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인천기독병원 정신과 조성준 박사】
모든 감각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후각이다. 인간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각과 청각이 발달해 후각은 오감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좋은 향은 상대방이나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매력을 상승시키는 요소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냄새, 즉 향과 후각은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잘 활용한다면 부부관계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고유한 체취는 강력한 최음제
사랑에 빠질 때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냄새 역시 즉각적이어서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이미 감정을 자극한다. 인천기독병원 정신과 조성준 박사는 “인간의 후각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많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인간들에게도 분명 몸에서 나는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냄새를 즐겁게 인식하던 시절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단적인 예로 중세 영국에서는 기사가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사과를 자신의 겨드랑이에 껴서 자신의 땀이 밴 사과를 선물로 보내 자신의 냄새를 맡게끔 유도했다. 현대인들에게는 더럽고 불쾌한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중세 영국 여성에게는 그 어떤 유혹보다도 강렬했다는 것이다.
조성준 박사는 “고등동물일수록 페로몬 의존도가 낮지만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 냄새는 아직도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친한 친구들끼리는 생리주기도 닮는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폐쇄된 장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함께 생활한 여성들은 생리주기가 비슷해지기도 한다는 것인데, 이런 것들은 바로 페로몬의 영향 때문이다.
페로몬이란 페레인(pherein)에서 유래된 말로, 흥분을 운반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른 동물체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분비하는 화학물질로, 다른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며 정신 및 신체 기능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러한 것은 각자가 무의식중에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로몬을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자연 흥분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체취는 사랑하는 연인, 배우자에게는 가장 강력한 최음제인 셈이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향수들 중에서 사향(musk:사향노루)이나 시벳향(civet:사향고양이)은 동물에게서 얻는 향으로 냄새 자체는 그렇게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희석할 경우 매력적인 향으로 둔갑한다. 화학적으로 사람의 체취와 유사한 호르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희미해진 페로몬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페로몬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물성 향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차가 심하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식물에서 추출한 아로마 향들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향기를 통해 사랑을 얻어라
고대 인도의 궁중 여인들은 가슴은 백단향, 머리는 자스민향, 몸은 장미향으로 치장하여 왕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또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아로마 향유로 매일 몸을 다듬고, 로마의 적장 안토니우스와 협상할 때 쟈스민과 로즈향유를 뿌려 유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고대에서부터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아로마는 현대에 들어서 아로마테라피라 불리며 전인적 치료요법 중 하나로 알려지며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다. 웰빙 시대와 맞물려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아로마향들. 그 중에서도 부부관계에 효과적인 향들이 있다. 부부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면, 침실에 작은 변화를 줘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향기’로 말이다.
침실에 향기를 들여놓자
부부관계를 향상시키는 천연 향으로는 일랑일랑, 세다우드, 쟈스민, 네롤리, 장미 등이 있다. 쟈스민이나 장미처럼 잘 알려진 향이 있는가 하면, 일랑일랑이나 세다우드, 네롤리 등은 이름부터가 생소하다.
▶일랑일랑은 인도네시아 지방에서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낼 때 동네 주민들이 신혼부부의 침상에 깔아주는 꽃이었다. 이것은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무사히 잘 보내라는 배려에서 행해지는 관습으로 일랑일랑은 최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향유는 주로 스트레스 마사지법으로 널리 쓰여 왔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에 명성이 있고 여성의 불감증 치료에도 이용되어 왔다.
▶세다우드는 삼나무의 재목을 증류해서 생산하며, 주로 남성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는 향이다. 증기 흡입법은 호흡기질환에 효과가 있고 목욕법은 신경 이완과 피로 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향으로 스트레스와 연관된 성기능 장애를 회복시켜 주는데 도움을 준다.
양귀비가 즐겨 사용했다는 ▶쟈스민은 공기 발향 시 정신 및 신체질환에 효과적인데, 특히 최음 효과에 유용하다. 부부간의 성적인 흥분을 유도하기 위해 목욕법으로 쓰여 성욕이 저하된 부부의 성욕을 불러일으키는데 쓰일 수 있다.
▶네롤리는 오렌지 꽃을 증류한 향유로 독특하고 달콤하며 신선한 오렌지향이 난다. 일반적으로 진정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항우울 작용도 하며 생리 전 증후군에도 효과가 있으며 최음제로도 효력이 있다.
▶장미 향유는 오래 전부터 치료와 미용 목적으로 쓰여 왔으며, 최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려진 사실이다.
조성준 박사는 “욕조에 이들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린 후 몸을 담그거나, 침실에서 은은하게 램프 확산을 시켜 흡입하라.”고 권한다. 또한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성기나 성감대에 올리브오일이나 호호바오일 등을 섞어 희석한 것을 피부에 소량 문질러 줄 수도 있다.
이러한 향들로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본능을 자극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재미난 사실은 냄새를 맡는데 지장이 있는 무취증 환자들의 경우 성 불감증과 같은 성 기능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섹스는 서로가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이며 교감이다.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가 최고의 최음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부부간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기 위해 서로가 좋아하는 아로마향들로 침실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조성준 박사는 현재 인천기독병원 정신과 과장이며 (사)대한향기협회 회장, 미국 NAHA 전문위원, 캐나다 IATA(국제향기치료사 교사 연맹) 감독이다. 저서로는 <향기치료의 기적> <향수의 예술> <아로마치료>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