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한국의 미를 알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동이>에서 감찰궁녀 시비 역을 맡았던 오은호. 작은 얼굴에 인형 같은 이목구비, 시원한 눈매를 가진 그녀의 첫 인상은 도도한 새침때기였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의외의 털털함과 뚜렷한 자기 주관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해서인지 정서도 굉장히 한국적이라며 소탈하게 웃는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 일찍부터 무용의 길을 걸었던 그녀는 2003년 전국신인무용콩쿠르에서 수석을 차지했고, 졸업 후에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초청을 받아 300회 이상 한국무용 공연을 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로 지정되어 있는 ‘승무’의 전수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춤 실력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댄스 스포츠도 수준급이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 같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무용가로서 최고가 되기 위해 국립무용단에 입단하려 했지만, 인원 충원이 보류되면서 그녀의 꿈도 함께 보류되었다.
“그때 문득 무용으로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다른 분야에서 뜻을 펼쳐 봐도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게 바로 연기였어요. 그리고 공연 무대에서의 떨림을 카메라 앞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주목받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소 늦은 데뷔였지만, 그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자신이 연기를 하는 데 자양분이 될 거라 확신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평범한 대학생활과 또래 친구들과의 어울림, 그리고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봤기 때문에 좀 더 즐겁게 연기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이후 그녀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동이>가 정식 데뷔작이긴 하지만, <황진이>와 <연개소문>등을 통해 연기의 폭을 서서히 넓혀나갔다. 그리고 사극이 주 활동무대였던 그녀는 이제 케이블 채널 캐치온플러스 시트콤 ‘센스있는 넌센스’에서 섹시한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맹나연 역을 맡아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하고 잦은 공연 스케줄로 밤낮이 뒤바뀌고 식사 시간 등이 불규칙했던 그녀의 건강 비결은 바로 ‘틈나는 대로’이다.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틈틈이 자고, 제대로 식사를 하기 힘들 때는 틈틈이 고구마나 감자, 단백질 쉐이크 등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그녀는 술이나 담배, 카페인이 든 음료 등은 일절 사양한다.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몸에 이로운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치를 이용한 요리를 특히 좋아하는 그녀는 묵은지된장찌개를 자주 해먹는다. 아메리카노에 베이글을 즐길 것 같은 ‘도시녀’ 이미지인데, 입맛은 참 토종이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전 세계에 ‘한국적인 미(美)를 알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비추기도 했다.
“클래식이나 발레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우리 것인 국악이나 전통춤 등은 홀대시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외국인들이 칭찬하고 관심을 가지면 그때서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우리가 먼저 우리의 것을 아끼고 사랑해야 되는데 말이죠. 기회가 된다면 꼭 그런 문화운동에 동참하고 싶어요.”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배우로, 그래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롤모델은 바로 ‘오드리 헵번’. 다양한 배역을 통해 멋진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그녀를 이제 TV나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