제 1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이를 합쳐 삼복(三伏)이라 하는데, 옛날 궁중에서도 이 날은 닭이나 개를 잡았고,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고급관리들과 명승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피서를 삼았다.

더운 여름 날씨에는 몸 안의 전해질과 수분, 염분, 비타민이 빠져나가 허약해지기 쉽다. 이를 보충해주지 않으면 이내 소름이 돋고 땀을 많이 흘리면서 발한이 일어난다. 냉온욕을 해본 사람은 바로 알겠지만, 열탕에 오래 머무르면 발한이 일어나고, 냉탕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모든 음식에는 음과 양이 있다. 닭과 인삼, 쌀, 술은 모두 열물(熱物)로서, 삼계탕은 열을 돋우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더운 여름날 하필 열물을 먹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겠지만, 몸에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투여하는 서양의학과 달리 고추가루를 먹이고 더운 방에 재워 몸 안의 열을 남김없이 빼내는 민간요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뜨거운 몸에 열을 가하는 것은 발한을 일으키는 몸 내부의 열을 올려 신체불균형을 해소하고 홍역을 치르게 만드는 것이다. 열물에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몸 속에는 일대 전투가 일어난다. 혐기성 미생물과 활성산소, 세균을 태워 없애고. 땀을 많이 흘리게 하여 요산 등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것이다. 열을 이기기 위해 열을 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기본원리이다.

바닷가를 이용한 건강피서법

앞서 계곡을 찾아 떠나는 피서법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바닷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서법을 소개한다. 바닷가는 산소와 오존 농도가 높고 부족해지기 쉬운 햇볕과 염분을 보충할 수 있어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일광욕

일광욕은 태양 에너지로부터 생명력을 얻고, 자외선과 적외선의 치료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공기가 맑고 먼지나 소음이 없는 남향 또는 동남향에 물기가 잘 빠지며 일광욕 후 몸을 씻을 수 있는 곳이면 된다. 머리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이나 차양 등을 준비한다.

일광욕 전에 먼저 5?10분 가량 공기를 쏘인 뒤, 처음 5분에서 시작해 40분까지 시간을 늘려간다. 햇볕에 노출하는 부위도 손발에서 점차 팔뚝, 넓적다리, 허리, 배 순으로 넓혀간다. 일주일 정도 진행한 뒤 신체반응을 점검하고 하루 휴식한 뒤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일광욕을 하게 되면 자외선 과잉이 되어 피부괴혈병 등 일종의 화상을 입게 된다. 피부염이나 안질에 걸리지 않으려면 햇볕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죽염수 등으로 눈을 세척한다.

?풍욕

다음으로 풍욕이다. 삼림욕은 소나무나 잣나무 밭에서 걸어다니거나 좌선하는 방법으로 한시간 정도가 좋다.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3시 사이로 한다. 체액이 산성(양성체질)인 사람에게는 송림욕이 좋고, 체액이 극알칼리성(음성체질)인 사람에게는 바닷가를 산책하는 해풍욕이 좋다. 물론 이때도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모래찜질

모래찜질은 혈액순환과 림프액의 순환, 조직의 영양과정을 활발하게 하여 물질대사를 촉진시키고 염증을 없애며 통증을 완화하는 열요법이다.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도와주고, 땀과 함께 중간대사물을 분비시켜 신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자율신경 계통의 기능이 균형을 이루게 하여 내분비선을 활성화시키고 항체를 형성하게 하여 면역기능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내장기능, 특히 소화기관의 분비와 운동이 조절되어 음식물의 소화, 흡수과정이 촉진된다. 피부기능이 개선되기도 한다.

가열된 모래를 10센티미터 이상의 두께로 온몸에 덮는 방법과 팔과 다리, 허리 등에만 부분적으로 덮는 방법이 있다. 온몸 모래찜질의 경우 심장 부위와 목, 얼굴 주위에 모래를 덮는 것은 좋지 않으며 얼굴과 머리는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둔 채로 4?8시간 정도 진행한다. 무좀이 심한 직장인들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모래사장을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찜질 중에 생수, 감잎차, 볶은소금 등을 섭취하며 복통이 오는 경우는 숙변이 빠지려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계속한다. 옆에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시기는 6?8월이 적절하다.

한편, 천연바닷물을 43도 정도로 데워 온 몸에 담그고 20분 정도 있으면 신경통, 피부병, 비만증 등에 효험을 보인다.

열요법을 수행한 뒤에는 물론이고, 산에 있건 바닷가에 있건 더운 날씨에 오래 있게 되면 발한이 시작된다. 따라서 여름에는 수시로 생수와 소금을 먹고, 감잎차 등으로 비타민C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죽염수는 안질예방은 물론 구급상비약으로 손색이 없으므로 늘 가지고 다니는 버릇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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